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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어린 물고기 남획…갈치·쥐치도 씨 마른다

작년 어획량 갈치 3만t·쥐치 2천t 그쳐…포획규정 강화 '자원절벽' 막아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지난해 우리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92만t에 그쳐 44년 만에 100만t 선이 무너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단순히 생산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명태와 같은 '국민 생선'의 상업적 멸종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1981년 약 17만t에 달했던 명태 어획량은 2008년에는 정부 공식통계상 '0'이 되었다.

최근에는 갈치 등 다른 국민 생선의 급격한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울진 앞바다에서 잡힌 자연산 명태[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진 앞바다에서 잡힌 자연산 명태[연합뉴스 자료사진](울진=연합뉴스) 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국내 연안에서 자취를 감춘 자연산 명태 한 마리가 잡혔다고 6일 울진군이 전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울진군 바다에 쳐 둔 그물에 걸린 55㎝ 명태. 2017.4.6 [울진군 제공=연합뉴스]

갈치는 1974년에 17만t이 잡혀 고등어(8만t)의 두배를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3만t으로 줄었다.

그 결과 1974년에 ㎏당 52원으로 고등어(61원)보다 쌌던 갈치 가격이 지난해에는 8천506원으로 뛰어 국민 생선이 아니라 밥상에 올리기 어려운 '귀족 생선'이 되어가고 있다.

1986년에 32만7천t이 잡혀 노점상의 연탄불에 쉽게 오를 만큼 국민 간식거리였던 쥐포의 원료인 쥐치의 생산량도 지난해에는 2천t으로 급감했다.

대형마트 등에서 국산 쥐포는 구경하기 어렵고 건어물 전문점에서 10장들이 1팩에 2만~3만원을 줘야 살 수 있는 귀하신 몸이 됐다.

쥐치가 워낙 적게 잡히다보니 횟집에서도 고급횟감 대접을 받는다.

귀하신 몸 된 쥐치[연합뉴스 자료사진]
귀하신 몸 된 쥐치[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요 어종의 지난해 생산량을 역대 최대치와 비교하면 갈치는 80.6%, 고등어는 62.5%, 오징어는 51.8%, 멸치는 51.9% 줄었다.

이처럼 생산량 최상위권의 국민 생선들에서 자원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정삼 어업자원연구실장은 19일 말했다.

국민 생선이던 명태가 우리 연근해에서 사라진 것은 무엇보다 어린 물고기 남획 때문이다.

이정삼 실장은 "아직도 통계청 생산 분류 항목에 남은 노가리는 어종의 명칭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명태의 어린 새끼"라며 "1970년부터 노가리 어획이 허용되면서 어획량이 급증했고 1976년에는 전체 명태 어획량의 약 94%를 차지해 결국 멸종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결국 어린 물고기를 보호하지 못한 정부와 사려 깊지 못한 국민의 소비가 명태의 멸종을 불러왔다고 이 실장은 강조했다.

어린 물고기를 잡는 행위는 다 자라서 최소한 한 번의 산란을 통해 자원 재생산에 기여할 기회마저 박탈하기 때문에 '바닷속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부산 자갈치시장 좌판의 갈치[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 자갈치시장 좌판의 갈치[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조사를 보면 갈치와 참조기는 전체 어획량의 80~90%가 어린 물고기이고, 고등어와 살오징어는 30% 이상을 차지한다.

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5월부터 고등어, 참조기, 오징어, 갈치의 포획금지 체장(몸길이)를 정했지만 규정이 너무 느슨해 어린 물고기 보호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부산공동어시장에 위판된 풀치(갈치 새끼)는 포획금지 체장을 넘겼지만 아직 산란기에 도달하지 못한 어린 개체들이어서 정부의 규제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지면 어업과 관련 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 국민 밥상의 풍요로움도 사라진다.

정부는 2014년부터 사라진 명태 복원 등 '사라진 어종 살리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어린 물고기 남획을 막고 보호해 자원을 회복하는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민들의 자율관리 또한 일부의 도덕 해이 등으로 인해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국민이 어린 물고기와 알밴 고기를 사지 않는 현명한 소비를 통해 자원 회복에 동참하는 게 절실하다고 이정삼 실장은 말했다.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는 정부 단독에 의한 관리나 어업인의 자율관리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을 보완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해 소비자들이 소비권 행사를 통해 수산자원관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먼저 어종별 자원 상태에 대한 정보 공유가 선행해야 한다.

국민이 노가리가 어린 명태인 줄 모르고 소비해 멸종에 이르게 한 것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종별 수산자원의 고갈 정도, 보호해야 할 어민 물고기의 길이, 산란 시기 등을 소비자단체와 일반 국민에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한 수산물을 골라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인증마크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특히 어린 물고기와 알밴 물고기의 불법 유통과 판매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통해 소비자 참여를 적극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lyh9502@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19 16:3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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