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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저편에서 발견하는 삶…박영 장편소설 '위안의 서'

송고시간2017-04-24 10:45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작가 박영 [은행나무 제공]
작가 박영 [은행나무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유물 복원 일을 하는 정안은 어머니에게서 일찍 죽는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나이 서른을 갓 넘었을 뿐인데도 시야는 급격히 흐릿해지고 날카로운 통증에 고통받는다. 죽음이 임박했다는 생각에 박물관 연구실에 틀어박힌 채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한다.

상아는 재해를 당한 사람들이나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상담해주고 유족을 돕는 공무원이다. 어릴 적 의붓아버지에게 당한 폭력의 기억과 적자생존의 세계에 대한 강박으로 그의 일상 역시 경계심이 가득하다.

작가 박영(34)의 장편소설 '위안의 서'(은행나무)는 죽음을 언제나 곁에 두고 사는 남녀가 위안을 주고받으며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죽음을 끌어안은 채, 죽음의 저편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둘은 정안이 준비한 미라 전시에서 처음 만났다. 정안은 미라를 둘러싼 저고리의 애벌레 문양에 죽은 이가 저승에서 굶주리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상아에게 죽음은 그렇게 미화할 대상이 아닌, 냉정하고 잔인한 파국일 뿐이었다.

죽음 저편에서 발견하는 삶…박영 장편소설 '위안의 서' - 2

상아는 어느날 화재사고로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을 보고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사로잡혀 정안에게 연락한다. 둘은 전시실에서 한 차례 대화를 나눴을 뿐이지만 죽음이라는 관념을 매개로 서로에게 이끌린다. 정안은 상아를 지방의 유물 발굴 현장으로 데려가 위로하면서,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찬 제 삶도 조금씩 바꾸게 된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오로지 시간과 사투를 벌이기 위해 살아가는 것 말고, 어떻게든 눈앞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파편들을 끼워 맞추며 그것들에게 온전한 생명을 불어넣느라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소진하지 말고, 그저 흘러드는 시간을 온전히 만끽하는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161쪽)

작가는 작품을 쓰면서 "죽음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결국 하나로 연대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201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는 첫 발표작인 이 소설로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에 참여한 문학평론가 류보선은 "너무 본질적이어서 한동안 한국문학이 외면해온 문제를 온몸으로 밀고 나가거니와 끝내는 묵직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고 평했다. 184쪽. 1만1천500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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