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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테러, 사이버공격 따른 정부 지속성 안전망 정비해야"

美보고서, 정부지도부 유고나 선거결과 정통성 상실 가능성 지적
"과거 만들어진 현 승계제도론 대량파괴무기 동원한 테러에 정부 지속성에 문제"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오후 9시 15분, 새해 국정연설을 위해 하원 본회의장 연단에 선 대통령 뒤엔 하원의장과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자리 잡고 상·하 의원 거의 전원이 출석해 막 시작한 연설에 귀 기울인다. 그 앞줄엔 대법관 5명과 농무장관을 제외한 전체 장관들도 보인다.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1명은 반드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도록 한 관례에 따라 농무장관은 불참했다.

5분 후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공항에서 알카에다 동조자가 조종하는 여객기가 이륙, 불과 4.8km 떨어진 의사당으로 기수를 돌리더니 요격할 틈도 없이 의사당에 충돌한다 …9시 45분, 군은 농무장관에게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직 승계 선순위자들인)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 임시의장을 찾을 수 없고, 후순위자들인 각료 누구와도 연락이 안 된다고 보고한다…주저하는 농무장관에게 군은 군 통수권 자리는 한시도 비워둘 수 없다며 빨리 취임선서를 하고 대통령직을 대행할 것을 재촉한다"

지난해 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장면 [EPA=연합뉴스〕
지난해 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장면 [EPA=연합뉴스〕 상하 의원들은 물론 행정부 장관들과 대법관들도 대거 참석했다.

지난 2009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기업연구소(AEI)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출신 전직 고위관리들과 전문가들로 구성한 '정부 지속위원회'가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상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의 한 대목이다.

이 시나리오는 죽은 줄 알았던 대통령이 산 채로 구조됐으나 심각한 부상 때문에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 등 여러 변수에 따른 대통령직 승계 상의 혼란과 혼돈, 소수의 의원만 살아남은 상황에서 의회 기능이 마비되는 등 정부의 지속성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가정했다.

정치, 경제적으로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실제로 왕왕 일어나고 있는데, 반세기도 더 전에 만들어진 제도와 법의 허점을 고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공격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테러 방식이다.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에 충돌한 여객기 3대 외에, 승객들이 테러범과 용감하게 싸운 덕분에 본래 공격 목표를 타격하지 못하고 추락한 4번째 여객기는 의사당을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보이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5번째 공격 미수 여객기는 백악관을 겨냥했을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의 정치 지도부 전체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는 우려 속에 2002년 구성된 정부 지속위원회는 이듬해 의회 재건 방안을 중심으로 한 1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회는 청문회 등을 통해 논의를 본격화했으나 9.11 충격이 가라앉자 흐지부지됐다.

위원회를 주도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인 AEI의 노먼 오언스타인은 최근 시사 월간 애틀랜틱 기고문에서 이 보고서를 재론하며 "미국 헌정체제의 안전망 구축" 문제를 다시 꺼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 대통령 취임식, 새해 국정연설 등 미국의 3부 지도자들이 거의 전부 한자리에 모였을 때 핵 등 대량파괴무기(WMD)를 동원한 재앙적 테러 공격이 가해지는 실제적 위협이 2001년보다 더 커졌다는 것이다.

그의 헌정체제 안전망 재론엔 지난 대통령선거 때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도 한몫했다. "선거 자체가 적대적 외국과 당선인 진영 간 결탁 때문에 뒤집혔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상치 못한 상황도 정부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의혹을 확증할 증거는 아직 나온 게 없다고 그는 전제했다.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증거 상 악의적인 외국 세력이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왜곡하고 바꾸려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점만은 명백하다"는 것이다. 선거 과정이나 선거일 당일, 투표 결과를 왜곡하는 내외 세력에 의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만약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과 도널드 트럼프 진영의 결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한다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승계하지만, 선거 자체가 부정인 만큼 펜스의 승계 역시 정통성이 없게 되고, 하원의장, 상원 임시의장, 국무장관…누구도 정통성 있는 승계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위상마저 러시아의 개입 결과일 수 있게 된다.

보고서는 대량파괴무기가 미국 정치 심장부인 워싱턴에서 터져 대통령과 그 우선순위 승계자들이 모두 사망, 치명적 부상 등을 당한 것을 가정했을 때 안전망으로, 워싱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전직 대통령이나 전직 국무장관, 전직 의회 고위지도자 가운데 4∼5명을 대통령이 승계 후순위자로 지명해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되는 이들에겐 한 달에 한 번꼴로 국가안보에 관한 브리핑을 함으로써 언제든 정부를 떠맡을 수 있게 한다.

보고서는 미국 대통령 승계 우선 순위자에 하원의장과 상원 임시의장이 들어가게 된 것은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입법 결과이지만, 의회 직은 '미국의 국가공무원직'이 아니므로 승계 선상에서 빼고 이들로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임 대통령 취임식 도중이나 취임식 전 테러 공격 등으로 인해 정·부통령 당선인이 모두 사망하는 등의 비상상황에 대비한 예방책도 제시했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대통령직 승계 우선 순위자들인 신임 대통령 행정부의 주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준안을 상원에 대신 제출해 취임식 전에 인준을 받아두는 것이다. 이는 법률 개정 사항이 아니라 신·구 대통령 간 협력이라는 관례를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난해 12월 19일 미국의 각 주도에 모인 주의 선거인단이 투표하고도 거의 20일 가까이 뒤인 올해 1월 6일 의회에서 개표한 미국의 독특한 제도 역시 교통통신 수단이 오늘날과 같지 않았던 과거의 유물이다. 선거인단 투표일과 개표일 간 공백을 1∼2일로 줄임으로써 사실상 당선됐음에도 공식 당선인이 없는 상황에서 비상사태로 인한 혼란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정당들에 대해서도 정·부통령 후보자가 대규모 테러 등으로 동시 사망하는 극단적인 가능성에 대비, 새 후보자를 선출하는 절차를 손볼 것을 제언했다.

3부 지도부가 궤멸한 뒤 대통령직 후순위 승계자가 의회의 정상적인 인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새 대법관들을 임명해야 하는 상황을 가상한 대책을 마련할 것도 보고서는 주장했다.

기우 혹은 호들갑으로 비칠 수도 있는 주장들이지만, 대량파괴무기에 의한 공격과 사이버 공격 위협에 따른 정부 지속성 문제는 한국도 맞닥뜨릴 수 있는 사안이다. 당장 대통령 탄핵과 파면에 따른 대통령 권한대행의 공직 임명 범위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었다.

yd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4/04 11:5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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