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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뛰어놀고 싶어요" 실내로 떠밀린 아이들의 외침

송고시간2017-04-05 10:00

"가뜩이나 햇볕 쬐는 시간 부족한데…" 결석 선택하는 학부모도

미세먼지 경보 기준 강화, 교실 내 공기청정기 설치 요구 빗발

(전국종합=연합뉴스) "확실히 10여 년 전과 비교해 보면 미세먼지 때문에 학생들이 야외활동을 하기보다 실내에 더 많이 머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1∼2교시와 3∼4교시를 붙인 '블록 타임'제를 운영하는 경기도 수원의 A 초등학교는 30분 정도 되는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기보다 체육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광장으로 나온 온라인 카페 회원들
광장으로 나온 온라인 카페 회원들

네이버 카페 '미대촉(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회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생 안전 관리 차원으로 체육관 활동을 장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최근 들어 부쩍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야외활동 하지 말아 달라'는 학부모 요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내려지면 아예 바깥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인근 숲이나 호수에서 하는 생태체험 등 야외활동은 수시로 변경되기 일쑤다.

A초교 교장은 "우리나라 학생들은 가뜩이나 햇볕 보는 시간이 부족하다는데, 미세먼지까지 기승"이라며 "미세먼지는 아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야외활동을 제한하는데, 한편으로는 학생들을 실내로 몰아넣기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도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 야외활동을 금지해야 하면 야외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면서 "뾰족한 대안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탓에 학생들이 운동장이 아닌 교실로 떠밀리는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게 됐다.

지난달 강원도 원주권에서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자 15개 학교가 실외수업을 금지했다. 부산에선 654개 학교 중 538개교가 실외수업을 실내수업으로 조정하거나 현장학습일을 변경했다.

미세먼지.. 나무가 필요해
미세먼지.. 나무가 필요해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식목일인 5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방향이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인다.
2017.4.5 jeong@yna.co.kr

교육 당국의 대처를 믿지 못하고 아예 결석을 선택하는 학부모도 생겨나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온라인 지역 맘 카페나 미세먼지 관련 카페에는 '오늘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결석사유를 뭐라고 하느냐'는 등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유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원도 일부 유치원은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자 3월 들어 대부분 야외활동을 실내 활동으로 대체했다.

미세먼지가 있을 때 야외활동을 하면 자칫 학부모의 항의가 있을 수도 있어 주의보가 내려지지 않더라도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이면 산책 등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자녀 건강을 위해 '숲 체험 유치원'으로 보냈다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야외활동을 빈번하게 진행하는 유치원 방침에 등을 돌리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유치원 자녀를 둔 고양시의 한 학부모는 "작년에 숲 유치원 보내다가 올해 옮겼다"며 "원장 선생님이 '산속이라 미세먼지도 괜찮다'고 했지만 아이가 축농증 등으로 고생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언젠가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야외 봄 소풍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경기 용인의 한 어린이집은 최근 몇 년간 소풍을 취소하고 실내 공간을 빌려 운동회를 했다.

실내 행사로 대체하거나 가을 소풍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소풍이 잦은 유치원의 야외활동이 급격히 줄면서 외부 체험활동기관의 영업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지난 1월 경기지역 눈썰매장의 사전 단체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기도 했다.

오늘도 미세먼지 농도 '나쁨'[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늘도 미세먼지 농도 '나쁨'[연합뉴스 자료사진]

교육 당국은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실무매뉴얼'을 만들어 기준에 따라 미세먼지에 대처한다고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제주도 학부모 이모(32·여)씨는 "주의보나 경보가 발효되지 않았지만 밖이 뿌옇게 보일 때는 (자녀가 학교에서 야외수업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공기청정기조차 없는 학교에서 대여섯 시간을 보낼 아이를 생각하면 나 혼자 집에서 공기청정기를 켜놓고 있기 미안해 꺼놓기도 한다"며 "언제쯤 마음 놓고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초등생 자녀 둘을 둔 학부모 박모(40)씨는 "미세먼지 주의보는 '매우 나쁨' 수준 이상일 때 발령하는데, 현재 기준이 너무 느슨한 것 같다"며 "매우 나쁨 단계 아래 단계인 '나쁨' 수준인 날에도 충분히 공기가 좋지 않은 만큼 이런 날에도 야외 체육수업을 하지 않도록 교육부가 공통적인 지침을 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해달라'거나 '마스크를 준비해뒀다가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곧바로 지급해달라'는 등의 주문을 하며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 관리자의 인식 제고가 중요한 것으로 보고 올해부터 학교장 대상 안전교육연수에 미세먼지 유해성을 알리는 교육을 추가하기로 했다.

교육부 학교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지금 당장 모두 받아들여 결정하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미세먼지로부터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설승은 김준호 이해용 장영은 신민재 한무선 박재천 백도인 전지혜 이종민 김선경 이영주)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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