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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환골탈태하지 않는 경찰엔 수사권 줄 수 없다

송고시간2017-05-28 20:01

(서울=연합뉴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검·경 수사권조정과 관련, 경찰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박범계 국정기획위 정치ㆍ행정분과위원장은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11만 명의 경력과 정보, 대테러, 외사, 경비, 경호 등 권한을 가진 경찰이 수사권을 받았을 때 권력 남용,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조정을 하려면 경찰이 먼저 권한 오·남용을 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경찰의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조 수석은 "2001년 11월 이후 작년 말까지 기관별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경찰과 구금시설(교도소 등) 등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면서 "두 기관의 인권침해 요소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수사권조정의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따끔한 경고에 놀라 서둘러 대책 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경찰청의 심의ㆍ의결 기구인 경찰위원회에 경찰청장과 지방경찰청장 인사권을 주고, 독립적 위치에서 경찰 조직을 감시ㆍ견제하는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경찰의 직무 독립성을 보장하고,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아울러 국선변호인 제도 확대, 피의자 조사 시 영상녹화·진술녹음 의무화 등 피의자 방어권 보장 방안도 검토 과제에 들어 있다.

새 정부 들어 경찰은 상당히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잇따른 자충수로 숙원을 풀 절호의 기회를 맞은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 자신의 치부를 그냥 둘 생각이었다면 분명히 오산이다. 경찰에 수사권을 떼어주기 이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의 부당한 인권침해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수사 과정의 고문과 구타가 일상적이었다. 문민정부 이후에도 경찰이 관련된 비리와 추문은 끊이지 않았다. 발생 16년 만인 지난해 진범이 잡힌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해 사건'을 보면 현재 경찰의 인권의식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다. 경찰의 강압수사에 이 사건 범인으로 몰린 시민은 10년이나 무고한 옥살이를 했다. 이런 경찰에 검찰 지휘를 받지 않는 수사권을 넘겨줘도 되는지 걱정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어느 때보다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은 왜 수사권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이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을 독점하고 있는 현 구조에 문제가 있다. 검찰의 최순실 국정농단 부실수사 논란과 '돈봉투 회식'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검찰권의 독주와 전횡을 방조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권한을 경찰에 나눠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검찰의 힘을 나눠주면 이번엔 경찰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분명히 있다. 수사권조정의 주목적은 과도한 검찰 권한을 분산시켜 국민의 인권을 더 확실히 보호하는 데 있다. 국민의 뇌리에 생생한 나쁜 이미지를 경찰이 어느 정도라도 씻어내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평범한 사고의 틀을 뛰어넘는 환골탈태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준비돼 있지 않은 경찰에 수사권을 쥐여주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그런 일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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