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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느낌은 일생에 단 한 번"…객석에 남은 먹먹한 선율

송고시간2017-04-24 13:15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리뷰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모습 [연합뉴스 DB]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모습 [연합뉴스 DB]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불확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겁니다.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예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화려한 무대 장치나 배우들의 폭발적인 성량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은 아니다.

대신 감성적이고 섬세한 선율, 일몰과 일출에 따라 빛을 바꾸는 아름다운 무대, 두 남녀의 짧았지만, 영원했던 사랑 이야기가 천천히 객석을 물들인다.

무엇보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확실한 느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극이 끝나면 관객 누구나 일상 속에서 경험했거나 경험하게 될 '확실한 순간'과 그 순간에 내려야 하는 '선택'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된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동명의 소설(1992)과 영화(1995)로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마을에서 "납작하고 밋밋한" 일상을 살고 있던 주부 '프란체스카'(옥주현)와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로즈먼 다리 촬영차 마을을 찾은 자유분방한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박은태)는 나흘간의 운명적인 사랑을 나눈 뒤 이 기억에 의지해 여생을 산다.

이 작품에 대해 "불륜의 미화", "상투적이고 감상적인 표현 일색"이라는 혹평도 많았지만, 대중들에게는 큰 사랑을 받았다.

소설의 경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37주간 지켰으며, 전 세계 12개 국어로 번역돼 5천만부 이상 팔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리프 주연의 영화도 개봉 첫주에만 1천52만달러(한화로 약 120억원)의 수익을 거두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뮤지컬로는 201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는데, 이번 첫 한국 공연에서는 뮤지컬 스타 옥주현과 박은태를 원 캐스팅(한 배역에 한 배우만 캐스팅)하며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모습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모습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이들 배우는 안정적인 가창력과 연기로 제작진의 기대에 부응한다.

옥주현은 극 초반 수더분하고 생활력 강한 모습을 연기하며 '미국 시골 아줌마' 프란체스카를 잘 표현해낸다. 평화로운 일상에서 마음은 공허한 프렌체스카가 극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과 로버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실제 펑펑 울면서 연기한다. 특유의 풍성하면서도 따뜻한 음색이 돋보인다.

박은태도 극 초반 어느 것에도 속박되지 않은 자유로운 모습에서 프란체스카를 통해 "세상 속의 일부"가 되고 싶은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해낸다. 단단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떠나자"고 노래하는 부분 등이 인상적이다.

무대는 전반적으로 간결함을 유지한 채 로즈먼 다리, 옥수수밭, 프란체스카의 주방과 거실 등으로 변화한다.

무대보다 눈에 띄는 것은 빛의 쓰임이다. 해 질 녘 붉게 물든 로즈먼 다리, 옥수수밭 위로 펼쳐지는 별빛, 창문 밖으로 밝아오는 아침 풍경 등은 사진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모습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공연모습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다만 뮤지컬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현대극이다 보니 뮤지컬 특유의 과장된 대사 톤이 극 전반부에 다소 기름지게 전달되는 측면이 있다.

배우들이 소품을 직접 나르게 한 연출도 이들의 사랑이 끊임없이 '감시'받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해석은 되나 극 몰입을 방해하는 산만함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극은 갑자기 찾아온 운명 앞에서 사랑을 믿고 함께 떠날 것인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두 남녀의 심리를 비교적 섬세하게 잘 드러낸다.

로버트가 말한 "일생에 단 한 번뿐인 확실한 감정"은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일 수 있지만, 누군가 이루고 싶었던 꿈이나 한때 가졌던 열렬했던 열망 같은 것일 수도 있을 터다.

김태형 연출은 "우리 삶을 돌이켜 볼 때 중요한 순간이었던, 혹은 우리 삶에서 다가올 선택의 순간에 무엇이 더 중요한 가치인가 저울질 할 때 마음 한켠에서 처방전 혹은 해독제가 될 이야기로 남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막이 내려도 객석에서는 환호성보다는 조용한 박수가 이어진다. 옥주현은 커튼콜에서까지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

공연은 6월 18일까지. 티켓 가격은 5만~14만원.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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