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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호국보훈의 달 가볼 곳 '전쟁기념관'

우리나라 전쟁사를 엿볼 수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 전경 [사진=임귀주 기자]
우리나라 전쟁사를 엿볼 수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 전경 [사진=임귀주 기자]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 노자(老子)는 "군대가 주둔한 곳에는 가시덤불이 자라나고, 대군이 지나간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든다"고 했다. 전쟁은 어떤 식으로든 재앙을 가져오고 모든 것을 황폐화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고조선과 한나라의 전쟁부터 수나라·당나라와의 전쟁, 대몽항쟁,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을 거쳐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참혹하고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었다는 얘기다.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금도 전쟁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역사 속 전쟁을 둘러볼 수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을 소개한다.

전쟁기념관은 크게 전시실과 야외전시장, 어린이박물관으로 나뉜다. 정문을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총알 모양 탑과 인물상이 먼저 눈길을 끈다. 가장 최근 겪은 6·25전쟁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총을 든 군인들과 뒤편에 있는 시민과 어린이의 몸짓이 처절해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같은 민족끼리 피를 흘린 싸움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조형물 왼쪽으로는 인민군 동생을 품에 안은 국군의 모습을 묘사한 '형제의 상'이 있다. 분단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일을 상징한다.

나당전쟁 중 매소성 전투를 묘사한 그림
나당전쟁 중 매소성 전투를 묘사한 그림

◇ 생생하게 펼쳐지는 전쟁의 역사

평화의 광장 뒤편의 웅장한 전시관. 본격적인 전쟁기념관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전시관은 1층 전쟁역사실, 2층 6·25전쟁실 Ⅰ·Ⅱ, 3층은 6·25전쟁실 Ⅲ과 기증실, 해외파병실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전시관은 2층에서 시작해 1층, 2층, 3층을 돌아보도록 설계돼 있다.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기념하는 호국추모실. 벽면에는 "님들의 고귀한 희생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영원한 빛이 되셨습니다"란 글귀가 있다. 둥그런 천장 중앙에서 빛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호국추모당을 지나면 탐방로는 전쟁역사실로 이어진다. 첫 번째 길목인 호국의 길 양쪽 벽에는 고구려군의 위용을 보여주는 '안악3호분 행렬도'와 강감찬 장군이 거란군을 격퇴한 귀주대첩의 모습이 디지털 영상으로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전쟁기념관은 3D·4D 입체 영상, 홀로그램 영상, 디지털 음향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관람객이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윤선영 전쟁기념관 언론홍보 담당은 "유물과 패널을 통한 설명 위주 전시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체험하는 복합 전시로 탈바꿈했다"고 밝혔다.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인 살수대첩은 전투 장면을 묘사한 디오라마(입체 모형)에 병사들이 말을 타거나 뛰어다니며 칼과 창을 들고 싸우는 모습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재현해 현장감을 더했다. 고구려와 당나라가 맞붙은 안시성 전투는 안시성을 중심으로 벌이는 두 나라 병사들의 공방전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다.

명나라 신종이 이순신 장군에게 선물한 물건을 담은 팔사품도
명나라 신종이 이순신 장군에게 선물한 물건을 담은 팔사품도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일본군을 물리치는 해상전투는 7분짜리 애니메이션에 담았다. 물론 갑옷과 마갑주, 칼, 창, 화살, 방패 등 실물도 볼 수 있다. 이동식 다연장 로켓인 신기전기 화차와 거북선 모형도 전시돼 있다.

전쟁역사실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는 이순신 장군 관련 유물인 '팔사품도'가 있다. 명나라 신종이 이 장군에게 선물했다는 물건을 담은 8폭 병풍으로, 지휘관을 상징하는 팔사품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병풍 앞에는 그림과 똑같은 모양의 영패(장군이 명령을 내릴 때 어깨에 메던 물건), 도독인(수군 도독이 사용한 관인), 귀도(호신용 칼), 곡나팔이 전시돼 있다.

정조의 화성능행 반차도 속 인물들과 말이 실제 살아 움직이게 보이도록 재현한 디지털 영상도 흥미롭다. 일제강점기에 이봉창 의사가 의거 직전 김구 한인애국단장에게 보낸 편지, 갈색 얼룩이 가득한 광복군의 태극기와 전투모도 눈길을 끈다.

참전 유엔군의 이야기가 담긴 유엔참전실
참전 유엔군의 이야기가 담긴 유엔참전실

◇ 동족상잔의 비극을 체험하다

그다음 관람객들이 들어서는 공간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체험할 수 있는 6·25전쟁실 Ⅰ·Ⅱ관. 북한군의 남침 배경부터 전쟁 경과와 정전협정 조인까지 6·25전쟁의 모든 과정을 전시한 곳이다.

입구에 서면 가장 먼저 6·25전쟁을 표현한 영상 아래로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이 재현돼 있어 숙연한 느낌을 받는다. 비밀문서 보관고에서는 최초 제헌헌법서, 5·10 총선거 선전 전단, 얄타 협정문과 포츠담 선언문 등을 볼 수 있다.

이후 전시는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전쟁이 터져 피란을 떠나는 서울 시민과 폭파된 한강철교,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 원산탈환작전, 중공군 개입, 고지쟁탈전 등이 쉼 없이 이어진다.

4D 영상체험관에서는 전쟁의 전환점이었던 인천상륙작전을 생생하게 겪고, 흥남 철수와 1·4후퇴 당시 험난한 피란 과정을 진동과 눈보라 효과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고무신, 부채, 사기그릇, 안경 등 피란민들이 사용한 물건과 당시 어려웠던 생활을 담은 빛바랜 사진도 전시돼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선 시찰 중 사용한 옥수수 담배 파이프, 마침내 압록강에 도착해 물을 담을 때 사용한 수통, 1953년 7월 27일 유엔군 사령관 마크 클라크 대장이 정전협정에 서명할 때 사용한 책상도 볼 수 있다. 전투기에서 손으로 폭탄을 투하하는 모습을 재현한 모형도 흥미롭다.

6·25전쟁실은 3층 Ⅲ관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유엔과 참전국을 주제로 꾸며져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부산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이 재현돼 있다. 21개 참전국 전사자를 추모하는 진혼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바닥에 각국 국기가 나타난다. 유엔참전실에서는 참전 유엔 용사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사진과 영상, 유품으로 엿볼 수 있다. 전사한 남편과 함께 유엔기념공원에 묻힌 여성들의 사연은 애잔하다.

기증실은 개인이 소장하던 유물이 전시된 공간이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을 격퇴한 양헌수 장군의 병인일기와 각종 교지, 6·25전쟁 참전 군인이 남긴 편지와 비망록 등 각종 유물을 볼 수 있다. 해외파병실에서는 베트남전 당시 공중기동작전, 유엔 평화유지 활동을 엿볼 수 있다.

기념관 한쪽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의전 승용차인 캐딜락 플리트우스 62세단과 1948년 옛 소련에게서 선물받아 김일성이 타던 ZIS-100 리무진 승용차도 볼 수 있다.

체험 위주 전시물로 구성된 어린이박물관
체험 위주 전시물로 구성된 어린이박물관

◇ '아시아 랜드마크 톱 25' 올라

바깥으로 나와 전시장과 연결된 회랑에는 전사자명비가 조성돼 있다. 6·25전쟁, 베트남전 등에서 전사한 국군과 경찰관, 유엔군 장병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한쪽에는 무명용사의 비도 있다.

야외전시장에서는 퇴역한 군 장비를 볼 수 있다. 6·25전쟁 당시 사용한 각종 무기와 항공기, 장갑차 등을 만날 수 있고, 일부 장비는 내부를 개방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한쪽에는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침몰한 고속정인 참수리357호정을 실물 그대로 재현한 모형도 볼 수 있다. 제2연평해전은 월드컵의 함성이 한반도를 뒤덮던 6월 29일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 선제 포격하자 대응 사격하며 교전을 벌이던 중 우리 군 6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한 전투다.

참수리357호정 모형에는 그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피탄 흔적이 실제처럼 연출되고, 사망 군인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내부는 북방한계선(NLL) 설명, 전투 체험, 추모 공간 등 안보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전쟁기념관 동쪽에는 만 4~10세를 위한 어린이박물관이 있다. 어린이들이 우리나라 전쟁역사를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성곽 형태로 꾸며진 공간에서는 김유신, 이순신, 서희 등 역사 속 전쟁영웅 6인의 행적을 영상과 책으로 엿볼 수 있다. 전쟁 무기가 전시돼 있고, 스펀지 벽돌을 이용한 성벽 쌓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다룬 애니메이션 '무궁화 할머니', 일본 수탈 물자를 촉감으로 느끼는 '모두 다 빼앗아 갔어요', 3·1 만세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태극기 흔들기 체험', 폭파된 한강 인도교 트릭아트, 유엔 참전국의 국기를 지도에 맞춰 붙이는 6·25전쟁 참전국 블록 월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다양하고 흥미로운 시설이 마련돼 있다.

전쟁기념관은 여행전문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의 '트래블러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2013년부터 4년 연속 대한민국 3위 안에 들었고, 2015년에는 1위에 선정됐다. 또 지난해는 대한민국 최초로 '아시아 랜드마크 톱 25'에 경복궁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 관람시간(무료입장) =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8시까지 개관, 어린이박물관 입장 마감 오후 5시) ☎ 전쟁기념관 02-709-3081, 어린이박물관 02-709-3200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6/16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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