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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반 뼘 커지는 'A4용지 닭장'…사육환경 나아질까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양계장의 '공장식 사육'이 지목되자 정부가 알을 낳는 닭 한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을 상향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양계장에 대해선 10년이나 유예기간을 주기로 한 데다, 사육면적을 소폭 늘리는 것만으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질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현행 축산업을 보면 산란계(알 낳는 닭) 1마리의 최소 사육면적은 0.05㎡(25×20㎝)로 규정돼 있다.

A4 용지 크기(0.06㎡)보다도 작다.

1㎡에서 약 20마리를, 3.3㎡(1평)에서 66마리 정도 키우는 셈이다.

동물복지농장(친환경 농장)의 경우 마리당 사육면적이 0.14㎡, 1평에서 키우는 사육 마릿수가 20여 마리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계장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현행법에는 사육시설이나 케이지 높이와 축사 내 통로 간격 등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다.

이렇다 보니 좁은 철창으로 만들어진 '배터리 케이지'를 최대 12단(9m)까지 쌓아 올리고, 통로는 1m 이내로 사람 1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어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연합뉴스=자료사진]
[연합뉴스=자료사진]

하지만 이런 경우 가축 질병이 순식간에 축사 전체로 확산할 수 있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신속한 방역 조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번 AI 사태 때 70만 마리를 키우던 세종시의 한 산란계 농장도 도살처분에만 일주일이 걸렸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실제로 상당수 농가가 축사 내 통로가 너무 좁게 만들어놔서 사다리를 거의 수직으로 놓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 많았다"며 "올라간다 한들 닭장 안에 있는 그 많은 닭을 어떻게 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축산 선진국인 유럽연합(EU)의 경우 이미 지난 2003년 배터리 케이지 신축을 금지하고, 신규 축사는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이 0.075㎡ 이상인 '복지형 케이지' 사용을 의무화했다. 또 기존 농가도 2012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금지하면서 아예 방사 형태로 닭을 키우는 축사도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 농가에서는 밀식사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산란율을 높이려고 밤새 조명을 밝혀 잠을 안 재우는가 하면, 일주일 이상 모이를 주지 않고 이른바 '강제 털갈이'를 시키기도 한다.

급격한 환경변화로 충격을 받게 되면 일시적으로 산란율이 높아지는 생리 현상을 악용하기 위한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닭들이 철창에 감금된 채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려 가축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크게 저하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16일 AI 최초 발생 이후 5달 동안 도살 처분된 가금류 3천787만 마리 가운데 67%가 산란계로 피해가 가장 컸다.

이에 정부는 앞서 13일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앞으로는 산란계 사육업 신규 허가 시 케이지 높이는 9단(7m) 이내, 양계장 내 통로의 폭은 1.2m 이상으로 하도록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적정 사육면적 기준도 현행 마리당 0.05㎡(25×20㎝)에서 0.075㎡(25×30㎝)로 상향했다.

EU 수준으로 늘렸다고는 하나 겨우 손바닥 반 뼘 더 늘어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정부가 정작 기존 농가에 관해서는 부담이 가중되고 계란값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10년이나 유예기간을 주기로 해 대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동물복지 농장
동물복지 농장[연합뉴스=자료사진]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정부의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의 미봉책"이라며 "AI가 거의 매년 발생하는 건 결국 동물복지가 열악해서인데 케이지 크기를 반 뼘 늘린다고 해서 동물복지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양계장을 직접 가보면 대낮에도 컴컴하고 눈이 따갑고 냄새가 지독해 10분도 참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추진하는 축산시설현대화 사업마저 효율성과 방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고도의 생산성을 목표로 한 '공장식 축사'가 오히려 강화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하는 농가에 보조금이나 인센티브 등을 더 많이 줌으로써 친환경 농장을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15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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