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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 또는 적대자의 눈으로 본 1980년대 이야기"

장편소설 '선한 이웃' 펴낸 이정명 작가
이정명 [은행나무 제공]
이정명 [은행나무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지난 9년은 퇴행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우리 사회가 1987년으로 돌아간 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들었죠. 하지만 지난 시간의 퇴행 또는 진보를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구성원이 처한 상황과 선택의 결과들을 보면서 앞으로 또다른 30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소설가 이정명(52)이 장편소설 '선한 이웃'(은행나무)을 냈다. 한국형 팩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작가는 조선 시대('뿌리 깊은 나무'·'바람의 화원')와 일제 강점기('별을 스치는 바람')를 거쳐 이번 작품에서 1987년 전후로 무대를 옮겼다.

'선한 이웃'은 운동권의 전설적 지도자 최민석과 그의 뒤를 쫓는 공작원 김기준, 연극판에서 세상을 바꿔보려는 연출가 이태주를 중심으로 격랑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갈등을 그린다. 갈등의 근원은 권력의 횡포다.

최민석은 운동권 세력을 이끌며 시민들 사이에서도 영웅 대접을 받지만 실체는 불분명한 인물이다. 경찰이 최민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일일이 탐문한 결과 알아낸 정보는 최민석이 가명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극작가로 활동하던 이태주는 '줄리어스 시저'를 연출하며 연극계에 데뷔하지만 대사에 '독재'라는 단어를 넣었다는 이유로 정보기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다. 정보기관은 함께 연행한 배우들을 가혹하게 심문하면서도, 정작 연출을 맡은 이태주에게는 문제의 연극과 관련해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고 그를 풀어준다. 이런 특별대우는 그가 평범한 문예운동가가 아니라 좀더 복잡한 신분의 비밀을 품고 있음을 암시한다.

김기준은 최민석 검거작전에 실패하고 좌천되지만,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그를 계속 추적한다. 한편 이태주는 외국 대사 등 요인들이 관람한 연극무대에서 폭탄을 터뜨린 혐의로 체포된다. 이태주와 최민석,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각각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가까워진다.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건 살인자나 테러리스트 같은 악한이 아니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한 이웃들이다. 인간은 죽어서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지옥을 만드는 것이다." (246쪽)

"주변인 또는 적대자의 눈으로 본 1980년대 이야기" - 2

김기준도 가두시위에 나가 돌팔매질을 하던 그 시절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기소유예를 조건으로 군대에 다녀온 뒤에도 경찰로부터 집요한 협박과 회유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안기부 입사를 선택한다. 소설은 김기준과 이태주의 굴곡진 삶을 통해 정의라는 명분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들이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어떻게 이용당하고 내버려지는지 보여준다.

소설에는 제목이 '박통'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연극 '당통의 죽음'을 '단톤의 죽음'으로 바꿔 상연한 일화를 비롯해 가두시위와 문예운동 등 1980년대 사회 분위기가 짙게 배어 있다. 지난 29일 만난 작가는 "1987년이 아닌 지금 2017년의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회 모든 분야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작동하고 유지되는 원리는 크게 변한 게 없지 않은가요. 법과 제도가 정비됐지만 그걸 운용하는 주체, 권력층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소설에는 1980년대를 그린 다른 작품들과 달리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대비가 뚜렷하지 않다. 절대적 영웅도 없다. 1983년 대학에 입학해 보통 대학생들처럼 거리시위에 나서는 게 일상이었던 작가지만, 내부자의 시선을 취하지 않고 다소 거리를 둔다. 작가는 "1980년대를 다르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운동권 진영의 화자가 아닌 주변인 또는 적대자의 눈으로 상황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대선을 앞둔 2012년 가을 무렵 처음 구상했다.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할 때였습니다. 5년간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퇴보했죠. '미네르바' 사건을 비롯해 표현의 자유도 위축됐습니다. 이대로 퇴행을 거듭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1987년과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작가는 '뿌리 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11개국에 번역·출간되고 영국 인디펜던트 외국소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작가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가 받아들이기는 서양도 비슷하다. 좀더 넓은 층의 독자를 대상으로,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쉽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dad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5/30 08: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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