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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백지화·자사주 소각…삼성 경영권이 정말 위험해지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지난 27일 선언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지분의 13.3%인 자사주 보유분을 내년까지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 데 이어 자사주까지 소각하면 삼성전자 경영권이 공격받을 우려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일리 있는 얘기일까.

◇ 총수 지배력 확대 카드 버려…"경영권 방어 수단 마땅치 않아"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쪼개는 방안은 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거론돼왔다.

이 작업을 '조금 덜 비싸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드가 바로 자사주인데, 삼성전자는 13.3%나 되는 자사주를 스스로 없애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에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애초 지주사 전환의 이유로 꼽혔던 이 부회장의 경영권이다.

취약한 지분율에도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온 그의 경영권이 투기 자본 등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0%뿐이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3.54%. 삼성물산·생명 등 계열사가 가진 지분을 합쳐도 18.45%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은 얼마 되지 않는 우호 지분으로 시가총액 300조원이 넘는 기업을 이끌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3년간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그는 더욱 불안한 처지다.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발을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경영권 공격'으로 본다면, 이를 막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법 개정도 변수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금융회사의 비금융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금융법 개정 등이 추진 중이다.

주주총회에서 신임 이사를 선임할 때 특정 이사 후보에게 표를 집중해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집중투표제도 논의 대상이다.

법이 허용되면 지분율이 높지 않은 해외 펀드도 이사회에 원하는 사람을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삼성전자 사외이사 중에서도 경영권 방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지주사 전환 결정에 반대한 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람에 펄럭이는 삼성 깃발
바람에 펄럭이는 삼성 깃발[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영 실적으로 말해야…취약한 지배구조가 근본 원인"

걱정할 것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에는 일단 이번 발표가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조회공시 요구도 없었는데 '검토 중'인 사안을 공시까지 하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며 "자사주 없다고 지주사 전환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눈앞의 대내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나면 몇 년 후라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면한 경영권 위협 이슈가 없고, 이 부회장의 구속 등의 사안이 지나가고 나면 삼성은 내부적으로 경영권 정비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해석이다.

시선을 지주사 전환에만 둔다면 삼성전자 주주들에게 자사주 소각은 '실망' 요인이겠지만, 주가 측면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론적으로 자사주 소각은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다. 전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에 주주들을 달래기에 좋은 방법이다.

과거 지주사 전환 등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과도하게 올라간 측면이 있었는데, 이 기대는 저버렸지만 자사주를 활용해 주주가치 제고를 실현한 것이다. 전체 유통 주식 수를 꾸준히 줄이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커진다.

무엇보다 주주는 경영 실적으로 평가하는데, 실적만 좋다면 굳이 경영진에게 적대적일 이유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물산 합병 반대부터 시작해 지주사 전환·분사, 특별배당 요구 등으로 이어지는 엘리엇의 행동은 '주주이익 극대화'를 우선으로 하는 헤지펀드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갈등을 유발하든, 총수에 우호적 제안을 하든 주주로서 명분과 실리를 얻는 길이라면 어디든 간다. 이들 제안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삼성전자 스스로 지배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투기적 성격의 자본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지만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거느리는 한국 특유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영 실적이 좋다면 굳이 회사가 잘못되길 바라는 주주가 있겠느냐"며 "주식회사에서 의결권은 돈을 낸 대로 갖는 것이고, 경영진은 주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noma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29 13: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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