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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소비 납득 안되지만…먹고 살 걱정 적은 선진시장 현상"(종합)

송고시간2017-04-03 10:48

'덕후' 침체한 소비 주인공으로…전동휠·피규어 판매 급증

온라인 판매 1년 새 11배 늘기도…소비시장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아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김은경 기자 ='덕후'(마니아)들이 소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니아라는 뜻의 '덕후' 또는 '오덕'은 '오타쿠'(おたく)에서 유래했다. '오타쿠'는 '특정 분야의 정보나 관련 상품,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한국에서 '덕후', '오덕'이라는 표현으로 변형돼 쓰이고 있다.

특정 분야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덕후'는 최근 소비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떠올랐다.

100만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애플의 신작 스마트폰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가 출시됐을 때 제일 처음으로 구매하기 위해 3박 4일을 기다린 소비자들도 대표적인 '덕후'다.

온라인 경매에 나온 토이와 피규어[연합뉴스 자료사진]
온라인 경매에 나온 토이와 피규어[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덕후'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 때문에 제조·유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반적인 소비 침체에도 최근 수년간 게임, 장난감, 드론 등 이른바 마니아들이 찾는 품목은 판매량이 매년 두 자릿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SK플래닛의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에서 완구, 드론 등 '취미용품'의 최근 1년(2016년 3월∼2017년 3월)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으며 지난해도 전년 대비 32%나 늘었다.

특히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론은 최근 1년 판매액이 전년보다 두 배가량(211%) 증가해 판매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160만원대 'DJI 매빅' 드론은 물량부족으로 예약판매를 하는데도 지속해서 판매가 늘고 있다고 11번가는 설명했다.

모형·조립식 장난감과 보드·테이블 게임 판매액도 최근 2년간 21∼47%까지 늘어나는 등 자신의 취미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큰 인기였던 PC 게임 '오버워치'를 즐기기 위해 높은 사양의 PC 제품이 필요해지자 게임 전용 모니터 판매량이 485%나 증가하기도 했다.

컴퓨터 키보드 '덕후'인 A(36)씨는 미묘하게 다른 키의 감각을 위해 수십만 원을 지출해 해피해킹, 리얼포스 등 고가의 일본 키보드를 샀다며 "하루에 가장 오랜 시간 내 몸과 접촉하고 있는 물건이므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동휠[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동휠[연합뉴스 자료사진]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서는 전기로 충전해 바퀴 1∼2개로 움직이는 전동 휠 등 전기 레저 제품 판매량이 2015년에 전년보다 약 11배(1천116%)나 폭증했으며 지난해 역시 전년 대비 201% 증가했다.

최근 전동 휠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웬만한 경차 값인 1천만원 이상 되는 고가 수입품까지 시장에 나와 있다.

피규어(캐릭터 모형) 판매액도 2014년에 전년 대비 45% 증가했으며 2015년과 지난해도 각각 54%와 12% 늘었다.

'덕후' 소비가 주로 이뤄지는 온라인 쇼핑사이트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드론[연합뉴스 자료사진]
드론[연합뉴스 자료사진]

옥션은 지난 2월 키덜트 전문관 '올 어바웃 키덜트'(All about KIDULT) 문을 열었다. 키덜트는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장난감과 캐릭터 등을 좋아하는 아이 감성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올 어바웃 키덜트'에는 한정수량으로 제작돼 100만원을 넘는 희귀 피규어를 비롯해 스타워즈, 원피스, 진격의 거인 등 유명 영화와 만화 캐릭터 제품을 판매한다.

전문가들은 '덕후' 현상이 시장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덕후' 소비는 한 영역을 깊이 파고들어 갈 시간과 열정, 정보수집능력, 자본 등이 갖춰져야 나타날 수 있다"며 "또 그런 사람들이 여러 명 있어 서로 소통하고 결집할 수 있어야 하므로 먹고 살 걱정이 적은 선진시장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은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구매자에게 기쁨을 준다는 측면에서 그 제품 나름의 효용이 있는 것"이라며 "성숙한 시장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자기 나름의 취향을 소비로 연결한 것이니 존중하는 분위기가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플래닛 11번가 취미용품 담당 최지현 매니저는 "고가의 상품이라도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는 돈을 아끼지 않은 추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외로운 어른의 동심을 자극하는 키덜트 제품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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