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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N 여행] 1천500년전 잃어버린 제국 '아라가야'…"이젠 함안엘 가봐야 해"

송고시간2017-06-02 11:00

수백기 주인없는 무덤 알려진 것 거의 없어…최근에 기승문화 증거 마갑(馬甲) 출토

(함안=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여행의 참맛은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것'을 만나는 데 있다.

지금은 여행의 시대다. 아무리 삶이 팍팍할지라도 자신을 위해 비용과 시간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으니 말이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으로 휴가를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도 많다.

비행기에서 만나는 여행객 가운데는 '가거나 보고 먹어야 할 것'들을 빽빽하게 적은 리스트를 갖고 다닌다.

여행사가 만든 일정표를 능가하는 것도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다.

하지만 한번쯤 그런 여행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까.

자칫 미션 수행하듯 사진 찍고 흘러가 버리는 여행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끔 호젓한 '시골동네 여행'을 떠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좋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읍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말이산 고분군은 1천500년 세월을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성연재 기자)

읍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말이산 고분군은 1천500년 세월을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성연재 기자)

◇ 어∼ 이런 곳이?…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의외의 풍경

그저 그런 농촌으로만 알고 떠난 경남 함안군은 '잃어버린 제국' 아라가야의 핵심지였다.

함안군청 바로 뒤. 유네스코 유적에 잠정 등록된 아라가야의 고분인 '말이산 고분군'이 자리잡고 있다.

잠정 등록은 말 그대로 연구와 자료 수집을 거치면 세계유산 등재 신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엄밀히 말하면 1천500년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온 아라가야 유적지 발 밑에 군청이 들어선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엔 10여 기 남짓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줄잡아 200여 기가 넘는다고 한다.

유적도 거의 발굴되지 않은 상태라 앞으로 어떤 게 출토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메가톤급 역사(?)'가 발굴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수많은 무덤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조차 지금껏 알려져 있지 않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가야는 기원 전후부터 562년까지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온 국가다. 경남 김해에 있었던 금관가야를 비롯해 함안·고성, 경북 고령·성주·상주에 6개의 소국이 있었다.

그러나 이 아라가야도 강대국인 신라에 흡수됐고 그들의 역사는 잊혀졌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제국'이다.

가장 최근 발견된 것은 인근 아파트 공사 때였다.

이때 발견된 것이 말의 갑옷인 마갑(馬甲)이다. 2/3가량이 복구된 말 갑옷은 이곳에서 기승문화(騎乘文化)가 발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입곡지[연합뉴스 자료사진]
입곡지[연합뉴스 자료사진]

함안은 말과는 유난히 인연이 깊다.

최근에는 가야읍 봉수로에 승마공원이 들어섰다.

44만9천여㎡의 부지에 경주마 휴양·조련시설을 비롯해 승마장 등 다양한 시설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함안은 의외로 가볼 곳이 넘친다.

8천원짜리 찌개를 시켜도 꼬막이 나오는 식당(성연재 기자)
8천원짜리 찌개를 시켜도 꼬막이 나오는 식당(성연재 기자)

거대한 저수지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현수교가 인상적인 '입곡지'를 찾는 것도 좋다.

물 위로 얕게 떠 있는 현수교를 걸어 저수지 맞은 편으로 다가가면 수십m 높이의 적벽이 눈에 들어온다.

저수지 상류에는 입곡산림욕장이 있다. 주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저녁에는 '악양둑방'을 가보는 것도 좋다.

저 멀리 지는 해와 함께 풍차 사진을 찍어보면 작품사진이 된다.

양념과 함께 깨를 뿌려 고소한 함안 장어(성연재 기자)
양념과 함께 깨를 뿌려 고소한 함안 장어(성연재 기자)

◇ 맛집

함안의 전통적인 먹거리는 장어다.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맛난 장어를 맛볼 수 있다.

양념된 장어를 식지 않도록 촛불로 데워주는데, 식감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함안 악양둑방은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다(성연재 기자)
함안 악양둑방은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다(성연재 기자)

장어를 제외하고는 공교롭게도 이번 함안 여행에서 만난 맛집들은 모두 전라도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이 곳 경상도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 호남에서 온 사람들이 연 집이었다.

시골에서는 아침 식사가 되는 곳을 찾기 힘들다.

어렵사리 수소문해서 이면도로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아 김치찌개를 시켰다. 전라도가 고향이라고 한 안주인은 "남편은 관광버스 기사를 하고 나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향을 떠나온 지 20년 만인데, 완전히 자리를 잡아 제2의 고향이 됐단다.

또 다른 한 식당의 안주인 역시 전라도 출신이다.

8천원짜리 정식을 시켜도 양념 잘 밴 꼬막이 나왔다. 투박한 경상도식 밥상을 기대했다가 갖가지 맛깔스러운 반찬이 가득한 전라도식 밥상을 받아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너무나 맛나게 먹어 연속해서 3번을 계속 갔다. 그때마다 반찬이 다 달랐다. 어떤 때는 아귀가 나오기도 했다.

함안 승마공원의 말들(성연재 기자)
함안 승마공원의 말들(성연재 기자)

혼자 시장을 가서 제철 신선한 음식 재료를 해온다고 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남편과 함께 함안으로 이사 왔지만 사별했다고 한다.

그 후 딸은 경기도 안성으로 이사를 했다고 했다.

그래도 사람들과도 정이 들어 단골들에게 맛난 음식을 서비스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좋아 계속해서 함안에 살 거란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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