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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조선 명예살인 '도모지' 천주교 박해에 활용

송고시간2017-04-06 09:00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10대 딸을 불태워 죽인 파키스탄 여성이 최근 사형 선고를 받았다.

가족 허락 없이 결혼해 집안 명예를 더럽혔다는 게 살인 동기다.

파키스탄에서는 가족 존엄이나 율법 수호를 위한 명예살인이 자주 일어난다.

현행법상 불법인데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2015년에만 1천 명 이상 희생됐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숨은 역사 2cm] 조선 명예살인 '도모지' 천주교 박해에 활용 - 1

조선 시대에도 명예살인이 빈번했다.

강상죄인을 가문 차원에서 처벌하는 데 주로 활용됐다.

강상죄는 자식이나 부인, 노비가 각각 부모, 남편, 주인을 죽이거나 때리는 것을 의미한다.

삼강오륜을 토대로 한 유교질서를 어긴 범죄다.

강상죄인이 사는 고을은 행정 등급을 낮추고 수령은 파면하기도 했다. 지역연좌 징벌이다.

죄인은 대부분 처형하고 가족은 변방으로 내쫓거나 노비로 삼는다.

주거지는 허물어 연못으로 만든다.

반역죄와 맞먹을 정도로 처벌이 무거워서 강상죄 적용은 매우 신중했다.

경남 거창현은 노비의 주인 살해 때문에 한때 안음현(함양)에 합병된다.

밀양과 남해도 부친 살해 탓에 지위가 떨어진다.

산음과 안음은 7세 소녀 출산으로 산청과 안의로 지명이 바뀐다. 소녀 가족은 노비로 전락한다.

강원도는 원주 여인의 강상죄로 원을 없애고 양양의 첫 자를 따서 강양도로 바뀌기도 했다.

강상죄에 연루되면 멸문지화가 불가피해 가문 보호 차원에서 명예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살인은 도모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2015년 방영된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극중 김명민이 도모지 고문을 당했다.

2015년 방영된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극중 김명민이 도모지 고문을 당했다.

먼저 죄인을 묶어놓고 탄력이 좋고 질긴 한지를 얼굴에 덮는다.

이어 물을 부어 호흡이 힘들도록 하고 혀로 한지가 찢어지면 서너 겹을 더 쌓는다.

물 대신 막걸리를 부어 질식 강도를 높이기도 한다.

끔찍한 고통에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게 하는 잔인한 형벌이다.

조선 말기 비사를 기록한 매천야록에 도모지 처형이 소개된다.

천주교나 화폐위조, 무고 등에 연루된 1천여 명을 죽일 때 도모지를 활용했다고 적었다.

사형 집행관이 무수한 사람을 처형하는 데 질려서 백지로 얼굴을 가리고 물을 뿌려 죽게 했다는 것이다.

도모지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져 불법이었으나 처벌 사례는 드물다.

도무지라는 단어는 도모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도모지를 당할 때처럼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부사다.

이 유래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 후기에는 천주교 박해에 도모지가 활용된다.

1860년 대규모 천주교 탄압(경신박해) 당시 도모지 처형 기록이 있다.

오차문이라는 울산 사람을 얼굴 위 한지에 물을 뿌려 숨 막혀 죽도록 했다는 것이다.

혀를 내밀어 물 묻은 한지가 뚫리면 군사들이 구멍을 막아 질식시켰다는 설명도 있다.

당시 전국 천주교 신자는 약 1만7천 명이었다.

상당수는 도모지 처형을 받거나 재산 약탈, 성폭행 등 화를 당했다.

남한산성과 충남 홍성도 천주교 신자 도모지 처형 지역으로 유명하다.

도모지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완전히 사라진 듯하다.

관습 형벌을 철저히 금지한 형법을 엄격하게 적용한 덕분이다.

사형은 1997년 이후 중단돼 한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사형제도만 보면 우리나라는 이제 인권선진국 반열에 근접했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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