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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더 슬퍼요"…버려진 아이 한 해 4천500여명

송고시간2017-05-05 07:30

손가락질 두려워 보육원 간판도 못 달아…"사회가 감싸야"

(화성=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고아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요."

부모에게 버림받아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5월은 유독 더 쓸쓸하다.

이유도 모른 채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사는 것도 서러운데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양육 시설에 대해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이 이들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한다.

간판이 없는 보육원 건물
간판이 없는 보육원 건물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 단지 뒤편을 걷다 보면 간판 없는 한 보육 시설을 만날 수 있다.

'신명아이마루'는 1961년 서울에서 신명영아원으로 창립된 뒤 경기 오산을 거쳐 2010년 11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전한 지 7년이나 됐는데도 "엄마 아빠 없는 아이"라는 손가락질이 두려운 아이들의 반대로 간판을 달지 못했다.

아이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돼 영유아 시설을 전전하는가 하면, 재혼 가정에서 학대당한 경우, 엄마 젖에 입도 대지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기도 있다.

특히 신명아이마루는 베이비박스가 생긴 지난 2011년부터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동들을 적극적으로 돌보고 있다. 이곳에 입소한 5세 미만 아동 41명 중 대부분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왔다.

갓난아기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대도 제각각인 52명의 아이들은 그렇게 가족이 됐다.

다행히 아이들은 직원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으로 밝게 자라고 있다.

보육원 측은 아이들이 엄마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직원 또는 자원봉사자를 일대일로 연결해 함께 유원지에 놀러 가거나 등산을 가는 등 다양한 야외, 문화 활동을 진행한다.

이해근 원장은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온전한 가정을 꾸려 살아갈 수 있게끔 종종 집으로 아이들을 초대해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들의 밝은 웃음 뒤에는 '부모로부터 버려졌다'는 상처가 아물지 않고 남아있다.

여기에 또래 친구들의 손가락질과 사회의 색안경은 아이들을 위축시키고 방황하게 만든다.

한번은 보육원 인근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CCTV가 고장 나자 일부 주민이 보육원에 있는 아이를 용의자로 잘못 지목한 일이 있었다. 이들은 "처음에 건물이 지어질 때 무슨 용도인지 몰랐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못 짓게 했을 것"이라고 비수가 되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한 초등학생 원생이 학교에서 말썽을 부리자 일부 학부모는 이 원장에게 "보육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안 되느냐"고도 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시설에 산다는 사실을 숨기려 보습학원이 끝나고 통학차량을 타고 귀가할 때 시설 앞이 아닌 한두 정거장 전에 미리 내리곤 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를 마음 아파한 이 원장은 4년 전부터 매년 한 차례 보육원 앞마당에서 나눔 바자회를 개최한다.

수익금을 학원비 등 교육 비용으로 충당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주민들과 교류 기회를 늘려 아이들이 지역에서 편견 없이 생활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 원장은 4일 "아이들에게 '부모가 없는 것은 너희의 잘못이 아니다. 떳떳해져야 한다'라고 말하며 다독이지만,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아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온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공동체 의식을 갖고 따뜻하게 감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빈곤과 실직, 이혼 등의 이유로 보호자로부터 버림받은 18세 미만의 아이들은 모두 4천503명이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영아는 2011년 24명에서 2012년 67명, 2013년 224명, 2014년 220명, 2015년 206명, 2016년 223명으로 줄지 않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아기는 모두 61명으로 집계됐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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