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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서머타임 한국이 세계 최초?…유럽보다 445년 빨랐다

송고시간2017-06-03 09:11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유럽에서 서머타임제(일광절약시간제)가 5월 26일 시작해 10월 29일까지 운영된다.

이 기간에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와 한국의 시간 차이가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어든다.

해가 길어지는 여름철 표준시를 1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은 뉴질랜드 곤충학자인 조지 버논 허드슨이 1895년 처음 고안했다는 게 정설이다.

우체국에서 일하던 허드슨은 퇴근 후 곤충 연구 시간을 늘리려는 생각에서 서머타임제를 뉴질랜드 왕립협회에 제안했다.

여름철 출근 시간을 2시간 앞당기고 겨울에는 2시간 늦추면 크리켓, 정원 가꾸기, 자전거 타기 등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설명까지 했으나 거절당한다.

혼란스럽고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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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1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석탄 절약을 위해 서머타임제를 도입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아메리카 국가들도 서머타임제를 시행했으며 지금은 유럽 대부분 국가가 운영한다.

남반구는 북반구와 정반대 기간에 적용한다.

호주와 브라질은 10월 첫 일요일에 시작해 다음 해 4월 첫 일요일에 끝낸다.

겨울에 밤이 계속되고, 여름에는 온종일 해가 뜨는 남극도 서머타임제를 운용한다.

칠레와 뉴질랜드의 물품 공급기지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미군정의 권유로 1948년 정부수립 때부터 1960년까지 운영하다가 중단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1년간 한시적으로 복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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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과 관련한 다양한 일화가 있다.

1999년 이스라엘 서안지구에서 출근 시간에 맞춰 버스에 설치한 시한폭탄이 갑자기 터져 테러범 3명이 즉사했다.

이스라엘이 이날 서머타임을 해제한 사실을 모른 채 시한폭탄을 가동했다가 1시간 일찍 폭파했기 때문이다.

미국 서머타임이 10월 마지막 날인 핼러윈 데이보다 일찍 해제됐으나 2007년부터 11월 첫 번째 일요일로 늘어난 데는 과자 업계 로비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아이들이 핼러윈 데이를 전후해 노는 시간이 늘어나면 캔디와 초콜릿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에서 수십 년 간 로비한 끝에 해제 시점을 연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머타임은 조선 시대 공직사회에도 적용됐다.

조선 통일 법전인 경국대전은 여름에 관리들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한다고 규정한다.

경국대전이 1471년 발효됐다는 점에서 서머타임은 세계 첫 시행 국가인 독일보다 조선이 무려 445년이나 일찍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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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대전 규정으로는 여름철 묘시(오전 5~7시)에 출근하고 유시(오후 5~7시)에 퇴근한다.

진시(오전 7~9시)에 출근하고 신시(오후 3~5시)에 퇴근하는 겨울철보다 하루 근무시간이 무려 4시간 늘어난다.

교통사정이 불편했던 당시에 관청까지 출근하려면 새벽 3~4시께 일어나 출근 준비를 서둘러야만 했다.

날이 밝기도 전에 세면과 아침 식사를 끝내고서 의관을 갖춰 집을 나선 것이다.

왕이 매달 6차례 주재하는 조회가 열릴 때는 계절과 무관하게 새벽 3~5시까지 입궐해야 한다.

겨울철 이 시간대는 한밤중이어서 궁궐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말이나 당나귀를 이용한 고위 관리들은 그나마 덜 불편했으나 하위층은 걸어 다녀야 했다.

관리들은 소속 관청에 도착하자마자 출근부(공좌부)에 서명해야 한다.

무단결근이 3번이면 노비를 처벌하고 10번이면 관리 집 대문에 해당 사실을 적은 종이를 붙이고 20번이면 파면했다.

퇴근은 평소 오후 4~5시에 가능했으나 곧바로 귀가하는 일은 드물었다.

관청이나 자택 등에서 회식하거나 강에 배를 띄워놓고 술잔을 돌리기도 했다.

점심때 정부청사에서 수많은 사람이 문밖으로 우르르 몰려나가거나 구내식당에서 긴 줄을 형성하는 진풍경은 조선 시대에는 없었다.

아침과 저녁만 먹고 점심은 걸렀기 때문이다. 당시 음식 문화는 하루 두 끼가 주류였다.

비상 상황에서는 칼퇴근이 어렵다.

중국 사신 방문이나 왕위 계승, 기근, 역병, 왜구 침입 등 중대사가 생기면 심야까지 일하거나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관리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숙직이었다.

자주 돌아오는 데다 근무 중에 졸거나 자리를 이탈하면 중징계를 받기 때문이다.

궁궐 귀중품이나 옷가지 등을 도둑맞으면 숙직자는 처벌과 함께 파면을 각오해야 한다.

세종대왕이 총애하는 관리도 숙직을 한번 빠트렸다가 파직됐다.

여름철 근무 여건이 매우 나쁜데도 관리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농번기인 여름에 일반 백성도 노동시간이 대폭 늘어나므로 불만을 토로할 처지가 못 됐다.

관리들의 휴식 시간은 지금보다 짧았다.

공휴일은 매월 1일, 8일, 15일, 23일 등이다.

주 6일 근무제가 1894년 갑오개혁 때 도입됐기 때문에 이때는 일요일 개념이 없었다.

24절기에도 관리들은 쉬었다.

명절 연휴도 있었다.

설날 7일, 대보름 3일, 단오 3일, 연등회 3일 등이다.

추석 휴가는 하루에 그쳤다. 왕, 왕비, 대비 생일이나 사망 때도 쉬었다.

공식 휴가는 연간 총 89일로 지금보다 20일가량 적었다.

하계휴가는 없었으나 7일짜리 특별휴가제는 있었다.

3년에 1회 부모를 뵙거나 5년에 1회 조상 묘를 살피러 갈 때, 과거 급제로 관직에 임명되거나 결혼할 때는 1주일간 휴가를 즐겼다.

서머타임을 처음으로 고안한 뉴진랜드 곤충학자인 조지 버논 허드슨

서머타임을 처음으로 고안한 뉴진랜드 곤충학자인 조지 버논 허드슨

우리가 서머타임제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행하고도 56년째 중단한 것은 역설이다.

서머타임 폐지는 한국의 특수성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 협정시(GMT)에 9시간 더한 일본 표준시를 함께 사용하므로 모든 일이 실제 시각보다 30분 일찍 시작된다.

여기에 여름철 출근 시간을 1시간 더 앞당긴다면 신체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게 서머타임을 없앤 주된 이유다.

기업주가 출근 시간만 바꾸고 퇴근 시간은 유지함으로써 근무량을 늘리는 편법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노동계 의견도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

부활절 연휴를 즐기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는 시차 적응에 활용할 휴가제도가 없다는 것도 서머타임 반대 요인이다.

서머타임제는 낮을 더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경제활동을 촉진한다는 취지와 달리 생체리듬 파괴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뇌졸중 등 질병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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