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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잃은' 이라크 축구 감독…'소리 없는 열정의 지휘'

송고시간2017-03-12 14:36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암은 목소리를 앗아갔지만, 축구 열정까지 빼앗지는 못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은 오히려 제자들의 투지를 더 뜨겁게 달궜다.

후두암으로 목소리를 잃었지만 꿋꿋하게 이라크 축구 유망주를 키워내는 카드힘 플라예(57) 감독의 스토리가 축구 팬들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AFP 통신은 12일(한국시간) "이라크 바그다드를 연고로 하는 알 쿠와 알 자위야(Al-Quwa Al-Jawiya) 클럽 유소년팀의 플라예 감독이 지난해 후두암 수술을 받아 목소리를 잃었지만, 수화와 다양한 몸짓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알 쿠와 알 자위야 클럽은 이라크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10차례 우승과 4차례 FA컵 우승을 차지한 명문 클럽이다.

지난해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AFC컵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플라예 감독은 1998년부터 알 쿠와 알 자위야 클럽 유소년팀의 지도자를 맡아 유망주들을 1군 클럽으로 올려보내면서 '스타 스카우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지난해였다. 후두암으로 수술을 받은 플라예 감독은 성대까지 제거해 목소리를 잃었다.

특히 플라예 감독은 팀의 재정 위기로 급여까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승용차와 개인 물품까지 팔아 수술비를 충당해야만 했다.

그는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면 독일에 가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5만 달러(약 5천800만원)의 수술비가 필요해 포기해야 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스승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제자들이 수술비 모금 활동에 나섰지만 겨우 3천500 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플라예 감독은 목소리를 잃은 슬픔을 잊고 이라크 축구를 빛낼 유망주 기르기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성대를 떼어낸 플라예 감독은 한때 기계 장치를 활용한 '인공 목소리'로 선수들을 지도했지만 불편함을 느꼈고, 종이에 훈련 내용을 써서 코치들에게 읽히기도 했지만, 지금은 선수들과 약속한 손동작으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절대로 심판과 언쟁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플라예 감독은 "내가 손가락 4개를 들면 상대를 압박하라는 사인이다. 팔을 넓게 펼치면 흩어져서 공격하라는 것이고 반대 동작을 취하면 콤팩트한 전형을 취하라는 지시"라고 설명했다.

플라예 감독의 열정에 선수들도 투지를 다지고 있다.

유소년팀 선수인 사디크 빈완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라며 "감독님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손을 올리면 만족스럽다는 표시다. 그럴 때 선수들 모두 행복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감독님이 건강 때문에 힘들지만, 그의 투지가 오히려 우리의 투지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라며 "팀이 처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자신감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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