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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우주비행 첫 주인공은 모스크바 유기견이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미국에서 최근 개가 어린이를 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시간 주에서 가정집 애완견 덕에 3살짜리 아이가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발가벗긴 채 남의 집 마당에 버려졌다.

집주인은 갑자기 이상 행동을 하는 개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가 아이를 발견, 구조했다.

이 개는 옛 주인의 학대로 다리와 갈비뼈가 부러진 채 버려졌다가 최근 입양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인의 심금을 울렸다.

[숨은 역사 2cm] 우주비행 첫 주인공은 모스크바 유기견이었다 - 1

개가 인명을 구한 영웅담은 우리나라에도 많다.

고려 시대에 생명을 잃을뻔한 주인을 살린 전북 임실군 오수개가 대표 전설이다.

주인은 술에 취해 들판에서 잠자다 산불이 번져 죽을 고비를 맞는다.

오수개는 시냇물을 묻혀 주인 주변을 뒹굴어 불을 끄고서 자신은 탈진해 숨진 이야기다.

1936년 평북 정주에서는 개가 아기를 살렸다고 한다.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에 설치된 오수의 개 동상(사진=한국관광공사)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에 설치된 오수의 개 동상(사진=한국관광공사)

포대기에 싸여 눈 속에 버려진 갓난아기를 품어 체온을 유지한 덕분이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매년 열리는 '아이디타로드 대회'는 충견 덕분에 탄생했다.

사람과 개가 한 팀을 이루어 썰매를 끌며 1천600km 구간을 달리는 경주다.

1925년 알래스카 외딴 마을에서 생긴 일화가 대회에 얽힌 사연이다.

당시 이 마을에 디프테리아가 창궐해 주민들이 불안에 떤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백신을 맞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아이들은 하나둘씩 숨졌다. 그런데도 아무런 묘책이 없었다.

백신이 있는 앵커리지까지 1천600km 떨어진 데다 썰매가 유일한 교통편이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혹한에다 눈보라까지 몰아쳐 조난 우려도 컸다.

마을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공포에 떨 때 기적이 일어난다.

청년 20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앵커리지까지 가서 백신을 가져와 아이들을 살린 것이다.

개 100여 마리가 청년들을 썰매에 태워 밤낮없이 쉬지 않고 달린 덕분이다.

아이디타로드 대회는 몰살 위기에서 아이들을 구한 쾌거를 기념하려고 1973년 시작됐다.

인간의 우주탐험 시대를 여는 데도 개는 지대한 공헌을 한다.

지구궤도에 처음 진입한 인공위성에는 사람이 아닌 개가 탑승했다.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한 라이카(사진=유튜브)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한 라이카(사진=유튜브)

주인공은 1957년 러시아 스푸트니크 2호에 탄 라이카라는 개다.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궤도 비행에 성공한 지 한 달 만이다.

스푸트니크 1호에는 아무런 생명체도 없었다.

라이카는 우연한 계기로 인공위성에 오른다.

주인에게 버림받아 모스크바 길거리를 배회하다 항공의학연구원의 눈에 띄어 우주견으로 발탁된다.

라이카는 우주공간에서 견디는 특수훈련을 거쳐 원통형 위성에 실려 날아간다.

생명체가 무중력 상태에서 적응할 수 있는지 점검하려는 목적에서다.

위성에는 라이카가 먹을 물과 젤리 음식이 실렸다.

맥박, 호흡, 체온 등 생체반응을 측정하는 장비도 갖췄다.

측정 자료는 지상으로 보내져 인간 우주탐험용 정보로 활용된다.

라이카가 지구궤도를 돌자 전 세계가 놀란다.

우주여행에 성공한 첫 생명체였기 때문이다.

동물 로켓 발사는 미국에서 먼저 시도됐다.

1948년 로켓에 원숭이를 실어 쏘아 올렸으나 질식사했다.

햄이라는 침팬지도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죽었다.

스푸트니크 2호는 5개월 뒤 대기권 재진입을 하다 소멸한다.

그때 라이카는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안락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문은 45년 뒤에 거짓으로 밝혀진다.

라이카는 궤도에 진입한 당일 고열과 스트레스로 죽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비행 후 5~7시간 뒤 생명 신호가 중단된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생환에는 실패했지만 무중력 상태로 5시간 이상 견딘 것은 기념비적 성과였다.

사람도 대기권 밖에서 온도와 습기만 조절되면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모스크바 유기견이 인간의 우주탐험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실제로 유리 가가린이 4년 후 인류 최초로 지구궤도에 오르는 데 성공한다.

우주견 선발과 죽음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자 각국에서 추도 물결이 일었다.

추모곡 '스페이스 도그'라는 노래가 생겼다.

게임에도 이 노래를 넣어 개 희생으로 과학이 발전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했다.

모스크바 우주개발 기념비에는 라이카 이름이 새겨진다.

라이카 활약상은 문학과 영화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그림책으로 소개된다.

라이카가 죽지 않고 외계인을 만나 지구 대표로 환영받는다는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러시아와 동부 유럽, 북한 등에서는 기념우표가 발행됐다.

공산권과 달리 미국은 큰 충격에 빠진다.

장거리 미사일 등에서 앞선다는 자부심이 허구로 드러난 탓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서둘러 설립한 이유다.

안보 불안감도 커졌다.

스푸트니크는 미국 본토를 때리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대비책으로 1969년 아르파넷을 구축한다.

케이블이나 무선 데이터 통신망을 활용한 통신수단으로 인터넷 모태다.

결국, 정보통신혁명에도 우주견 희생이 기여한 셈이다.

[숨은 역사 2cm] 우주비행 첫 주인공은 모스크바 유기견이었다 - 4

역사상 가축 성공 1호인 개는 2만 년 전부터 인간을 위해 온갖 희생을 해왔다.

그런데도 개를 학대하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꼴이다.

개가 인간을 가르친다는 우스개 사자성어 '개인지도'는 세태를 반영한 것 같아 안타깝다.

had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17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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