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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명나라 정보기관 '동창' 권력 황제를 능가했다

송고시간2017-04-29 09:00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국가정보원 개혁을 공약해 새 정부에서는 역할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국내 정보 파트를 없애되 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국정원 권한을 축소하기로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국내 정보기능 유지에 무게를 뒀다.

홍 후보는 종북세력 색출을 위해 대북·대공 수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유 후보는 국내 정보를 수집하되 간첩·테러에 국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정원 전신은 1961년 창설한 중앙정보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모델로 삼아 만들어졌으나 평판은 좋지 않았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누리며 각종 일탈과 불법을 일삼은 탓이다.

[숨은 역사 2cm] 명나라 정보기관 '동창' 권력 황제를 능가했다 - 1

선거 개입이나 간첩 조작, 민간인 사찰 등이 불거질 때는 중국 명나라 '동창'에 비유되기도 했다.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1360~1424년)가 창설한 동창은 중국 역사에서 최고 악명을 날린 정보기관이다.

영락제는 1402년 명나라 2대 황제인 조카 건문제를 내쫓고 권력을 잡는다.

쿠데타로 집권한 탓에 늘 불안에 떨었던 그는 정적을 상시 감시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렇게 해서 정보기관 동창이 1420년 탄생한다.

수집 정보는 반란 조짐이나 모함 동향에서 낙뢰 등 날씨 정보와 시장 물가까지 무제한이었다.

관료와 황족, 군인 등 주요 인물은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했다.

영락제는 쿠데타 당시 충성심이 입증된 환관 세력에 동창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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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은 양날의 칼이었다.

관료 집단을 견제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됐지만, 폐단도 만만찮았다.

황제 비선으로 행세하며 온갖 전횡을 일삼아 국가 기강이 문란해졌다.

황제 눈과 귀를 가린 탓에 불필요한 전쟁도 벌이게 된다.

대함대를 이끌고 외국 원정에 나선 정화도 환관 출신이다.

25년간 동남아와 아라비아, 아프리카 일대를 항해했다.

동창은 체포·신문·판결·처형 권한을 가진 초법적 기구였다.

죄가 있든 없든 동창에 끌려가는 사람은 반신불수가 되거나 죽기도 했다.

동창 건물 옆에는 송나라 영웅 악비(1103~1142년) 사당을 세웠다.

악비는 금나라 군대와 싸워 대승을 거둔 송나라 명장이다.

동창을 국가수호 기관으로 선전하려고 악비를 활용한 듯하다.

꽃다운 이름이 후세에 길이 전해진다는 뜻으로 '백세유방'이라는 글도 내걸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한국 안기부 부훈을 떠올린다.

동창 수장의 권력은 황제를 능가하기도 했다.

환관 위충연은 황제를 만나도 말에서 내리지 않을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환관 위충연은 황제를 만나도 말에서 내리지 않을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건달 출신인 위충연이 그런 인물이다.

1623년 위충연은 15대 황제 천계제(1605~1627)를 대신해 정무를 장악한다.

위충연이 무소불위 힘을 갖자 전국에서 사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죽은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사당이 살아 있는 권력자를 기리는 용도로 세워진 것이다.

제관들은 이런 사당에서 절을 할 때 구천세를 외쳤다.

천자에게만 하는 만세에서 1천세를 낮춰 구천세로 한 것이다.

위충연이 외출할 때는 길거리 백성이 구천구백세를 연호했다고 한다.

황제를 만나도 말에서 내리지 않을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환관이 득세한 탓에 나라가 온통 썩어들어갔다.

결국, 천계제를 이은 숭정제(1611~1644) 때 농민 반란 등으로 명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대한제국 고종 황제도 1902년 정보기관을 운영했다고 한다.

황제 직속 제국익문사라는 조직으로 국내외 정보를 다뤘다.

한반도 침략을 노린 일본인 동태 감시가 핵심 임무였다.

수사권 없이 비밀리에 활동한 덕에 월권 논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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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부도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갖되 민간정부가 들어서면 포기할 계획이었다.

수사권을 쥐면 미국 CIA와 연방수사국(FBI)을 합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수사권 이양 약속은 지금까지 지키지 않았다.

국정원이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보 수집 대상은 테러와 북한 동향, 산업스파이 등으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기구 개편과 별도로 조직 구성과 활동 범위를 최대한 공개할 필요도 있다.

조직이 투명해질수록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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