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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없는 학살' 화학무기 민낯…책임 못묻는 국제사회 무능

무기력 대응 탓 이탈리아·이집트·이라크 이어 시리아서 또 되풀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시리아에서 지난 4일 발생한 화학무기 참사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대응이 다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망자가 수십명, 부상자가 수백명에 이르지만 화학무기를 썼다고 책임을 인정하는 주체는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을 주장하며 유엔 차원의 전면 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이자 시리아의 우군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12일 부결됐다.

앞서 지난 7일 미국은 화학무기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기지를 보복 차원에서 폭격했다.

분명한 경고 메시지이기는 하지만 단발적 군사행동이 화학무기를 규제하는 데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화학무기는 군인과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고 특히 소수민족을 박해하는 수단으로도 악용돼 인류의 수치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엄연한 국제법이 있음에도 이번 시리아 사태처럼 실태조사나 실질적인 제재 없이 사안이 묻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리아 독가스 참극 (PG)
시리아 독가스 참극 (PG)[제작 조혜인]

지난 세기 이후 화학무기가 처음으로 대량살상무기로 사용된 것은 1차 세계대전이었다.

전쟁 기간에 독일이 살포한 염소가스로 병사 9만여명 숨지고 100만여명이 눈이 멀게 되는 등의 장애를 안고 살았다.

1차 대전의 전체 사망자 1천7900만명 중에 독사스 사망자는 일부에 불과할 수 있으나 참혹함에 놀란 국제사회는 자구책을 찾았다.

국제연맹은 전쟁 때 독가스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조약을 만들어 1925년 대다수 국가의 서명을 받았다.

'질식성·독성 또는 기타 가스 및 세균학적 전쟁수단의 전시사용 금지에 관한 의정서'라는 명칭대로 화학무기 사용을 포괄적으로 금지했다.

조약에 서명하지 않고 냉전기에 화학무기를 비축하던 미국과 소련도 전쟁 때 화학무기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는 금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지된 선을 넘는 불량국가가 속속 등장했다.

이들 국가는 대체로 논란을 끝까지 부인하거나 강대국의 기대어 물타기로 후속 제재를 피하는 것이었다.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는 1936년 에티오피아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의 군대를 파괴하려고 겨자가스 폭탄을 떨어뜨렸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뒤따르지 않았다.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책임을 지지 않은 화학무기 논란의 사례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이집트도 1960년대에 예멘의 쿠데타를 지원하기 위해 겨자가스, 염소가스, 포스진 등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많은 사상자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정부는 논란을 미국, 영국의 선전전으로 치부했고 유엔은 무능력을 호소하며 사안을 포기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은 1985년 이란과의 전쟁 때 적군을 상대로 사린가스를 사용해 2만여명을 살상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참상. 사진은 후세인 정권에 화학물질을 제공한 네덜란드 기업인 프란스 판 안드라트를 2005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앞에서 규탄하는 시위대의 모습.[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참상. 사진은 후세인 정권에 화학물질을 제공한 네덜란드 기업인 프란스 판 안드라트를 2005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앞에서 규탄하는 시위대의 모습.[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후세인 정권은 이듬해에는 자국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해 민간인 5천여명이 숨졌다.

이 같은 후세인 정권의 잔학행위는 국제사회에서 아무 책임추궁이나 제재 없이 넘어갔다.

당시 이라크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이끌던 초강대국 미국의 동맹이었다.

레이건 행정부가 후세인 정권에 화학무기 기술을 전수하고 사용을 용인했다는 정황은 기정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시리아는 1970년, 1980년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세 차례 패배하면서 군사력 열세를 만회하려고 화학무기 개발에 착수했다.

서방 언론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등을 인용해 현재 시리아 정부가 1천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은 내전 중이던 2013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사린가스를 사용한 정황이 잡혔다.

미국 정부는 당시 사건이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이며 사망자는 어린이 400여명을 포함한 1천500여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끌던 미국 행정부는 시리아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며 무력 사용을 시사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98% 정부가 지지하는 화학무기금지협약이 발동하지 않는다면 국제체계라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침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시리아는 러시아의 중재로 그 해에 화학무기금지협약에 가입했다.

이 협약은 1925년 조약을 냉전종식 뒤 대거 보완한 것으로 화학무기의 사용뿐만 아니라 개발, 생산, 보유, 취득, 양도를 금지한다.

시리아는 2014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사찰을 받은 뒤 화학무기 전량 폐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정황은 끊이지 않았다.

유엔은 작년 보고서에서 시리아 정부가 2014년, 2015년 염소가스를 반군에 사용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 증거를 토대로 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은 올해 2월 28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한 달 뒤인 이달 4일 시리아 이들리브 주 칸셰이쿤에서는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린가스 공습으로 민간인 80여명이 숨졌다.

러시아와 시리아는 공습 때 테러리스트(반군)의 화학무기 저장고가 파괴되면서 독가스가 누출됐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jangj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16 10: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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