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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당나라에서는 금붕어 덕에 '신데렐라' 탄생

송고시간2017-04-03 09:00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표절 논란 강풍이 갈수록 위력을 더한다.

학계와 예술계는 물론 연예계와 스포츠계도 강타했다.

신경숙 소설가도 표절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숨은 역사 2cm] 당나라에서는 금붕어 덕에 '신데렐라' 탄생 - 1

영국 시인 워즈워스와 바이런, 미국 킹 목사도 비슷한 시련을 겪었다.

장관 후보가 표절 시비로 낙마하기도 한다.

개인권리의식과 학문윤리 수준이 한층 높아져 생긴 현상이다.

표절은 남의 표현이나 방식을 모방하는 저작권 침해다.

옛날에는 관행이어서 그다지 문제 되지 않았다.

창작물의 일부만 베껴도 비난받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세계명작 동화 '신데렐라'는 다른 작품을 거의 통째로 갖다 쓴 작품이다.

계모와 언니에게 천대받던 소녀가 인생역전에 성공하는 이야기다.

신데렐라는 1950년 미국 디즈니 덕분에 유명해졌다.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각국에 보급했기 때문이다.

신데렐라 원작으로 알려진 프랑스 동화 '상드리용'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 포스터

신데렐라 원작으로 알려진 프랑스 동화 '상드리용'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 포스터

이 작품의 원작은 1697년 발표된 '상드리용'이다.

프랑스인 샤를 페로가 민담을 토대로 만든 동화다.

상드리용은 영어 신데렐라로 바뀌어 세상에 널리 퍼진 것이다.

신데렐라형 민담은 세계 곳곳에 최소 500종 이상 존재한다.

지역과 시대에 맞춰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을 뿐 얼개는 비슷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구성이다.

착하고 예쁜 소녀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행복해진다는 식이다.

자립이 아니라 강한 남자에 기대서 팔자를 고치는 것도 공통점이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 문화를 반영한 스토리다.

전래동화 콩쥐팥쥐전은 한국판 신데렐라다.

착용감이 나쁜 유리구두 대신 꽃신을 신은 게 특징이다.

전래동화 콩쥐팥쥐전은 한국판 신데렐라. 사진은 콩쥐팥쥐 동화책. (출판사=애플트리테일즈)

전래동화 콩쥐팥쥐전은 한국판 신데렐라. 사진은 콩쥐팥쥐 동화책. (출판사=애플트리테일즈)

신데렐라형 설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록물은 중국 유양잡조다.

9세기 중엽 당나라에서 신기한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흥부전 근원설화라는 신라 방이설화도 이 책에 실렸다

유양잡조에서는 예센이라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예센은 어려서 생모를 잃고 계모를 만나 고생길로 접어든다.

아버지가 재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기 때문이다.

계모는 예센을 괴롭히고 친딸만 예뻐한다.

유일한 친구는 금붕어다.

비늘이 붉고 눈동자가 금색으로 매우 특이했다.

늘 든든한 벗이 됐던 금붕어마저 갑자기 없어진다. 계모가 몰래 잡아먹은 것이다.

예센은 버려진 뼈를 수습해 자기 방에 몰래 간직한다.

뼈라도 바라보며 대화해야 슬픔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난다.

신령으로 변신한 금붕어가 나타나 예쁜 옷과 황금 신발을 준다.

계모와 언니만 참가한 축제에 예센도 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곱게 단장한 예센은 서둘러 축제장에 도착했다.

그때 모든 사람의 눈길은 예센을 향한다.

아름다운 얼굴에 옷까지 화려한 데다 유리구두를 신은 덕분이다.

난생처음으로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 계모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혼날 일이 두려워 귀가를 서두르다 그만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다.

신발 분실은 인생의 반전기회가 된다.

신발 주인을 찾아 나선 왕과 머잖아 결혼한다.

[숨은 역사 2cm] 당나라에서는 금붕어 덕에 '신데렐라' 탄생 - 4

예센 설화는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으로 전해져 상드리용 동화가 됐다는 주장이 있다.

동화 신데렐라보다 800년가량 앞섰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당시 각국에 유사 설화가 워낙 많아 설득력은 높지 않다.

다만, 신데렐라형 이야기에 세상 사람이 공감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통신과 교통이 열악했는데도 지구 전체로 퍼졌기 때문이다.

표절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레 이야기를 퍼 나르고 바꾼 결과다.

표절 잣대가 엄격했다면 신데렐라는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창작과 정신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좀 유연한 잣대가 필요해 보인다.

영국 최고 천재로 꼽히는 아이작 뉴턴의 발언도 참고할만하다.

"거인 어깨에 오른 덕에 더 멀리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일군 창작물을 토대로 위대한 발명을 했다는 의미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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