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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생애 첫 우승 이지현 "물 뿌리니 실감 나더라"

송고시간2017-05-28 18:29

"2주 전 챔피언조 경기 경험 덕에 긴장 없었다"

우승 소감을 밝히는 이지현.
우승 소감을 밝히는 이지현.

(이천=연합뉴스) 권훈 기자="지난번 챔피언조 경기 땐 엄청 떨렸는데…"

28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 채리티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지현(21)은 감격에 벅찬 표정 대신 덤덤한 얼굴로 인터뷰룸에 들어섰다.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할 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다"는 이지현은 "동료 선수들이 우승 축하하러 그린으로 달려 나와 물을 뿌릴 때 실감이 좀 났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지현은 지난 14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준우승 전에는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무명 선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투어에 첫발을 내디딘 2015년에는 17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톱10 한번 없이 하위권을 맴돈 끝에 시드전을 다시 치러야 했다.

시드전 재수를 통해 맞은 2년차는 네 번 톱10에 입상하는 등 다소 나아졌지만 상금랭킹 41위가 말해주듯 무명의 설움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삐뚤빼뚤 제멋대로 날아가는 드라이버샷 탓이었다. 이지현은 "늘 그런 게 아니라 라운드마다 한번씩 악성 구질이 나왔다. 한번 그런 샷이 나오면 스코어도 한꺼번에 까먹을 뿐 아니라 불안감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샷에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175㎝의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장타력도 이런 고질병 탓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신없이 치는데 장타가 나올 리 없었다.

하지만 올해 이지현은 드라이버샷이 똑바로 날아가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준우승은 똑바로 펴진 드라이버샷의 효과를 실감한 대회였다.

드라이버샷이 안정되니 본래 지니고 있던 장타 능력이 살아났다. 그는 어느새 투어 장타 부문 4위(평균 262.33야드)로 올라섰다. 지난해 장타 부문 47위였던 그는 "사실 작년에도 올해만큼 거리는 낼 수 있었지만 힘을 실어 칠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타 드라이버가 페어웨이에 떨어지면서 아이언샷 정확도 역시 높아졌다.

이지현은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다. 나도 드라이버만 똑바로 치면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지현은 또 우승을 다투는 압박감 속에서 경기를 치르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이지현은 "그땐 엄청 떨렸는데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경기를 치러본 덕에 오늘은 별다른 긴장감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 한차례 챔피언조 경험으로 강심장으로 변신한 이지현은 "처음 출발할 때 2타차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15번홀 보기 때 실망했지만 '아직 3홀이나 남았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설명했다.

16번홀(파5)에서 과감한 2온 공략으로 버디를 잡아내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던 이지현은 "세번째샷으로 끊어갈까 생각을 않은 게 아니지만 핀 위치가 어려워 세번째샷으로 버디 잡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승부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지현은 골프 입문도 특이했다.

열살 때 가족 여행을 갔던 해외 리조트에서 온 가족이 골프를 치는 모습을 보고 부모와 오빠 등 네 가족이 한꺼번에 골프을 시작했다.

부모, 오빠는 곧 취미를 잃었고 이지현만 골프를 계속해 선수가 됐다.

이지현은 "다음 목표는 아직 정하기 않았다. 2승을 목표로 뛰어야지 않겠나"면서 "2, 3년 가량 국내에서 뛰다가 LPGA투어에 진출하고 싶다. 이루고 싶은 거창한 목표가 없지는 않지만 일단 내가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하면 상금왕, 올해의 선수도 못하란 법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작지 않은 야심을 살짝 드러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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