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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미국식?… 맨체스터 테러로 '알 권리 논쟁'

미국 "많이 아는 게 힘" vs 영국 "일부 모르는 게 약"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영국 맨체스터 테러의 한 구석에서 기밀정보 관리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알력이 심하다.

미국 언론들이 기밀 수사정보를 보도하자 영국 당국이 격분했는데 이는 양국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 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27일 외신들을 종합하면 지난 22일 테러가 발생한 뒤 영국을 포함한 지구촌은 사실상 미국 언론을 통해 초동수사 결과 브리핑을 받았다.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의 회원국으로서 영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미국 정보기관에서 수사자료가 기자들에게 유출된 결과였다.

미국 CBS방송과 AP통신이 자살폭탄 테러범인 살만 아베디(22)의 이름을 미국 관리를 인용해 가장 먼저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한술 더 떠 현장 감식반이 찍은 폭탄 사진, 희생자들의 시신 위치를 담은 그래픽 등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이를 두고 영국에서는 향후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대테러 안보, 피해자 인권 등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영국에서 지난 24일 한 시민이 맨체스터 테러 소식을 담은 대중지 하나를 집어들고 있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에서 지난 24일 한 시민이 맨체스터 테러 소식을 담은 대중지 하나를 집어들고 있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에선 용의자 신원이 공개되면 공범이 더 빨리 증거를 없애고 달아나도록 자극을 받는다는 게 수사의 일반론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영국에서는 테러 발생 때 당국 요청에 따라 언론이 36시간 동안 용의자 이름을 밝히지 않는 관행이 준수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피해 현장을 다룬 세세한 기사 때문에 유족이 심리적으로 추가 타격을 받는다는 인권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BBC는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같은 국제테러단체가 폭발물 제원, 희생자들의 피해실태 등 세부 정보를 더 살상력이 큰 무기를 만드는 데 악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 관측도 소개했다.

이런 부작용이 거론됨에도 미국 언론에 수사 기밀정보가 등장한 이유로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가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다.

헌법 1조는 연방 의회가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해 자유로운 언론 보도, 알권리 보장을 고무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언론에 대한 미국 수준의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

언론의 관행도 미국과 영국이 빚는 갈등의 다른 원인으로 주목된다.

영국은 대형사건이 발생하면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사실에 대한 보도 자제를 언론에 공식적으로 요청하곤 한다.

'국방안보미디어자문-공고'(DSMA-Notice)라는 공식 명칭을 지닌 이 요청은 법적 근거가 없지만 수십년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영국 법률 전문가인 갤더 왈튼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놀랍게도 성공적으로 작동해온 체계"라며 "영국 언론계가 DSMA-공고를 관습이나 의무로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미국 시민[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뉴욕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미국 시민[EPA=연합뉴스 자료사진]

WP는 맨체스터 테러 후 영국 기자들이 용의자 이름을 알고 있었음에도 미리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설했다.

국방안보미디어자문 위원회의 사무총장 제프리 도즈는 이번 맨체스터 테러와 관련해 두 가지 공고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도즈는 테러범 이름과 폭탄 사진은 공고와 관련이 없다고 밝혀 영국 언론의 자율규제가 발동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수사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영국 경찰은 맨체스터 테러에 한해 미국 정보기관과의 정보공유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항의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과해 해당 조치는 곧 철회됐다. 그러나 기밀정보에 대한 미국과의 인식차 때문에 영국의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 유출자에 대한 조사를 미국 법무부에 지시하며 가능한 법규를 총동원해 사법처리하라는 지침까지 하달했다.

이 같은 후속 조치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국민의 알권리,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출판의 기능을 두고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설과 관련한 기밀정보가 계속 유출되자 정보관리들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정보를 보도한 기자들을 구속하라고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주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미국 언론단체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RCFP)가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성명에는 미국 언론계의 관행과 가치관이 잘 나타난다.

"판사, 배심원은 기자들을 보호한다. 정보를 얻기 위해 기자들에게 의존하는 의회도 기자들을 보호한다. 유출된 기밀정보를 보도한 기자들을 겨냥한 기소를 배척함으로써 자유 언론의 역할을 수십 년간 존중해온 법무부도 기자들을 보호한다. 국가 사회의 심부름꾼(공무원)들은 오늘날 미국에 닥친 법치 위기를 대중이 확실히 알도록 하려고 매일매일 기자들에게 연락하려고 한다. 대통령은 언론을 협박하는 게 아니라 언론에 영감을 불어넣는 말을 해야 한다."

"부자유뉴스: 트럼프는 역대 최고의 대통령"
"부자유뉴스: 트럼프는 역대 최고의 대통령"미국 마이애미 헤럴드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에 대한 만화평론[AP=연합뉴스 자료사진]

jangj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5/28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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