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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시아 '휠체어 여가수' 유로비전 참가허용 고심

송고시간2017-04-14 07:00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우크라이나가 오는 5월 자국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의 가요제인 '유로비전'에 러시아 대표인 휠체어 여가수 율리야 사모일로바(27)의 참가를 허용할지를 놓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사모일로바는 어린 시절 예방주사를 잘못 맞아 신체 장애인이 된 가수로 2014년 러시아 소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노래한 인물이다.

율리야 사모일로바 [타스=연합뉴스]
율리야 사모일로바 [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사모일로바가 자국법을 위반했다며 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사모일로바가 2015년 6월 콘서트 참가를 위해 우크라이나 당국의 허가를받지 않고 크림반도를 방문한 것을 입국 거부 이유로 삼았다.

사모일로바는 당시 러시아가 2014년 3월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열린 스포츠 진흥 콘서트에 참가해 노래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불법 점령하고 있다며 크림을 방문하려는 외국인은 자국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크림반도가 자국 영토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입국을 일단 거부한 우크라이나가 새삼 고민에 빠진 건 유로비전 주최 측인 유럽방송연맹(EBU)이 입국금지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앞으로 유로비전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기 때문이다.

EBU는 사모일로바가 러시아에서 노래하고 이를 위성 통신을 통해 화상으로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유로비전에 참가하는 방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했으나 러시아에 의해 거부당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입국금지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장차 우크라이나를 유로비전 참가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있지만, 스웨덴에서 열린 유로비전 지난해 대회의 앙금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스웨덴 대회에서는 우크라이나 대표인 자말라(33)가 우승했다. 소수민족인 크림지역 타타르계 혈통의 아버지를 둔 자말라는 옛 소련시대에 강제로 이주당한 민족의 비극을 소재로 한 노래를 불러 우승했다. 러시아의 정치가 등은 그의 우승에 강력히 반발했다.

유로비전은 우승자 배출 국가가 다음 해 대회 개최국이 된다. 러시아는 한때 우크라이나가 주최국이 되는 올해 대회를 보이콧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러시아 측 주관사인 국영 TV방송 '제1채널' 3월에 사모일로바를 대표로 선발했다.

우크라이나는 크림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엷어지자 초조해 하고 있다. 중요한 지원국인 프랑스에서는 "크림지역은 러시아 영토"라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우익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 1월부터 야당의원과 전직 군인들이 "적을 이롭게 한다"는 이유로 친러시아파가 지배하는 동부지역에 대한 철도수송을 봉쇄하자 포로셴코 대통령은 국가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비판했으나 3월에는 정부 스스로 봉쇄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못하는 정권"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였다.

그렇다고 사모일로바의 참가를 선뜻 허용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유로비전은 "다양성"을 주제로 내걸고 있다. "휠체어 여가수"의 참가를 막으면 국제적인 비판을 각오해야 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번 사태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쪽은 우크라이나 자신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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