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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제1야당 로마서 '직접민주주의' 실험…온라인 투표 등 추진

송고시간2017-04-06 05:00

집권 민주당 "위험한 발상…쓰레기 등 현안 해결에나 집중해라" 비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차기 집권까지 노리고 있는 제1야당 오성운동이 수도 로마에서 직접 민주주의 실험에 나선다.

5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오성운동은 4일 인터넷으로 주민투표를 비롯한 각종 투표를 시행하고, 온라인을 통한 시민들의 청원이 시의회에 직접 전달돼 논의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결의안에는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예산 계획 수립 등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규정도 담겨 있다.

오성운동 측은 "이 같은 방안은 시 입찰에 범죄 조직 마피아가 개입하는 등 행정 전반에 부패가 만연한 로마를 5년 안으로 '마피아 수도'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수도'로 변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 시는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오성운동 소속의 여성 변호사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이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 현재 오성운동이 시정을 책임지고 있다.

시청 건물 앞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는 라지 로마 시장
시청 건물 앞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는 라지 로마 시장

[EPA=연합뉴스]

라지 시장이 이끄는 로마 시 정부에서 관료주의를 단순화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팔라비아 마르차노는 "'루소'라는 혁명적인 플랫폼을 로마 시청의 웹사이트에 설치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스스로의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주려 한다"고 이번 계획의 취지를 설명했다.

시민들의 온라인 투표와 온라인 의견 수렴을 가능케 하는 이 플랫폼은 직접 민주주의자이자 계몽주의자인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의 이름을 따 명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성운동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베페 그릴로는 로마 시의 이런 구상이 공개된 뒤 자신의 블로그에 오성운동이 집권하면 이탈리아 정부 차원에서도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동일한 시스템을 1년 안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릴로 대표는 "인터넷을 매개로 집단 지성을 활용한 시민과 지역 정부가 도시를 다스리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웹은 고대 그리스에서 처럼 직접 민주주의 구현을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시민들과 국가 기관 사이의 관계에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릴로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오성운동을 창립할 때의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릴로는 기성 정당과는 달리 돈과 조직력이 없어도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09년 인터넷 전략가인 잔로베르토 카잘레지오와 손잡고 블로그에 기반한 정당을 만들었다. 실제로 오성운동은 창당 이후 현재까지 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인터넷 투표로 직접 뽑는 등 주요 의사 결정의 기반을 인터넷에 두고 있다.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 [EPA=연합뉴스]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 [EPA=연합뉴스]

한편, 집권 민주당은 오성운동의 이런 계획에 대해 민감한 정보가 오성운동의 블로그와 인터넷 시스템을 관리하는 막후 실력자인 다비데 카살레지오에게 여과 없이 흘러 들어갈 소지를 내포하는 등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스테파노 에스포시토 민주당 의원은 오성운동이 로마 시의회에 제출한 결의안을 '만우절 장난'이라고 부르며, 오성운동은 먼저 수도 로마가 당면한 쓰레기, 구멍난 도로, 열악한 대중 교통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작년 6월 지방선거 결선 투표에서 라지 시장에게 패한 로베르토 자케티 민주당 의원은 시민들의 참여를 늘리는 기본 철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2024년 올림픽 유치 등의 굵직한 사안에 대해 주민투표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로마시가 이제 와서 직접 민주주의를 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와 올림픽위원회가 야심차게 추진한 2024년 로마 올림픽 유치 계획은 "시민들의 빚을 늘리고, 토건족만 배불리는 올림픽은 안된다"는 라지 시장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오성운동의 막후 실력자 다비데 카살레지오 [EPA=연합뉴스
오성운동의 막후 실력자 다비데 카살레지오 [EPA=연합뉴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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