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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에 北中 '민낯'…분수령 향하는 북핵 프로세스

고강도 中압박 직면한 北, 핵보유 의지 재확인하며 中에 견제구
최악의 긴장이냐, 전격 대화냐 '갈림길' 앞둬…北 선택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트럼프발 고강도 압박에 북핵 문제 해결의 중대 변수인 북중관계가 '민낯'을 드러냄에 따라 북핵 프로세스는 분수령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북한이 3일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4일 노동신문에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게재한 '조중(북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중국이 조중관계의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밝힌 것은 트럼프의 북핵 해결 드라이브가 교착 상태의 북핵 판도를 흔들고 있음을 보여준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트럼프의 요구에 부응한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북한은 결국 핵보유를 통한 '자강'의 길에서 벗어날 뜻이 없음을 밝히는 동시에 중국의 압박에 호락호락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임을 이번 논평을 통해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평에서 "그가 누구이든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우리의 핵보유 노선을 절대로 변화시킬 수도 흔들 수도 없"다고 한 대목이나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는 대목은 핵보유 의지를 확고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논평은 "이미 최강의 핵보유국이 된 우리에게 있어서 선택의 길은 여러 갈래"라며 러시아 등을 중국의 '대체제'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중국이 중시하는 북한의 '완충지대' 효과를 없앨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까지 내포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과거 미중이 치열하게 갈등할 때 같으면 일찌감치 핵실험 등을 통해 판을 키웠을 북한이 트럼프의 완력으로 생긴 새로운 미중관계 속에서 향후 행보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이런 적나라한 반응을 보이기 앞서 중국도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의 외과수술식 북한 핵시설 타격시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언급하거나 추가 핵실험시 대북 원유 공급을 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북한을 향해 '민낯'을 보여줬다.

'북한 핵문제를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다'며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앞에서 중국도 한반도 상황의 현상유지에 안주할 수 없게 되자 북한을 향해 얼굴을 붉힌 것이었다.

일단 '위기의 4월'을 넘긴 북핵 프로세스는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 전략적 도발과 전격적인 대화 등 두 시나리오로 갈라지는 길목을 향해 가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판을 깨기 위해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카드를 쓸 경우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과 미국의 북핵 시설 폭격 검토가 교차했던 1994년에 버금가는 최악의 위기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 그 때가 되면 중국도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기에 중국의 대북정책도 '진실의 순간'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4일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 하에서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 국가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었는데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트럼프의 강력한 대중압박 정책으로 생긴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과연 전술적 변화인지 전략적 변화인지에 대해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당분간 도발을 자제할 경우 중국 주도로 대화 모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국무부 직원 대상 연설을 통해 대북 압박을 단계적으로 높여갈 뜻을 밝히는 동시에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에 열린 입장임을 재차 천명했다.

대 중국 비난 논평에서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재차 밝힌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결단 요구를 선선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며, 새로운 대북 접근을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핵군축 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극히 작아 보인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이 '체제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가졌다'는 북한의 주장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은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병행하자는 중국의 주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 때문에 중국의 중재 하에 북미간 탐색전 성격의 1.5트랙 대화(북한 당국자들과 미국 민간인들 간의 대화) 등 대화 모색이 앞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과의 1.5 트랙 대화를 하려 했다가 직전 터진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취소한 바 있다.

이 같은 중요한 국면에서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의 외교·안보 현안 목록에서 북핵을 최우선 순위로 올리는 데 기여를 했다고 자평하지만 앞으로 초긴장 또는 대화로 국면이 전환할때 상황을 주도할 외교력은 갖지 못했다는 게 중평이다.

9일 대선을 거쳐 출범할 한국 새 정부는 '강대강'의 긴장 국면과 대화 국면 등 두가지 상황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총동원해 북에 경고(PG)
중국, 관영매체 총동원해 북에 경고(PG)[제작 최자윤, 이태호]
북중 관계 붉은 선(레드라인) 넘고 있다 (PG)
북중 관계 붉은 선(레드라인) 넘고 있다 (PG)[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흔들리는 北中관계'…관영매체 동원해 거친 설전
'흔들리는 北中관계'…관영매체 동원해 거친 설전(베이징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사진)이 지난달 15일 평양 군사 퍼레이드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지난달 7일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들러 빌 워커 알래스카 주지사와 회담하며 미소짓는 모습. 북한조선중앙통신이 3일 논평을 통해 조중관계의 '붉은 선'(레드라인)을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맹비난하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4일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 비이성적 사고에 빠져있다며 비이성적 주장에는 맞설 필요가 없다는 식의 논평으로 맞서 과거 혈맹을 자랑하던 북중관계가 흔드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ymarshal@yna.co.kr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5/04 17:5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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