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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에이리언 신화 다시 쓴 '에이리언: 커버넌트'

송고시간2017-05-08 07:58

[정주원의 무비부비☆] '에어리언: 커버넌트' 차원이 다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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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리들리 스콧만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명작을 연출한 감독도 드물 것 같습니다. 1977년 데뷔 이래 로드 무비 '델마와 루이스'·역사 드라마 '글래디에이터'·전쟁영화 '블랙 호크 다운'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럼에도 스콧의 마법은 SF 호러 장르에서 독보적입니다. 막연한 예측불가능성을 공포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나아가 그 시대의 대중이 가장 두려워하는 SF적 의문과 연결함으로써 공포의 여운에 지속성을 부여합니다.

개봉 초읽기에 들어간 스콧의 신작 '에이리언: 커버넌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매 순간이 긴장과 파격의 연속입니다.

전작들에 소개된 에이리언은 '페이스 허거' 등 숙주에 들러붙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제노모프' 모델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신작에는 식물의 포자 형태로 생물체에 흡수돼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네오모프' 형이 추가됐습니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무엇보다 이번 '커버넌트' 편은 1937년생인 스콧의 필모그래프 중 가장 철학적인 작품으로 손꼽힐 것 같습니다.

전작 '에이리언'(1979)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 및 인간과의 조우 가능성에 대한 사람들의 의문을 생존게임의 형태로 보여줬습니다. '에이리언'의 프리퀄 격인 '프로메테우스'(2012)에서는 인류의 근원과 창조자에 대한 의문을 디스토피아로 연결 지었습니다.

신작 커버넌트는 에이리언의 정체와 탄생 과정을 밝히고, 나아가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관계에 대한 담론 중 가장 불편한 의문을 다룹니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극 중 우주 식민지 탐사선 '커버넌트호'는 인류 생존에 가장 적합한 행성을 발견하고 착륙합니다. 승무원들과 인공지능 인간인 '월터'(마이클 패스벤더)가 샘플 채취를 위해 행성을 탐험하던 중 일부 인원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됩니다. 감염자를 숙주로 삼는 지능형 괴생명체 '에이리언'이 커버넌트 일행을 살육하기 시작하면서 생존 전쟁이 시작됩니다.

탐사팀의 리더인 '다니엘스'(캐서린 워터스턴)는 생존 인원을 이끌고 도주한 끝에 행성의 유일한 생존자로 보이는 의문의 사나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십여 년 전 행성에 불시착한 프로메테우스호에 타고 있던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마이클 패스벤더)이라고 소개합니다. 먼저 다녀간 탐사팀에 대한 놀라움도 잠시, 커버넌트 일행은 더욱 처절한 생존 전쟁에 직면합니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포스터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포스터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창조'는 이번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큰 줄기입니다. 그렇기에 그 어느 전작들보다 에이리언의 피조물로서의 지위가 강조됩니다.

창조 모티브는 커버넌트를 전작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도 합니다. 전작 프로메테우스에서 탐사팀의 리더 찰리는 농담 삼아 "유전자와 두뇌 반쪽만 있으면 창조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창조의 과학적 가능성에 주목한 발언입니다.

커버넌트는 창조를 '욕구'로 접근합니다. 창조자와 피조물의 차이는 창조 능력이 아닌 창조 욕구라는 설정입니다. 에이리언이나 인공지능 역시 인간보다 뛰어난 힘과 생존력을 가졌지만, 창조 욕구가 없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창조자보다 뛰어난 피조물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그런 점에서 인간 정서를 가진 인공지능 로봇인 데이빗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데이빗은 인간의 피조물이지만, 외로움을 느끼고 거짓말을 하고 예술 행위를 합니다. 프로메테우스 편의 엔지니어처럼 피리를 연주하기도 합니다.

데이빗의 '인간다움'에 불편을 느낀 인류는 차후 '월터'처럼 인간적인 정서가 없는 인공지능 모델만 생산합니다. 이러한 창조자의 불편함을 재해석해보면 프로메테우스에서 인간의 창조자로 조명된 '엔지니어'들이 인류를 공격하려던 이유도 자연스레 드러납니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스콧은 자신의 재능 중 캐스팅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자평해왔지요. 이번 작품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과 월터를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의 1인 2역이 놀라웠습니다.

월터와 데이빗이 만나 창조에 관해 토론하는 장면은 커버넌트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현재로부터 약 1세기 후인 시점에 두 '기계'가 나누는 대화는 지극히 논리적이지만, 현대 관객에게 여러 가지 음산한 상상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여성 리더를 내세우는 역대 에이리언의 전통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의 여주인공 캐서린 워터스턴은 전작 대비 가장 순수하고 인간적인 리더인 다니엘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시고니 위버의 여전사 '리플리'와 누미 라파스의 이타적 과학자 '엘리자베스 쇼'와도 전혀 다른 여성상입니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정교하면서 상상력 넘치는 미장센 역시 스콧의 에이리언이 가진 특색입니다. 우주선은 물론, 지구와 유사하면서도 인간의 자취가 없는 장엄한 자연경관이 인류 탄생 전 지구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포스터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포스터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올가을 여든 번째 생일을 앞둔 스콧은 스스로 무신론자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인간보다 우월한 외계인이 인류와 조우할 가능성을 강하게 긍정했지요. 어느 때보다 에이리언 세계관의 현실성을 강조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번 신작 커버넌트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오래가는 여운과 토론의 장을 선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9일 개봉.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제공]

jw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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