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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트럼프에 인프라 자문…이방카-김용 총재 교분 입방아

"총재가 트럼프 환심 사려한다" vs "미국과 관계구축은 총재 의무"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세계은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건설 계획에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내부적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세계은행이 개도국 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미국을 돕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내부에서는 김용 총재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방카 트럼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방카 트럼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문 제공은 지난달 3일 김 총재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만나 그녀가 추진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여성기업인 펀드인 일명 '이방카펀드' 설립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방카는 면담 말미에 김 총재에게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지를 물은 뒤 대통령 집무실로 데려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들을 불러 앉힌 뒤 바로 인프라 건설 계획을 논의하면서 김 총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면담이 이뤄진 3일 뒤에 인프라 전문가팀을 뉴욕에 보내 대통령 직속 위원회 멤버들을 만나도록 했다. 은행 대변인은 회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도 비공식적인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오는 7월 독일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 이전에 여성기업인 펀드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은행 이사회에서 다음달 30일 표결에 부칠 제안서에 의하면 2억 달러의 초기 자본금으로 펀드를 설립하는 것으로 돼 있다.

펀드 자본금의 절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지원키로 약속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용 세계은행 총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방카와 김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당시에 현지 여성들과의 모임을 가졌다. 나중에 이방카는 그녀의 페이스북에 김 총재를 치켜세우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펀드 설립은 지난달 베를린에서 이방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G20 여성문제 회의에서 공식으로 발표됐다. 이방카와 김 총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여성의 경제력 신장에 관한 공동 기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세계은행의 전직 고위 간부들은 미국에 대한 자문, 여성기업인 펀드 설립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총재가 이방카와의 친분을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부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이들은 김 총재의 행보가 이 기구의 거버넌스(지배구조) 규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세계은행의 감사조직을 이끌었던 조엘 헬먼 조지 타운 대학 외교대학원장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심히 언짢았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세계은행측은 여성기업인 펀드가 이 기구의 엄격한 거버넌스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 측도 이방카가 이 펀드의 여하한 공식적 역할도 맡지 않을 것이며 단지 후원자로서 관여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방카가 펀딩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아직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성기업인 펀드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의 자금 지원도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사우디가 여성 차별로 악명이 높고 과거 세계은행이 추진한 여성 관련 사업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훼방을 놓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내부 규정에 따라 개도국인 아닌 미국의 인프라 사업에는 자금을 지원할 수 없지만 기구 회원국인 만큼 자문을 제공할 수는 있다. 세계은행 측은 과거 캐나다의 인프라 사업에 자문을 제공한 전례가 있다고 말한다.

세계은행 직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롯된 불확실성 탓으로 은행이 추진하던 증자 노력은 주춤한 상황이어서 예산상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주 발표한 예산안에서 미국이 세계은행에 과도한 기여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안에는 세계은행의 산하 조직인 국제개발협회(IDA)에 미국이 지원키로 한 11억 달러도 매년 1억 달러씩 삭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 재무부 관리를 거쳐 민간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스콧 모리스는 김 총재가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은 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인 미국 정부와의 관계 구축은 세계은행에 대한 그의 의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계은행이 해외 원조와 가족계획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구호단체인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나디아 다르 워싱턴 사무소장은 "우리는 여성의 경제력 신장을 위한 펀드를 설립하려는 이방카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여성 지원 사업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jsm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5/30 15: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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