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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미곡처리장" 옛말…쌀값 하락에 폐업 속출

전국 미곡처리장 43.6% 적자 '허덕'…경영 악화로 10여년 새 33% 문 닫아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예로부터 쌀 방앗간은 부(富)의 상징이었다. 쌀이 귀하게 대접받던 시절이고, 시설 규모도 커 부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황금알 낳는 미곡처리장" 옛말…쌀값 하락에 폐업 속출 - 1

그러나 불과 10여년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현대식 시설을 갖춘 미곡종합처리장(RPC·Rice Processing Complex)으로 탈바꿈했지만, 쌀이 남아돌면서 예전같은 부귀영화는 사라졌다.

충북 옥천RPC도 미곡처리장 굴곡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설립 20년이 넘은 이곳은 자체 브랜드 쌀 '옥두미'를 한해 4천t 가량 생산하면서 알짜경영하던 시설이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쌀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곤두박질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최근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 업체는 지난해 1천200t의 벼를 사들였다. 72% 남짓한 도정수율과 가공·보관 비용을 감안하면 1포대(20㎏)에 적어도 3만2천원은 받아야 하는 데, 시장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30일 집계한 전국 평균 쌀 도매가격(20㎏)은 2만9천800원으로 1년 전 3만5천200원에 비해 15.3% 하락했다. 이 업체 입장에서 보면 벼를 가공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옥천RPC 관계자는 "해마다 1억원 넘는 적자가 나면서 누적액이 10억원을 넘어섰다"며 "창고 안에 남아있는 벼 350t만 처리하고 나서 공장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인근에 있던 청산농협RPC가 30억원의 누적 적자 때문에 문을 닫았다.

◇ '부의 상징'이었던 RPC, 2001년 이후 110여곳 문 닫아

RPC는 벼를 수집해 가공하는 도정시설이다. 건조·저장·가공·판매 과정을 일괄 처리해 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고급화하는 장점이 있다. 한때는 '황금알 낳는 사업'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RPC는 218곳이다. 농협 시설 148곳과 민간 시설 70곳이 운영되고 있다.

창고에 수북히 쌓인 벼 [연합뉴스 자료사진]
창고에 수북히 쌓인 벼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1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RPC는 2001년 328곳이 성업할 정도로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쌀 소비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정부의 통폐합 정책이 맞물리면서 10여년 만에 33.5%(110곳)가 사라졌다. 작년에 통합되거나 사라진 시설도 8곳이다.

문제는 살아남은 시설의 경우도 경영 상황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천하제일미'를 생산하는 충북 음성의 우농RPC는 몇 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천26t의 벼를 40㎏당 3만4천원씩 사들였는데, 쌀값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매입원가조차 회수하는 게 어려워졌다.

업체 관계자는 "보관·가공비와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면 20㎏ 쌀 1포대에 적어도 3만원을 받아야 하는 데, 요즘 시세는 2만6천∼2만9천원에 불과하다"며 "손해가 막심하지만, 적자를 줄이기 위해 헐값에 재고를 털어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소 여유가 있다는 농협PRC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규모 면에서 전국 '탑10'에 드는 전남 보성농협RPC는 작년 7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농협은 해마다 300여㏊의 계약재배한 벼를 수매해 프리미엄급 '녹차미인 보성쌀'을 생산한다.

문병완(전국 농협RPC 운영협의회장) 조합장은 "금융사업이나 마트·주유소 등에서 남는 수익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경영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농협RPC도 줄줄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상 최대 규모 쌀 재고량 탓 경영난 가중…"시장 유통량 줄여야"

정부는 지난해 농협RPC 88곳과 민간RPC 7곳이 적자 운영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국내 RPC 중 43.6%가 적자시설이라는 얘기다.

RPC 경영난의 원인은 남아도는 쌀이다.

미곡종합처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곡종합처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우리나라 쌀 재고는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은 351만t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Q)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 80만t을 4배 이상 웃돈다.

쌀이 남아돌면서 가격은 3년째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보성농협의 문 조합장은 "재고를 줄이지 않고는 쌀값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신곡만 격리하는데 그치지 말고, 묵은 벼까지 사들여 시장 유통량 자체를 대폭 줄이는 게 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쌀 유통구조 안정을 위해 RPC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년 경영평가를 통해 전국의 시설을 A∼F등급으로 분류한 뒤 최하위인 F등급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반면 높은 등급을 받거나 통합하는 시설에는 최대 30억원의 신축 및 시설개선자금을 주고, 한해 1조2천억원 규모의 매입자금도 이자 없이 빌려준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임지헌 사무관은 "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RPC 대형화를 유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게 정부의 방향"이라며 "수확기 벼를 더 많이 매입하도록 유도하고, 계약재배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gi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30 12: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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