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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여행기로 돌아온 '황금빛 모서리' 김중식 시인

송고시간2017-04-05 08:40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 출간…"연말께 두 번째 시집"

김중식 시인 [문학세계사 제공]
김중식 시인 [문학세계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이탈한 자가 문득' 부분)

김중식(50)은 1993년 첫 시집 '황금빛 모서리'를 남기고 스스로 시인의 궤도를 이탈해버렸다. 절필하고 기자로 일하다가 2007년 국정홍보처에 들어가며 공무원이 됐다. 참여정부 성과를 정리하는 책을 쓰고 대통령 연설문도 만들었다. 2012년 3월부터는 3년 반 동안 이란의 한국대사관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을 했다. "모래를 구워 만든 문을 향하여/ 고행자가 버터플라이 영법으로 간다"('매인 데가 없는 삶')라고 썼던 시인이다.

시인 김중식이 24년 만에 산문집을 들고 돌아왔다.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문학세계사)는 이란 곳곳의 유적지를 돌며 고대 문명과 오늘날 이란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석양 속 야즈드 [문학세계사 제공]
석양 속 야즈드 [문학세계사 제공]

책은 역대 이란 왕조의 중심 도시와 그곳의 문명을 차례로 더듬는다. 테헤란 남쪽 650㎞ 지점에 있는 야즈드에서 시작한 순례는 이란 고원의 첫 국가 엘람 왕국의 수도였던 수사,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페르세폴리스, 제국을 재건한 사파비 왕조의 수도 이스파한을 거쳐 테헤란에 이른다.

시인은 유적지 안내와 함께 3년 넘게 생활하며 느끼고 경험한 이란의 속살을 보여준다. 뒤로 잇속을 챙기면서 앞에서는 입에 발린 말로 체면치레를 하는 '터로프'(따뜻한 빈말)는 외국인에게 충격을 주는 이란의 대표적인 문화다.

성직자나 고위 공직자 자제들이 밤마다 시끌벅적 파티를 벌이고 8천만 인구 중 220만 명이 마약 중독자다. 7세기 유토피아를 21세기에 복원하려는 세계 유일 신정국가의 이상과 현실 사이 불협화음이다. 시인은 이렇게 묻는다. "종교와 이데올로기와 혁명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이란의 마네킹들 [문학세계사 제공]
이란의 마네킹들 [문학세계사 제공]

시인은 혁명의 자장 안에서 시와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국민이 차려놓은 판을 정치인들이 깨는 걸 보고 세상과 담을 쌓았다. 그리고 맹렬히 시를 썼다. 육체와 욕망을 혐오하고, 굶어 죽더라도 영혼만을 붙잡고 살고자 했다.

그러나 시인의 길은 자멸로 향하고 있었다. 욕망으로 가득한 세상에 반성의 기회를 주기 위해 자신을 시의 제단에 바치고 산화하는 듯해 겁이 났다. 그렇게 "담배 끊듯" 끊은 시를 20년 만에 되돌려준 것은 이슬람 혁명의 결과인 오늘날 이란이었다.

"1980년대 숨쉬기조차 고통스러웠던 대한민국과 비슷한 환경이었어요. 특정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혁명 이전에 비해 인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죠. 시를 다시 쓰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012년부터 시 쓰기를 다시 시작한 시인은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황금빛 모서리'에 머물러 있는 독자들의 기억에서 아득히 멀어졌다. 두 차례 혁명의 경험은 그의 시도 뒤바꾼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절반은 욕망 덩어리입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떤 혁명도 인간 전체를 다시 옭죕니다. 순수한 영혼과 정신만 강조하는 사회는 겉으론 깨끗하지만 속에서는 썩고 있는 음식물쓰레기통과 같아요. 첫 시집이 '자멸파'(自滅派)로 가는 길이었다면 두 번째 시집은 진짜 세상 속으로 들어간, 미래 세대에 대한 책무 같은 게 담겨 있을 겁니다." 두 번째 시집은 올 연말께 나온다. 360쪽. 1만6천원.

페르시아 여행기로 돌아온 '황금빛 모서리' 김중식 시인 - 4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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