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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말레이 '은밀한 우호 관계' 상징 '쌀 박물관의 벽화'

송고시간2017-03-12 15:40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인질외교'까지 벌이는 상황이 됐지만, 이번 사건 이전에 양국이 얼마나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 있다.

태국과 접경한 말레이반도 북서쪽 크다주(州) 주도 알로르세타르 인근에 있는 '말레이시아 국립 쌀 박물관'이다.

말레이시아 최대 쌀 생산지인 이 지역에 지난 2004년 문을 연 이 박물관은 1만2천㎡ 부지에 수확한 볏단을 세워놓은 듯한 형상의 본관과 유사한 형태의 부속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외딴곳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주로 수세대에 걸쳐 내려온 말레이시아의 전통 벼농사에 관한 자료들로 채워져 있는데,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 북한 화가들이 그린 대형 벽화들이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이 벽화들은 당시 60명의 북한 화가들이 현지에서 2년간 머물면서 완성했다. 박물관 3층에 있는 파노라마형 벽화는 높이가 8m, 폭은 무려 103m에 달한다.

박물관의 방문객 응대 담당자인 시암수리 레만 씨는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당시 북한 화가들이 마을에 머물면서 벽화를 그리기 위한 사전 조사를 했고, 실제 벽화작업에는 6개월가량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주 정부가 1천100만링깃(약 28억6천만원)을 투입한 이 사업을 왜 북한 화가들이 수행했는지는 알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일을 아주 잘했다. 그들(북한화가들)이 이런 작업을 한 곳은 이곳 외에 북한과 하와이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주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 2002년 체결된 벽화 계약은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원했던 말레이시아 정부가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런 지방정부의 사업까지 따낼 정도로 그동안 양국 관계는 은밀하고도 깊었지만, 김정남 암살사건 수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8년간 유지돼온 양국간 비자면제협정은 파기됐고 지금은 서로가 인질을 잡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다.

북한과의 관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말레이 국민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왜 자국 정부가 북한과 가까웠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메르데카 센터의 이브라힘 수피안은 "그동안 말레이 국민의 관심은 온통 자국내 정치공작이었다"며 "북한과의 문제가 말레이를 국제 이슈의 중심으로 옮겨 놓으면서 사람들은 자국의 우호세력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은 과거 마하티르 정권하에서 이뤄진 북한과의 관계 증진이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기 시작했지만, 이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놓는 이는 없다.

어쨌든 마하티르 정권 당시 체결된 무비자협정을 이용해 많은 북한인 사업가와 근로자들이 현지에 흘러들어왔고, 심지어 쿠알라룸푸르의 '헬프 대학' 등에는 북한 학생 수도 급격하게 불어났다. 이 대학은 지난 2013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북한 화가들이 그린 말레이 쌀 박물관의 대형 벽화[사진출처 더스트레이츠타임스]
북한 화가들이 그린 말레이 쌀 박물관의 대형 벽화[사진출처 더스트레이츠타임스]

말레이시아 쌀 박물관[사진출처 더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말레이시아 쌀 박물관[사진출처 더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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