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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선 감독 "톱디비전 팀들과 경기, 소중한 경험될 것"

송고시간2017-04-29 09:14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 입성 쾌거

NHL 스탠리컵 두 차례 들어 올린 백 감독, 단기간에 기적 일으켜

감격한 백지선 감독 [하키포토 임채우 제공=연합뉴스]
감격한 백지선 감독 [하키포토 임채우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우크라이나를 꺾고 '키예프의 기적'을 완성하는 순간,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은 눈물을 터트렸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그도 믿어지지 않는 결과에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 최종 5차전에서 우크라이나를 슛아웃까지 가는 혈투 끝에 2-1로 꺾고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세계 랭킹 23위에 불과한 한국이 세계 최고 레벨의 16개국이 나서는 월드챔피언십에서 경쟁하게 된 것이다.

IIHF 홈페이지에 따르면 백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샷까지 무척 흥미진진한 경기였다"고 총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뛰었다. 그들은 우리의 샷을 막아냈고, 신체적인 우위에다 기술도 빼어났다. 우크라이나 골리는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며 5전 전패를 당한 우크라이나에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백 감독은 월드챔피언십에서 세계적인 강팀들과 대결이 앞으로 한국 아이스하키의 발전에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승격"이라며 "우리는 이제 톱디비전 팀들과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그런 강팀들과 경기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한 기회를 얻게 됐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념촬영하는 대표팀 [하키포토 임채우 제공=연합뉴스]
기념촬영하는 대표팀 [하키포토 임채우 제공=연합뉴스]

한국 아이스하키의 과거를 돌아보면 월드챔피언십 진출은 기적에 가까운 성과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2006년과 2010년 동계올림픽 지역 예선에 출전하지 않았다.

실력도 안 되는데, 괜히 나갔다가 돈은 돈대로 쓰고 망신만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내 지도자들은 수비수들에게 축구의 논스톱슛에 해당하는 원타이머를 하지 말라고 했다.

수비수들의 원타이머 슬랩샷은 가장 보편화한 공격 기술 중 하나지만 한국에서는 역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금지된 기술이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에서 나오는 개인기를 보고 따라 했다가는 '겉멋'만 들었다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백 감독이 2014년 7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한국의 현실이 그랬다.

그전까지 한국에는 전술을 체계화한 전술 가이드 북 자체가 없었다.

NHL에서 아시안으로는 처음으로 스탠리컵을 두 차례나 들어 올린 세계적인 수비수 출신인 백 감독은 그런 한국을 단숨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놨다.

백 감독은 비디오 분석과 함께 선수들에게 시스템 북을 나눠줬다. 거기에는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려주는 세부적인 전술이 담겨 있었다.

백 감독과 역시 NHL 출신인 박용수 코치의 지도 속에 선수들은 공수에 걸쳐 기본기를 다져갔다.

아울러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대표팀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과거 땀 냄새가 진동하고 지저분했던 대표팀 라커룸은 요즘에는 경건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선수들은 이동할 때면 항상 정장을 착용한다.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희는 선택받은 사람이다. 한국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느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귀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우크라이나전 승리 뒤 애국가를 진지하게 부르는 이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 백 감독은 토종 선수든, 귀화 선수든 상관없이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마크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하나 된 마음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서울 태생으로 1세 때 부모를 따라 캐나다에 이민한 백 감독은 1990년대 초반 NHL 명문 피츠버그 펭귄스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면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NHL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스탠리컵을 두 차례나 들어 올렸다.

범접하기 어려운 경력에다 백 감독이 지시한 전략이 경기에서 그대로 적중하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선수들의 백 감독에 대한 신뢰는 가히 절대적이다.

백 감독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체력을 덧입혔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지치지 않는 체력을 앞세워 카자흐스탄(5-2승), 헝가리(3-1승)에 모두 3피리어드 역전승을 거두고, 우크라이나와 연장 혈투 끝에 웃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백 감독과 대표팀은 이제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기적에 도전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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