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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강사 출신 교육평론가 이범…"고교학점제가 학교 바꿀 것"

문재인 캠프 정책자문단서 활동하며 교육공약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공교육 학교 현장을 바꾸는 계기는 바로 고교학점제가 될 것입니다."

대치동 스타강사 출신으로 유명한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새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가 수업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게 하는 제도다.

아직 구체적 실행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새 정부는 2일 고교학점제 초기 모델을 운영 중인 서울 도봉고를 방문하는 등 학점제 공론화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정책보좌관,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씨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등과 함께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기안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국영수사과 중심으로 하면 당장 내후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일부 학교 시범 시행이 아닌 모든 학교의 보편적 시행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2008년 무렵부터 고교학점제 도입을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제가 처음 주장한 것이 아니고, 전교조 출범 당시 노조가 아닌 다른 형태로 만들자고 주장한 '비주류 그룹'이 있었다. 이인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대표, 이종태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돌아가신 유상덕 한국교육연구소 전 소장 등이 핵심 멤버였는데 2000년대 중반 그분들로부터 고교학점제 개념을 처음 들었다.

고교평준화라고 해서 무조건 획일적 교육을 해야 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게 그분들 주장이었다.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붕어빵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교조 주류 등에서는 선택권 강화가 결국 시장주의 강화라고 여겼다. 그런 면에서 고교학점제는 진보와 보수를 가로지르는 공약이다.

--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 엄밀히 말해 새 정부가 하려는 것은 '고교학점제'가 아니고 '수강신청제'다. 캠프에 있을 때도 용어를 학점제가 아닌 수강신청제로 하자고 주장했다.

진정한 학점제를 하려면 F, 즉 낙제가 있어야 한다. 실제 영국 같은 나라는 과락이 있어서 F를 맞으면 그 해당 과목의 인증서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하려는 것은 현행 단위제 틀 내에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 고교학점제를 하면 수업이 어떻게 달라지나.

▲ 굳이 수학을 들을 필요가 없는 학생이라면 '난 수학 대신 역사를 더 많이 들을래' 이런 게 가능해진다. 제2외국어에 관심 있는 학생이면 제2외국어 과목을 많이 선택해 들을 수도 있다.

일반고에서 제2외국어 과목을 충분히 개설하면 궁극적으로 외고도 필요 없어진다. 정말 듣고 싶은 학생들만 수업에 오기 때문에 수업의 질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 언제부터 시행할 수 있나.

▲ 국영수사과 중심으로 우선 시행하면 문제가 없다. 이는 이미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로드맵에도 있던 것이다. 내년 고1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이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고1 때는 통합과목을 문이과 구분 없이 필수로 배우게 하고 내후년 고2 때부터는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줘서 서로 이수과목이 다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기 누적이 되면 이수과목 조합이 학생들마다 상당히 달라진다.

계열 구분 없는 선택은 이른바 융합 시대의 화두와도 맞는다. 융합이란 것은, 스티브 잡스가 캘리그래피 청강을 해서 나중에 매킨토시 서체를 만들 때 중요한 기반이 됐다. 계열과 상관없이 듣게 하면 자연스럽게 창의적 융합이 된다.

-- 학년 구분을 없애는 '무학년제' 얘기도 나오는데.

▲ 핀란드는 극단적인 무학년제다. 고교를 2년 만에 졸업하기도 하고 4년간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까지 하긴 힘들고 다만 수강신청을 할 때 많은 경우 고2, 3학년이 같은 과목을 신청하게 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학년 구분이 흐트러진다.

-- 소규모 학교에 적합하다거나 교사 부족이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 한가람고나 충남삼성고에 가보라. 기가 막히게 잘 운영되고 있다.

교사 수와 같은 물리적 기반은 저절로 확보되는 측면이 있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기 때문이다. 현재 고1이 63만명 정도 되는데 초6 학생들은 43만이다. 이미 올해에도 고1이 작년 고1보다 줄었다. 가만히 있어도 일반 지역에서는 교사와 교실공간은 여유가 생긴다. 순회교사, 순회강사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 국영수 등 입시과목에 쏠릴 가능성은 없을까.

▲ 지금도 학교에서 수업을 편성할 때 국영수가 50% 이상 넘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이 규칙을 개인에게 적용하면 된다.

-- 교사들의 역량이 뒷받침되는 것도 중요할 텐데.

▲ 고교학점제는 이수과목 조합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것이고, 교사들의 교수학습 혁신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교수학습 혁신을 하려면 교사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

사교육계에 있다가 공교육계에 와서 가장 놀란 것 하나는 교육청이나 교육부 사교육 정책 담당자가 학원 설명회를 안 가본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교사가 몇학년 무슨 과목을 담당할지를 일주일 전에 알려준다는 점이다. 사교육 강사들은 수업 준비만 몇 달씩 하는데, 일주일 전에 알려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정말 충격이었다. 교원 인사이동을 2월에 하기 때문에 2월 말에야 교사 배정이 되는 것이다. 행정적 편의가 교육적 가치보다 위에 있는 체제다. 주객이 전도됐다.

--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지.

▲ 선진국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이미 보편화됐다.

프랑스,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대륙의 경우 고교를 문·이과 두 개가 아닌 4∼6개 계열로 나눈다. 그 안에서 수강신청을 한다.

영국, 미국, 호주 등 영미권은 고교 계열을 구분하지 않고 과목을 선택하게 한다. 대학에서 전공할 과목이나 자신의 흥미, 적성 등에 따라 과목 선택을 한다.

교육평론가 이범
교육평론가 이범

y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04 08: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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