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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 원작자 소재원 "약자의 목소리 알리는 게 나의 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족 그린 '균', 위안부·한센인 이야기 '그날' 영화화
소재원 작가
소재원 작가[PF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위안부 할머니와 한센병 환자, 성폭행을 당한 아이, 치매 판정을 받은 아버지…

작가 소재원(34)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다.

영화 '터널'의 원작자이기도 한 그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상위 10%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약자"라며 "내가 방관하면 묻혀버릴 수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소설을 통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약자의 목소리를 소설 속에 담아온 작가 역시 어린 시절 가난에 시달리며 약자의 삶을 살아왔다.

"4~5가구가 함께 쓰는 공동화장실이 딸린 단칸방에 온 가족이 살았어요. 아버지는 3급 지체 장애인이었고, 어머니는 13살 때 집을 나가셨죠. 어린 시절부터 일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등교하기 전까지 신문과 전단을 돌리고 수업이 끝나면 자정까지 식당에서 배달일을 했습니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결심은 집 나간 엄마에 대한 원망에서 비롯됐다.

"가족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엄마 혼자 살겠다고 집 나간 것을 용납할 수 없었어요. 엄마를 찾아서 복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유명해진 나를 보고 땅을 치고 후회하게 하고 싶었어요. 돈 안 들이고 유명해질 방법을 찾다 보니 소설가가 되는 길밖에 없겠더라고요."

이렇게 시작해 처음 쓴 작품이 '터널'이다. 지난해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소설이지만 2003년 이 작품을 썼을 당시만 해도 원고를 들고 찾아간 출판사로부터 번번이 거절만 당했다.

첫 작품을 출판하는 데 실패한 이후 쓴 소설이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원작인 '나는 텐프로였다'다.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터널' 출간에 실패한 뒤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소재를 쓴다면 내가 최초니까 출판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호스트바를 생각해냈어요. 소설을 쓰기 위해 호스트바에 취업해 6개월 좀 넘게 일했죠."

그는 6개월간 일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매일 기록했다.

"정말 많은 인간 군상을 볼 수 있었어요. 6개월 일하고 취재하면서 쓴 글이 소설의 7배 분량이나 됐죠. 당초 1년을 예상하고 들어갔는데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7권 정도의 취재 기록을 압축해서 책으로 냈습니다."

호스트바에서 일할 때는 많은 돈을 벌었지만 이후 글을 쓰면서 다시 힘든 삶이 시작됐다.

"글을 써서 출판하기까지 2~3년은 걸린 것 같아요. 첫 출판에 실패하다 보니 자신이 없어져 고치는 데 오래 걸렸죠. 두 평 남짓한 월세 8만 원짜리 방 한 칸에 살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 산에 올라가곤 했는데 높은 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서 되뇌었던 게 있어요. 벼랑 끝이지만 아직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높은 데 있으면 도시가 예뻐 보이지만 높은 곳에 올라가서도 아래에 있는 목소리를 들어야지 풍경을 바라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죠."

이렇게 나온 '나는 텐프로였다'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본 감독들로부터 영화 판권계약 제의도 잇따라 2008년 '비스티 보이즈'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됐다.

'비스티 보이즈' 이후 조두순 사건을 바탕으로 아동 성폭행은 다룬 소설 '소원'이 영화로 제작됐고, 지난해에는 사실상 처녀작인 '터널'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터널'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생각하면서 쓴 작품이지만, 영화 개봉 당시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가 됐다.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영화계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 '균'이 영화로 제작돼 내년 개봉할 예정이며, 위안부 할머니와 한센병 환자의 이야기를 담은 '그날'과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 소설 '이별이 떠났다' 역시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20대에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그분들은 몸도 불편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지만, 항상 웃고 계시더라고요. 왜 항상 웃으시느냐는 질문에 그분들은 '살아있는 자체가 행복'이라고 얘기하셨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귀를 닫고 눈을 열면 아름답게 보이지만, 귀를 열면 비명이 들릴 거라고. 내가 방관하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묻힐 거라고."

그는 "묻혀버릴 수 있는 약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소설가보다 약자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는 직업이 있다면 이 직업을 가차 없이 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hisunn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09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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