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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누구'…끊이지 않는 대학가 학과 통폐합 논란

송고시간2017-04-29 07:25

학교 "구조조정은 필수" vs 학생 "취업양성소 거부"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대학교 학과 통폐합 등 학사 구조개편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 측은 효율적인 학교 운영과 인구절벽에 따른 입학정원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하지만, 학생들은 "배움의 상아탑인 대학이 스스로 취업양성소가 되려 한다"라고 날을 세운다.

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대학들이 추진하는 학과 구조개편은 취업률이 낮은 기초학문은 다른 과로 통합되거나 폐지 수순을 밟고, 실용학과는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대학교 구조개혁에 고삐를 조이면서 대학가 구조조정 바람은 당분간 학내 구성원간의 갈등을 부추길 전망이다.

최근 경기대는 트랙제를 도입한 2018학년도 학과구조개편 초안을 공개했다가 학생들 반발에 부딪혀 몸살을 앓았다.

대부분 학과가 '트랙'으로 변경됐다. 국어국문과와 문예창작과가 통합돼 한국어 문학 트랙으로, 사학과는 역사콘텐츠학 트랙 등으로 바뀌었다.

학생들은 "트랙제가 시행되면 매년 비인기학과들은 통폐합되고 그 과정에서 해당 교수들은 다른 학과로 배정받거나 더는 재직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학과 통폐합과 교수해임을 통해 학교 운영비를 충당하려는 목적이 담겼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교가 추진하는 개편안은 특수 또는 순수학문을 인기학과와 합병해 해당 학과를 없애려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취업하러 학교에 온 것이 아니라 학문을 배우러 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재학생은 익명 기고를 통해 "높은 취업률은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지만, 우리는 직업훈련소에 돈을 주고 온 수습생이 아니다"라며 "조직의 효율과 취업률보다 학문의 다양성과 학생들의 진로 결정 보호가 학문기관의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학과 구조조정안 통과 여부를 논의할 이사회가 열린 지난 28일 재학생들이 본관 앞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며 집회를 연 모습. [경기대 재학생 제공]

학과 구조조정안 통과 여부를 논의할 이사회가 열린 지난 28일 재학생들이 본관 앞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며 집회를 연 모습. [경기대 재학생 제공]

가천대에도 최근 학교가 발표한 특정 학과의 소속대학 이동, 통폐합 등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내걸렸다.

한 재학생은 "학교가 제시한 개편안은 교육부로부터 좋은 평가만을 받기 위한 것이지 학생들을 생각한 결정은 아니다"라며 "학교 주인은 학생인데, 정작 그에 대한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교 기획처 관계자는 "앞으로 입학정원 감소도 문제지만, 학교는 교육부가 제시하는 정책을 무시하고 자체적인 운영 방안을 정할 수는 없다"라며 "실용학문 중심으로 학사구조가 개편되는 것은 학교의 자체 진단 결과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학교와 학생의 미래를 생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김병국 정책실장은 29일 "정부가 기초학문이나 지역 발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없이 단순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라 정책을 설계했기 때문에 대학들이 이를 따라가려다가 그 과정에서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대학평가 기준이 폐기되고 재설비되지 않는 이상 기초학문 붕괴나 학내구성원간 갈등 문제는 끊임없이 불거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거점대학 설정 등을 통해 순수학문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학교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학생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을 논의에 참여시켜 방향을 함께 설정해야 한다"라고강조했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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