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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멀어지는 EU…독일·프랑스 중심으로 결속강화(종합)

메르켈 독립선언? "트럼프 계기로 올 것 왔다" 해석
서방구도 '미영-독불' 조짐…"결국 초강대국 미국 영향력 축소"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김수진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직후인 28일(현지시간) 뮌헨의 한 정당행사에서 "누군가를 전적으로 의지할 시대가 더는 아닌 것 같다"고 한 발언을 두고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분석기사서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미국과 갈라서서 EU의 독자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메르켈 총리가 연설서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사실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이는 국제정치사에서 독일과 미국의 오랜 공조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세계 2차대전 이후 70년간 유럽이 미국을 떠나 독립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다.

28일 독일 뮌헨서 열린 정당행사서 연설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28일 독일 뮌헨서 열린 정당행사서 연설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EPA=연합뉴스 자료사진]

WP는 영국이 미국에 의지해 EU 탈퇴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더욱 강력한 결속을 바탕으로 EU의 역할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영국이 EU로부터 탈퇴(브렉시트)를 추진하는 상황 때문에 이 같은 관측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은 지금까지 줄곧 미국과 유럽 대륙을 아우르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범대서양 안보체제를 유지하기를 원해왔다.

그 때문에 영국은 때때로 EU가 안보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는 방안을 강력하게 반대하곤 했는데 브렉시트로 그런 거부권을 지닌 국가로 행세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같은 맥락에서 서방이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EU, 미국과 영국 등 두 진영이 서로 견제하는 체제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을 지지해왔으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도 브렉시트로 인한 EU와의 갈등 속에 강력한 친미성향을 유지해왔다.

WP는 메르켈 총리의 신중한 성품을 고려할 때 사실상 독립을 선언한 이날 연설도 정교한 계산 아래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은 독일의 '독자 노선'이 갑작스러운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며, 이 같은 기류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분석했다.

애틀랜틱은 독일은 통일에 도움을 준 미국 리더십에 존경심을 품고 있었으나 세월을 두고 그런 감정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유고슬라비아 붕괴를 수습하기 위해 유럽 각국의 힘을 모으려 할 때 선뜻 나서지 않은 점, 2003년 조지 W.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한 점 등이 독일을 실망하게 한 사건으로 열거됐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각각 2008년 재정 위기와 2010년 유로 위기 이후 독일에서 통화 팽창 정책을 펴달라는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했다.

미국 정부가 메르켈 총리의 개인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스노든의 폭로로 양국 관계는 더 악화했다.

독일은 급기야 2014년 6월 미국 고위급 정보요원을 추방하고 심지어 이를 트위터를 통해 통보하는 전례 없는 조처를 하기에 이르렀다.

애틀랜틱은 트럼프가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됐더라도 독일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G7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정책과 언동 때문에 미국에 회의적인 독일인들에게 관계 재조정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WP는 이날 메르켈 총리의 선언에 따라 더 강한 EU가 건설되기까지는 각종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EU 회원국인 폴란드와 헝가리는 독일과 여러 이슈에서 의견을 달리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더 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이 프랑스로부터 공조를 끌어내려면 국내의 정치적 반발을 무릅쓰고 치러야 할 비용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伊 시칠리아섬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들
伊 시칠리아섬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의회 설립과 공동예산 운영에 대한 독일의 동의를 촉구하는 상황으로 협조의 대가로 이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나 야당이나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9월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하고 EU 회원국 내 반대론자를 누르고 나머지 회원국의 충분한 합의를 끌어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WP는 그런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가 장기적으로 EU와 미국의 관계를 상당 부분 변화시키는 데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경시 때문에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WP는 미국 정부가 동맹과의 관계에 과거처럼 기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역으로 동맹국들도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luc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5/29 16: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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