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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국회의 무책임, 선거사범 의원에 '면죄부' 줬다

송고시간2017-04-14 05:55

선거구 획정 지연→2달간 선거구 실종→대법 "이 기간 불법기부 처벌 불가"

현역의원 2명 덩달아 무죄 가시권…"입법 미비 책임은커녕 방탄 혜택" 비판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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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지난해 2월 20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쌀 수십 포대를 나눠줬다가 재판에 넘겨진 K 의원은 당선무효형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이 "작년 1월∼2월 선거구 공백 기간 벌어진 불법기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선언적 판결을 13일 내렸기 때문이다.

이 두 달간의 선거구 실종은 K 의원이 한때 몸담았던 19대 국회가 의석수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법정기한 내 새 선거구 획정에 실패하며 벌어진 사태다.

이러한 국회의 무책임은 1년 후 불이익은커녕 K 의원의 금배지를 지켜주는 역설적 혜택으로 돌아왔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입법하지 말자고 야합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 무책임의 결과가 엉뚱하게 방탄 혜택

K 의원과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Y 의원은 작년 2월 자원봉사자에게 "가족과 식사하라"며 1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당선무효형 100만원 이하인 90만원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의 '처벌 불가' 판결의 영향으로 의원직 유지는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14일 대검찰청과 대법원에 따르면 이들 의원처럼 지난해 선거구 미획정 기간 불법기부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64명에 달한다. 이 중 32명이 이미 유죄를 확정받은 상태다.

K 의원과 Y 의원 등 31명은 재판 중이지만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혐의 입증 여부와 관계없이 무죄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날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구미시 의원은 스스로 혐의를 인정한 경우였다. 작년 1∼2월은 불법기부 사범 처벌의 '사각지대'가 된 셈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같은 처벌 공백기가 생긴 배경은 201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크다며 관련 공직선거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기존 선거구의 효력을 2015년 12월 31일로 못 박고 국회가 그 이전에 새 선거구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국회는 연말은커녕 2016년 4월 13일 선거일을 고작 한 달여 앞둔 3월 3일에서야 새 구획을 내놨다. 각 당이 획정 방식에 따른 의석수 증감을 놓고 주판알만 거듭 튕겼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기존 선거구가 법적 효력을 잃는 비상사태가 2달간 이어졌다. 이에 대법원은 "당시는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선거구민을 상대로 한 불법기부 행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종전까지 금지되던 기부행위를 일시적 선거구 공백 기간이라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처벌의 공백이 발생한 것은 국회의 입법지연에 의한 것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이번 판단이 국회의원들의 의도적 입법 태만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의원들이 시간을 끌수록 자신들의 선거법 위반이 처벌되지 않는 기간 역시 길어지기 때문이다.

◇ '우연히' 유죄 받은 사람들…구제는 난망

대법원의 전날 '처벌 불가' 판결은 불법기부 사범 64명 중 이미 유죄가 확정된 32명과 무죄를 눈앞에 둔 나머지 피고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낳는다.

유죄 확정자 중 2명은 수사과정에서 구속됐으며 30명은 1·2심에서 상소를 포기했다. 대법원 상고를 했거나 판결 시점이 미뤄졌을 경우 유무죄가 바뀔 수 있었음에도 '우연'에 의해 전과자 낙인이 찍힌 셈이다.

예컨대 제주도 마을 이장 천모(54)씨는 지난해 1월 총선 예비후보 A 씨를 위해 그의 자서전 80여 권(시가 100만 원)을 무료로 배포했다가 불법기부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17일 천씨에게 벌금 120만원을 확정했다.

그러나 작년 2월 서울 송파구 총선 예비후보 B 씨를 지지해달라며 선거구민 4명에게 1인당 8천800원짜리 점심을 샀다가 1·2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전 구의회 의원 김모(62)씨는 전날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선고 시점이 유무죄 판단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유죄가 확정된 사범들은 자신을 처벌한 법이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지 않는 이상 재심 신청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법부의 테두리 안에선 구제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죄 확정 피고인 구제는 입법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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