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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여인의 저주 같은 비극…연극 '메디아' [통통영상]

(서울=연합뉴스) 김종환 기자 = "나 자신이 저주가 될 거야. 그들에게도, 당신에게도"

에우리피데스의 서사시, 한 여인의 비극적인 드라마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끔찍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재해석한 연출의 상상력이 신선했고, 선명하고 강렬한 이미지는 뇌리를 파고든다. 연극 '메디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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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희곡 '메데이아'를 원작으로 한다. 메데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로, 복수를 위해 자녀까지 살해한 잔혹한 여인이다. 국립극단이 기획하고 헝가리 로버트 알폴디가 연출한 연극 메디아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콜키스의 공주 '메디아'는 외국에서 온 '이아손'에게 첫눈에 반해 아버지와 형제를 죽이고 그를 따라나선다. 메디아와 이아손은 두 명의 아들을 낳고 '코린토스'에 정착해 살게 된다. 비극은 권력을 욕망했던 이아손이 코린토스의 공주와 결혼하기로 하면서 시작된다. 설상가상 코린토스의 왕은 후환을 없애기 위해 메디아와 두 아들에게 코린토스를 떠나라고 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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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빠진 메디아는 이를 갈며 복수를 결심한다. 무서울 만큼 영민한 메디아는 코린토스의 공주와 왕을 독살하고, 급기야 이아손에게 고통을 주겠다며 제 뱃속으로 낳은 자식까지 살해하고 만다. 섬뜩한 복수의 칼날은 다시 메디아 자신마저 파멸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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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디아는 고전의 이야기를 비교적 충실하게 따랐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 모피를 얻은 사나이-이아손'은 대중에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쯤 하면 눈치를 챘겠지만, 그의 아내가 바로 메디아다. '이올코스 왕국'의 왕자였던 이아손은 삼촌에게 권력을 뺏긴 후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 황금 모피를 찾기 위해 콜키스 왕국에 발을 담는다.

사랑을 욕망했던 메디아는 이올코스 왕자에게 사랑에 빠지고 그의 권력욕을 실현해 주기 위해 부모와 형제까지 죽인다. 이후 메디아는 이아손의 삼촌인 이올코스 왕도 잔혹하게 살해한다. 그러나 그 잔혹성에 경악한 이올코스 시민들에 의해 추방된다. 결국, 사랑에 눈이 먼 메디아의 살인극은 비극적인 운명을 초래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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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디아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결말에 있다. 원작에서 두 아들을 죽인 후 절규하는 남편을 조롱하며 수레를 타고 떠나지만, 연극에서는 이아손의 손에 죽고 만다. 이러한 연극의 결말을 두고 논쟁이 많다. 거대한 고전 이야기를 너무 치정극으로 몰아세웠다거나, 메디아를 죽임으로써 관객들의 상상력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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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출은 고전의 한계를 벗어나 당시 시대적 배경과 메디아의 삐뚤어진 인간성을 작품에 녹여낸 것으로 풀이된다. 메디아는 '바알'이라 불리는 태양신을 숭배하는 이방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태양신을 숭배하던 메디아와 콜키스 왕족은 자신들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어린아이와 처녀의 심장을 도려내는 인신(人身) 제사를 지내왔다.

메디아에게 살인이란 그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다. 사랑의 욕망을 위해 제 피붙이를 도륙했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자신의 탐욕과 욕망을 위해 타인의 생명마저 무참히 짓밟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내리겠다는 알폴디 연출의 심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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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작품은 현시대의 모습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국립극단이 2017년 첫 작품으로 메디아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알폴디 연출은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 분노에 초점을 맞춰 메디아를 동시대성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둡고 처절한 이야기지만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감정과 유머, 관계에 대한 고민, 사회와 공동체가 안고 있는 관심의 문제를 담고 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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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메디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은 그녀의 감성을 관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의 시선을 조연 배우 '코러스들'의 입장에 머물게 한다. 코러스들은 버림받은 메디아를 동정하다가도, 잔혹한 살인 앞에서는 메디아를 비난하며 몰아세운다. 연출은 이러한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관객들이 비극을 이성적으로 고찰할 수 있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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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서 메디아는 시종일관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을 선사한다. 그 빠르고 미묘한 감정 변화는 일반 배우가 범접하기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메디아 역을 맡은 베테랑 배우 이혜영은 그런 메디아를 조금의 부족함 없이 완성했다. 이혜영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극 전체를 장악한다. 연극 메디아는 뛰어난 연출과 함께 배우의 탄탄한 연기로 채워진 작품임이 틀림없다. 작품은 오는 4월 2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kk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1/17 01:2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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