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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황금연휴 특강에 학생은 '녹초' 학원은 '방긋'

송고시간2017-05-02 06:00

학원들 "이번 기회 꼭 살려야" 불안 마케팅

대치동 학부모들 많게는 100만원 이상 추가 사교육비 부담

"대선후보들 사교육 문제 해소 공약 꼭 지켜졌으면"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이승환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황금연휴를 잊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없어도 사교육 부담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지만 학원들은 하루 3∼6시간의 단기 특강으로 고액 수익을 확보했다.

연휴가 한창인 1일 오전 대치동 학원가 건물 간판은 햇살을 받아 '수학' '서울대' '1등급'이라는 굵은 글씨가 선명했다. 초여름 날씨에도 짙은 색 교복 재킷을 걸친 학생들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건물 주변을 오갔다.

커피숍 테이블에 앉아 교재를 펴고 볼펜으로 밑줄을 긋는 학생과 학부모도 보였다. 대다수 강남 학생은 이날 중간고사를 치렀으나 해방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모(17)군은 "수요일부터 학교 수업이 없지만 3시간씩 국어와 수학 학원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힘없이 말했다.

힘없이 터벅터벅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이군은 기자가 농담을 건네도 전혀 반응하지 않은 채 "힘들어요. 힘들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명문고에 재학 중인 구모(19)군은 연휴 동안 이틀만 쉬고 하루 3∼4시간씩 학원 수업을 받는다.

구군은 "고3이라 성적 부담 때문에 학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명문여고에 다니는 이모(19)양은 "국어, 영어, 수학을 포함해 논술 수업까지 오늘부터 특강이 이어진다. 어렸을 때 해외에 살아 성적을 내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달 사교육비가 수백만원에 달한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여기에 황금연휴 특강으로 몇십만 원에서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더 부담해야 했다.

고등학생 자녀 2명 사교육비가 500만원 정도인 이모(50)씨 "고3 딸의 연휴 특강료는 다 포함해 34만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저렴한 만큼 수강생들이 몰려 수업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씨는 "그러나 연휴 특강을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보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면서 "다른 집 자식들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낼 수 있겠나. 연휴 특강을 아예 없애든 해야 한다"며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카페에서도 공부
카페에서도 공부

(서울=연합뉴스) 이승환 기자 = 황금연휴가 한창인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카페에서 한 학생이 참고서를 펴놓고 공부하고 있다. 2017. 5. 1.
iamlee@yna.co.kr

대치동 학원들은 부모의 이러한 열성, 혹은 불안감에 화답하는 특강을 마련해 '특수'를 기대한다. 학원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수능 한 과목당 15명의 수강생을 대부분 확보한 상태였다.

한티역 인근의 한 소규모 수학전문학원은 3일부터 닷새 동안 매일 6시간 진행되는 고액 특강을 마련했다. 하루 수업료는 20만원으로 현재 5명을 모집해 연휴 동안 총 500만원의 '특강 수익'을 올렸다.

이 학원 원장은 "학생들이 원래 받는 학원 수업이 저녁에 있어 일부러 오전 시간대에 특강을 마련했다"며 "단기 수업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데 자신 있다"고 말했다.

연휴에도 학원 오가는 학생들
연휴에도 학원 오가는 학생들

(서울=연합뉴스) 이승환 기자 = 황금연휴가 한창인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거리를 학생들이 바삐 오가고 있다.
iamlee@yna.co.kr

사회탐구 영역 전문학원 관계자는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휴 동안 수능 동아시아사 특강을 마련했다"며 "내로라하는 강사가 나서기 때문에 학생들은 단기간에 동아시아사를 '마스터'할 수 있다. 학생들은 이번 기회를 꼭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동 학원가도 대치동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학부모들의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은 더 큰 듯했다. 이곳에서 만난 학부모들 일부는 "대출까지 무릅쓰고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사교육 문제 해소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대다수 학부모는 "막상 대통령이 되면 말이 달라질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뒀다는 이모(46·남)씨는 "유력 후보들이 논술 전형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대통령이 당선된 후 제발 공약을 이행했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47·여)씨는 "정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교육부의 행태는 중단돼야 한다"며 "교육 문제는 학력주의, 지역주의, 빈부 격차 등 고질적인 요소들이 바닥에 깔린 만큼, 교육 당국이 정권 눈치 보지 않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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