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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쓸쓸히 세상 떠난 박서원 시인…첫 시집 복간

1990년작 '아무도 없어요'
5년전 쓸쓸히 세상 떠난 박서원 시인…첫 시집 복간 - 1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솔직하게 내보이며 1990년대 여성문학에 작지 않은 발자취를 남긴 시인 박서원(1960∼2012)의 첫 시집이 독자를 다시 만난다.

출판사 최측의농간은 열음사에서 나왔다가 절판된 시인의 첫 시집 '아무도 없어요'(1990)를 최근 복간했다. 1989년 문학정신에 '학대증' 등 7편을 발표하며 등단한 시인은 '아무도 없어요'를 포함한 시집 5권과 '천년의 겨울을 건너온 여자'(1998) 등 에세이 2권을 남겼다.

박서원은 최승자(65)·이연주(1953∼1992) 등과 함께 고백적 시편으로 자신의 상처를 표출하면서 사회의 억압과 모순에 날 선 목소리를 낸 1990년대 대표적 여성 시인이었다. 시인은 여덟 살 때 아버지를 잃었고 희귀 신경병인 기면증에 정신질환을 앓았다. 평탄함과는 정반대에 있는 그의 삶은 시집 속에 절망과 파멸·허무의 언어로 담겼다.

"분열증에 시달리십니까/ 염려는 금물입니다/ 분열증은/ 아무나 오고/ 떠날 수 있는 데가/ 아닌 곳/ 가만히 귀 기울여 보십시오/ 당신의 머릿속에/ 가득 찬 우주가/ 제각기 떠들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아시게 될 것입니다// 비웃지 마십시오/ 당신의 병은 이제/ 병과 병과 병을 앓다가/ 당신만의 찬란한 병원에/ 다다를 것입니다" ('병원·2' 부분)

"문학 같은 거 집어치우고/ 예술 같은 거 더더욱 집어치우고// 비디오와 라디오 농담/ 비빔국수 되어// 신경증에 시달렸던/ 내 평생에/ 농익은 오렌지 되어// 놀아라. 놀아라. 놀아라.// 신앙 같은 거 잊어버렸다/ 깨어있으려는 의지도 잊어버렸다// 서로를 저버렸던 과거 같은 거/ 지지난밤 울어대던 도둑괭이에게/ 던져주었다" ('한 달' 부분)

시인은 2002년 시집 '모두 깨어 있는 밤'을 마지막으로 시에서 멀어졌고 외부와 접촉도 거의 끊겼다. 지난해 여름 시인이 별세했다는 소문이 났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었다. 신동혁 최측의농간 대표는 장례식장과 경찰서를 뒤지고 시인 주소록에 적힌 동네 주민센터에 문의한 끝에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

시인은 2012년 5월10일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타계 이후 시인의 생사나 근황을 수소문해 가족에게 물어온 이는 신 대표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최측의농간은 연말께 시인의 작품을 한데 모은 시 전집을 펴낼 계획이다. 서른 살 시인 박서원은 첫 시집에 이렇게 썼다.

"벌써 불을 끌/ 시간이군요.// 가만,// 드디어 계단에/ 발소리가 들리는군요./ 누군가 나를 채워주려/ 오나 봐요.// 그러나 역시 아무도/ 안 와요./ 나는 물만 마셔요./ 차라리/ 그리움이 그리움을/ 삭발하고/ 거울 앞에 설래요." ('아무도 없어요' 부분)

dad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03 14: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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