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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알고 보면 걸작…뮤지컬 '스모크' [통통영상]

(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37). '기괴하고 형식 없는 글'이란 혹평 속에 시대의 절름발이가 된 그는 끝내 제 길을 걷지 못하고 28세에 폐병으로 작고했다.

[리뷰] 알고 보면 걸작…뮤지컬 '스모크' [통통영상] - 1

시대를 앞선 천재 시인 이상의 작품을 소재로 한 뮤지컬 '스모크'(연출 추정화)가 무대 위에 올랐다. 작품은 이상의 시 중 가장 문제작으로 꼽히는 '오감도'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극은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와 순수하고 바다를 꿈을 꾸는 '해', 그리고 이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초와 해는 그토록 갈망하던 바다로 떠나려 한다. 여비가 필요했던 이들은 미쓰코시 백화점 딸로 추정되는 '홍'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한다. 초가 몸값을 받으러 자릴 비운 사이, 해는 홍과 가까워진다. 급기야 마음 약한 해는 홍에게 빠져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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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초가 돌아오고, 해는 홍이 건네준 차를 마신 뒤 잠이 든다. 홍은 초가 글쓰기를 포기한 채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초는 자신의 글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저주하며 분노한다. 그사이 해가 잠에서 깨어나고, 홍이 자신에게 수면제를 먹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초는 홍이 해에게 수면제를 먹여 죽이려 했다고 말하고, 홍은 살리기 위한 처방이었다고 변명한다. 혼란스러운 해는 괴로워한다. 작품은 세 사람의 복잡한 관계를 풀어내며 결말로 향한다.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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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는 시인 이상의 정신세계만큼이나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시인 이상의 삶과 작품의 모티브인 오감도를 접해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더욱 그렇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혼란스럽고 매끄럽지 못한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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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하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이상의 정신세계를 나타낸다. 1934년 파괴적인 작문 형식과 내용인 오감도를 신문에 연재했다가 '문학의 이단아'로 비난받은 이상은 자신의 글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분노하며 괴로운 삶을 살아간다. 이상을 벼랑으로 내몬 시의 내용은 이렇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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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초, 해, 홍은 이상의 내면에 잠재된 자아의식을 담고 있다. 세상을 원망하며 제 목숨을 끊고자 했던 이상의 삶과 그런 극단의 상황에서도 예술적 혼을 찾고자 했던 그의 순수성은 초, 해, 홍이 되어 좌절과 고뇌를 오간다. 작품은 세상과 발이 맞지 않았던 절름발이 이상이 누구보다 살고자 발버둥을 쳤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작품세계를 조금이나마 아는 관객이라면 빠르고 치밀한 작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무대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과 속도감은 숨 고르기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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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도 눈을 뗄 수 없는 작품은 그래서 더 예민하고 날카롭다. 괴기스럽기까지 한 이야기는 상념을 가르는 위험한 칼날 같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상의 세계에 몰입하다 보면 그의 머릿속에 빠져든 듯 착각이 들 정도다.

나무판을 겹겹이 이어 만든 무대 벽면과 출입문은 이상의 복잡한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상의 시로 채워진 노래는 관객들의 기억을 잠식해 버리고, 무대 끝자락에 선 이상의 잠재의식들은 한 편의 시를 노래하며 연기처럼 산화된다.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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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남자 '초' 역은 배우 김경수, 김재범, 박은석이 출연한다. 순수청년 '해' 역에는 정원영, 고은성, 윤소호가, 미스터리 여인 '홍'역으로 유주혜, 정연, 김여진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오는 5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04 17:5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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