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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울려 퍼진 "용서해줘서 고맙습니다"

경미범죄 심사로 '우울증 절도 새댁·책 훔친 공시생' 구제


경미범죄 심사로 '우울증 절도 새댁·책 훔친 공시생' 구제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지난 10일 오전 11시께 광주 북부경찰서 소회의실에 칭얼대는 갓난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앳된 얼굴의 새댁이 들어왔다.

광주 북부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광주 북부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광주 북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아이의 엄마인 A(18)양은 지난 1월 20만원 상당의 의류가 들어있는 택배물을 아파트 경비실에서 훔쳤다가 붙잡혔다.

A양은 학생 신분으로 남편을 만나 임신을 하게 됐고, 남편이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 벌이에 바쁜 사이 홀로 육아를 하느라 산후 우울증 증상을 보여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택배를 찾으러 간 경비실에서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A씨 사건을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넘겼다.

다른 전과가 없는 A씨가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 순간의 잘못된 마음에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유모차를 끌고 출석한 A씨를 위해 여경을 동원, 아이를 돌보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경미범죄심사위는 A씨의 사정을 고려해 법원의 즉결심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즉결심판을 받으면 20만원 이하 벌금이나 선고유예 판결이 가능해 처벌을 받아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

A씨는 "용서해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이날 경미범죄 심사를 받은 이들 중에는 지난 2월 도서관에서 수험 서적을 훔친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 B(33)씨도 있었다.

B씨는 광주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 3만원 상당의 한국사 문제집을 훔쳤다가 1주일 만에 주인에게 돌려주고 자수했다.

몇 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B씨는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에게 책값 3만 원을 달라고 손을 벌릴 수 없어 책을 훔쳤다.

사건 당시 B씨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시민 수십 명이 B씨를 돕고 싶다고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왔지만, B씨는 "염치가 없다"며 도움받기를 거절했다.

경찰은 어려운 형편 속에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B씨가 전과 없이 공무원시험을 치를 수 있게 즉결심판을 결정했다.

B씨는 경미범죄심사 과정에서 "아직 어린 나이에 형사처분을 받게 될까 봐, 장래 취직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며 "잘못을 반성하고 더욱 성실히 생활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열린 경미범죄심사에서는 누군가 놓고 간 화장품을 훔친 60대 일용직 근로 여성, 식당에서 신발을 훔친 50대 여성 등도 경미범죄 심사를 통해 훈방 조처됐다.

경미범죄심사위원장인 임광문 광주 북부경찰서장은 "피해가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전과기록이 남아 많은 불편을 겪었던 사람들의 권익을 제고하기 위해 심사를 진행했다"며 "엄중히 처벌해야 하는 중대 범죄는 철저하게 수사해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13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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