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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요리 안 한 지 반세기…나는 독거노인"②

송고시간2017-04-30 08:00

"요리 못해 열등감…'윤식당' 위해 연습에 연습 거듭"

윤여정 "요리 안 한 지 반세기…나는 독거노인"② - 1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노심초사, 안절부절, 혼비백산….

'윤식당'을 영업하는 동안 오너 셰프 윤여정의 마음은 줄곧 이러했다.

이는 '베테랑' 나영석 PD도 예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반전이었다. 장사가 되든 말든 윤여정이 편하게 즐기다 돌아올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일흔의 윤여정은 주방에서 정성과 성심을 다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나영석 PD가 나보고 경주마 같다고 하더라고요. 옆을 못보고 앞만 보고 달려 나간다고. 방송을 보니까 내가 치매 노인 같더라고요. 정신이 나간 사람 같지 않나요? 어휴…"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것은 숙련된 셰프에게도 어려운 일. 그러나 윤여정은 해냈다. 평소에도 요리를 즐긴 덕분일까.

"내가 요리를 덮은 지 반세기입니다. 요리는 옛날 결혼생활 때나 했어요. 그러니 내가 못하는 걸 하라고 하니 내가 얼마나 열등감이 있고 무서웠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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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요리를 즐겨 하나.

▲내가 독거노인이 됐다. 우리 엄마가 94세인데, 여태껏 모시고 살다가 2년 전 교통사고가 난 후 돌볼 손이 많이 필요해서 실버타운으로 가셨다. 그때 우리 집에서 오래 일하던 도우미 아주머니도 그만두셨다. 그 이후로 나는 집에 혼자 있으면 굶는다. 새로운 도우미 아주머니가 가끔 오셔서 먹을 것을 만들어놓고 가시는데 음식이 있어도 손이 안 간다. 그래서 내가 뭘 먹느냐면 중환자들이 먹는 유동식을 빨아먹는다. 우리 엄마가 드시려고 사뒀던 것인데 내가 씹기도 싫어서 그걸 빨아 먹는다. 혼자 밥 먹는 것은 지옥이다. 혼자 밥 먹기 싫어 빨아 먹는다.

--그런데도 '윤식당'에서는 척척 음식을 만들었다.

▲겨우겨우 한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따끈따끈하게 바로 음식을 해서 내주는 거였다. 어떤 음식이든 바로 만든 것은 먹을 만하지 않나. 반대로 아무리 맛있는 것도 식거나 하루 지나면 맛이 없고. 그래서 빨리 만들어 따뜻하게 먹게 해줘야겠다는데 집중했다.

그러려고 연습에 연습을 했다. 사람은 연습을 해야한다. 인도네시아 가기 전까지도 연습을 계속했고 가서도 연습했다. 연기도 그렇고, 뭐든지 연습을 해야한다. 나는 재주는 안 믿는다. 재주는 반짝하다 끝난다. 미국에서 어떤 사람이 "하우 투 겟 투 더 브로드웨이?"(HOW TO GET TO THE BROADWAY)라는 질문에 "프렉티스"(PRACTICE:연습)라고 답했다더라. 그 사람은 브로드웨이까지 가는 길을 물었던 것인데, 브로드웨이 연극무대에 서는 방법을 물은 줄 알고 그렇게 답한 것이다. 연습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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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밀려들면 정신이 없었겠다.

▲근데 희한한 게 제일 피곤한 날이 손님이 없는 날이다. 온종일 서 있고, 안절부절못하면서 손님을 기다리느라 다리는 똑같이 붓는데 손님이 없으면 더 피곤하다. 막 요리를 하고 있을 때는 피곤한지 안 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송을 보니 나 자신이 너무 싫더라. 내가 등이 굽었는데 연기할 때는 신경 쓰고 똑바로 편다. 그런데 식당 하면서는 정신이 하나도 없으니 절로 굽어지는 거다. 거기에 내가 늙어서 머리카락이 가는데 해풍이 부니까 막 산발이 되는 거다. 방송 보면서 제작진한테 왜 나한테 모자 쓰라고 안 했느냐고 뭐라고 했다. 근데 제작진도 현장에서 정신이 없어서 그것까지 못 본 거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선생님 봉두난발이 오히려 보기 좋아요" 란다. 참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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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이 화제가 된 만큼 이런저런 말도 나온다.

▲나는 댓글을 안보는데 주변에서 친구들이 전해주더라. 아마 그네들 자식들이 얘기하는 걸 전달하는 거겠지.

내가 노안에 심한 근시라 눈이 안 보인다. 거기가 햇빛이 얼마나 강한지 아냐. 너무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안 낄 수가 없다. 그런데 선글라스 끼고 요리했다고 뭐라고 하고 머리가 지저분하다고 욕하고….

장갑 얘기도 많이 나왔나 본데 그 장갑은 위생적으로 하려고 낀 거다. 그 장갑 수도 없이 갈아 끼웠다. 내가 결벽증이면 결벽증이지 더럽게는 안한다. 하루에도 열두번은 갈아끼우며 촬영했다. 위생도 위생이고 불 앞에서 손이 뜨거워서 그거 안 끼면 요리를 할 수가 없다.

내가 악플에 속상해하니까, 이서진이 뭐하러 그딴 말들을 듣냐고, 그런 말 하는 사람들 만나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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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처럼 휴양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게 '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대라면, 젊은 나이라면 한번쯤 이국에 가서 천막을 치고 하든 어쩌든 음식 장사하면서 여행 경비 뽑는 경험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배낭여행하는 대신 한곳에 머무르면서 그렇게 해봐도 좋지 않을까. 요즘 일본에서는 명문대 나온 젊은이들의 70%가 오너 셰프한다는 말도 있더라.

하지만 늙어서는 안된다. 못한다. 75살 된 언니가 얼마 전 미국에서 전화를 했다. "여정아 너 식당 냈다며? 너 나이가 몇인데 식당을 내니. 너 요즘 TV 안 나오더니 식당 차린거냐. 이름이 윤식당이라며? 이름을 빌려준거냐. 내가 걱정돼 전화했다"며 혼자서 막 걱정을 늘어놓더라. 나이가 들면 남의 말을 잘 안 듣는다. 내가 설명을 하려는데도 언니가 내 말을 안 듣고 자기 얘기만 하는 거다. 그래서 그 얘기 다 듣고 난 뒤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다. (웃음) (③편에서 계속)

pretty@yna.co.kr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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