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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사고, 설비 탓보다 원칙 지키지 않아서 발생"

의정부소방서 박성희 소방관 논문 발표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화학공장 사고는 터지는 순간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현장 역시 잿더미로 변해 원인을 찾기도 쉽지 않다.

현직 소방관이 사례 연구를 통해 화학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설비기준 위주의 현 제도에서 벗어나 공정 전반을 관장하는 안전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해 화제다.

지난해 10월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의 한 화학제품생산업체에서 폭발, 화재사고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의 한 화학제품생산업체에서 폭발, 화재사고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3월, 경기도의 한 화학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이 공장은 친환경 PVC 가소제로 알려진 DOPT(디옥틸테레프탈레이트)를 생산했다. DOPT는 옥탄올과 테레프탈산을 반응시켜 만드는데, 사고 당시에도 액체 상태인 옥탄올에 분말 상태인 테레프탈산을 반응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폭발은 옥탄올에 테레프탈산을 집어넣는 순간 발생했다.

화재 조사 초기, 소방 관계자들은 테레프탈산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분말 형태인 테레프탈산을 투입하면 분진이 날릴 가능성이 크고, 이 분진에 근로자 몸에서 나온 정전기가 반응해 불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화학 공장에 분진이나 정전기 발생을 막는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의정부소방서 박성희 소방관 등이 분석한 결과, 사고의 주원인은 테레프탈산이 아닌 옥탄올이었다.

현장을 재현한 실험 시설에서 분석한 결과 테레프탈산 분진은 몸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로는 불이 붙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증기 형태가 된 옥탄올은 정전기 에너지로도 충분히 불이 붙었다.

실험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옥탄올 증기가 정전기에 반응해 불꽃이 시작됐고, 이 불꽃이 테레프탈산 분진에 옮겨붙으며 큰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결론 났다.

공정에 사용된 옥탄올의 끓는점은 196도로 높은 편이다. 그래서 공정 중간에 냉각만 잘 해주면 증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 당시 공장에서는 공정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냉각 없이 10회 이상 연속으로 공정을 진행했고, 결국 현장에 옥탄올 증기가 쌓이면서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박 소방관은 8일 "결국 사고를 막는 데 필요했던 것은 값비싼 정전기 방지 설비가 아니라 화학적 상식과 공정 과정의 원칙이었다"고 상기했다.

그는 "결국 화학적 요인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설비뿐만 아니라 생산방법, 근로자의 행동 위험성 등 공정 전반을 고려한 안전 기준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1976년 이탈리아 세베소 다이옥신 누출사고, 1984년 인도 보팔 MIC 누출사고 등 대형 화학 사고를 거친 뒤 1990년대 초반 화학 공정 전반의 안정성을 위해 PSM(Process Safety Management) 등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당시 PSM을 도입했고, 특히 2012년 구미 불화수소 사고 이후 장외 영향평가와 위해관리계획서 등 제도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은 인화점 60도 이하의 '예민한' 화학물질을 취급할 때 주로 해당한다. 인화점 60∼250도의 상대적으로 덜 예민한 화학물질 공정에는 법적으로 설비기준 정도만 마련돼 있어 공정 전반에 대한 법적 안전기준이 미비한 실정이다.

박 소방관은 "현장에서 공정위험성평가, 안전운전계획, 비상조치계획, 피해 반경 및 주민 소산 계획까지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터졌다 하면 큰 인명피해로 연결되는 화학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 소방관은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논문 '가소제 반응기의 화재폭발 위험성에 관한 연구'로 경기도 재난안전본부가 실시한 '2017년 화재조사 학술(사례연구)논문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jhch79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08 08: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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