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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문화] ③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관심'

체계적·정책적 보전노력 부족 '산 넘어 산'…민·관 협력 절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화산섬과 용암동굴)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도가 또 하나의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이어 이번에는 독특한 돌문화를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현재 진행 상황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함께 짚어본다.

제주 동자석
제주 동자석(제주=연합뉴스) 제주돌문화공원에 전시된 제주 동자석 모습. 2017.5.28

◇ 돌문화 경관의 가치 인정

제주 돌문화 경관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4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여간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 한국위원회에 용역을 의뢰해 돌문화 경관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도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과거 해안에 돌담을 쌓아 바닷고기를 잡던 원담과 조선시대 목축문화를 보여주는 돌담인 잣성, 횃불과 연기를 이용한 통신수단인 연대, 마을의 허(虛)한 곳을 막아 액운을 없애고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세워진 방사탑,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제주만의 옛 등대인 도대불 등 제주 곳곳에 있는 192개 돌문화 유적을 살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는 돌문화 유적에서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생활·방어·신앙 등 3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제주 북촌리의 돌담
제주 북촌리의 돌담(제주=연합뉴스) 제주의 사진가 강정효(50)씨가 펴낸 '바람이 쌓은 제주 돌담'에 실린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의 돌담. 2015.1.26 <<사진가 강정효 제공>> khc@yna.co.kr

유적이 제주도 전역에 흩어져 있어 한 번에 강렬한 인상을 주기 어렵다는 약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또 하나의 강점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올해도 다시 용역을 의뢰받아 오는 12월 31일까지 돌문화 유적 대상 중 우선 추진 대상과 향후 추진 대상을 구분하고, 우선 추진 대상에 대한 원형 보존·복원 계획 수립과 비교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중요 후보지별로 해당 토지의 소유주를 확인, 사유지인 경우 주민의견 수렴 절차도 함께 진행한다.

한형철 제주도 문화유산정책담당은 "세계문화유산의 등재 기준 가운데 '세계의 일정 문화지역 내에서 중요한 교류현상을 보여주는 유산',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하는 대표사례', '무형 유산과의 연계' 등이 있다"며 "밭담과 불턱 등은 이러한 기준에 상당 부분 부합하는 면이 있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대표적 돌 문화인 밭담은 지난 2014년 4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앞서 2013년 1월 정부는 제주밭담을 국가중요농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제주의 다양한 돌 문화
제주의 다양한 돌 문화(제주=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관광객들이 제주돌문화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2017.5.28

◇ 세계문화유산 등재 산 넘어 산

제주 돌문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대해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그동안 정책적으로 제주 돌문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 보전노력이 매우 미흡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많은 돌문화 유산이 있음에도 문화재 지정을 통한 정책적인 보호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훼손·멸실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전수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남아 있는 유적의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현지실사를 비롯한 매우 까다로운 절차와 심사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세계농업유산 당시 현지실사 모습
세계농업유산 당시 현지실사 모습(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 업무를 맡은 관계자 2명이 3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를 찾아 돌담 밭을 둘러보고 있다. 2013.6.3.
khc@yna.co.kr

특히 해당 문화유산에 대한 국가의 보존 관리, 학계에서 진행된 연구 등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문화재 관리 노력 등이 매우 중요한 심사 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국가 차원에서 유적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오랜 기간 보호정책을 펴더라도 등재 여부가 불투명한 마당에 남아 있는 유적에 대한 제주도 차원의 가치 평가가 용역을 통해 이제야 비로소 진행되는 상황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지역주민 설득 작업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각종 돌문화 유산이 도지정 문화재 또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 각종 규제로 인해 주민의 사유재산권에 제약이 뒤따르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더욱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로 인한 해당 지역주민의 불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지난 2007년 문화재청이 제주 돌담의 가치를 인정, 제주에서도 그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한 마을의 돌담에 대해 문화재 등록을 하려 했지만 지역주민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제주 돌문화에 대한 책과 사진집을 내며 보호 활동을 해온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돌문화에 대해 모두 소중한 유산이라 말하면서도 입으로만 할 뿐 실질적인 연구와 보호노력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단순히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 보전·계승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민과 관이 함께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주의 돌문화
제주의 돌문화(제주=연합뉴스) 제주돌문화 공원에 전시된 다양한 제주 돌 유적들의 모습. 2017.5.28

bj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5/28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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