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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김일성에 배신감 느껴…남북정상회담 성사 직전 취소"

김일성, 1985년 남북정상 회담 개최 제안
특사파견 중 북한 간첩선 침투…정상회담에 미련 접어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은 6일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 2권 '청와대 시절'에서 북한의 간첩선 침투 때문에 성사 직전까지 갔던 북한 김일성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두환 "김일성에 배신감 느껴…남북정상회담 성사 직전 취소" - 1

1985년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비밀접촉이 있었음은 박철언 전 의원의 회고록 등에서 밝혀졌으나,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무산된 까닭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남북한 정부는 1985년 7월부터 8월까지 3차례 사전 비밀회담을 열었으며, 같은 해 9월 북한 김일성 주석은 허담 노동당 중앙당비서를 특사로 임명해 서울로 보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허 특사가 김일성의 친서와 평양방문 초청장을 가지고 왔다고 회고하면서, 10월15일 장세동 안기부장과 박철언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을 특사로 평양에 보냈다고 적었다.

김일성 주석이 장 부장에게 서울에 가서 검토해달라며 '북과 남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선언'과 '평화통일에 관한 북남 공동강령'을 건넸는데, 공동강령에는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가 1985년으로 돼 있었다고 전 전 대통령은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일성이 나한테 비밀특사를 파견하고 또 나의 특사를 받아주고 하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어볼 수 있었다"라고 당시 심경을 적었다.

그러나 그해 10월20일 북한 무장간첩선 한 척이 부산 청사포 해안으로 침투하다 우리 군에 격침되면서 전 전 대통령은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그는 "내 마음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은 것은 김일성에게 품었던 한 가닥 신뢰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다"며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가 된 것이다. 개꼬리는 3년 묵어도 황모가 될 수 없었다"라고 김일성에게 느낀 배신감을 털어놨다.

전두환 "김일성에 배신감 느껴…남북정상회담 성사 직전 취소" - 2

전 전 대통령은 김 주석을 실제로 만나면 조국을 위해 좋은 일 한번 하고 떠나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사람이 백년, 천년을 사는 것도 아니고, 한 세상 살다 가면서 민족을 위해, 조국을 위해 좋은 일 한번 하고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김 주석이 마음 한번 고쳐먹으면 북한 주민을 살리는 길이 열리고, 우리 한민족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임기를 마친 뒤라도 김 주석을 초청해서 남쪽의 경치 좋고 살기 좋은 곳을 안내해서 함께 다니며 노후를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

전 전 대통령이 김일성을 만나면 해주려고 준비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는 "내가 허황하도록 순진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김일성도 인간이고 노쇠해가고 있는 나이인 만큼 인간적으로 파고들면 의외로 마음을 움직이게 할 틈새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kind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06 17:4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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