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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고구려 편입' 중국, 악질 매국노도 영웅으로 바꿔치기했다

송고시간2017-03-12 14:00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중국에서 한류 금지령 이후 한류 예능 베끼기가 기승을 부린다.

중국 방송가는 공동제작 중단이나 한류 스타 출연 취소에 이어 대대적인 프로그램 표절에 나섰다.

일부 제목 수정 등 수법으로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훔쳐가는 것이다.

SBS 러닝맨, 영재발굴단, 신의 목소리, KBS 노래싸움 승부, tvN 삼시세끼 등 인기 프로그램이 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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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행각은 2002년부터 본격화한 동북공정에서 예고됐다.

동북공정은 동북 지역에서 명멸한 이민족 국가를 중국 역사로 흡수하는 작업이다.

고구려도 중국의 변방 국가로 기술했다. 발해는 한국과 무관한 말갈 국가라고 주장했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조차 중국인이라고 왜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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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침탈에 그치지 않고 한복, 농악무, 그네타기, 아리랑 등을 중국 전통문화로 등록했다.

고구려와 한국의 역사적 고리를 끊으려는 목적에서다.

동북공정은 남북통일 이후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영토 확장과 통합에 도움이 된다면 중국 역사도 날조한다.

수백 년간 악명을 떨친 양대 매국노를 영웅으로 둔갑시킨 게 대표 사례다.

남송 출신 진회와 명나라 오삼계가 졸지에 불명예를 세탁했다. 남송 전쟁 영웅 악비의 평가는 뚝 떨어졌다.

남송은 금의 침략을 버티지 못해 양쯔강 남쪽으로 내려와 세운 나라다.

금의 대공세로 한때 위기를 맞았으나 대승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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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출신으로 문무를 겸비한 악비 장군이 분전한 덕분이었다.

악비는 1134년 북벌에 나서 영토를 크게 넓혔다.

연승을 거듭하던 금이 곤경에 빠지자 강화를 희망했다.

다만, 조건을 내걸었다. 악비를 죽여야 전쟁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재상 진회는 화평에 급급한 나머지 악비에게 반란죄를 씌워 독살해버렸다.

곧이어 치욕적인 조건으로 강화조약을 체결했다.

39세에 죽은 악비는 후세에 충절을 인정받아 악왕으로 추서된다.

요·금·원 3개 이민족 국가의 침략을 받은 송이 자랑하는 유일한 명장이다.

진회는 민족반역자로 낙인찍혔다. 중국인들이 이름을 지을 때 '회' 자를 넣지 않을 정도로 증오한 인물이다.

그런 진회가 동북공정 과정에서 애국자로 탈바꿈했다.

유연한 외교로 국가를 대환란에서 구했다는 이유에서다.

명나라 오삼계도 천하 역적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웠다.

그는 청이 침략했을 때 만리장성 산해관 방어를 책임진 장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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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높이 14m, 두께 7m인 산해관은 주변 세 방향에 깊고 넓은 해자를 갖춘 요새였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산해관은 맥없이 무너졌다. 오삼계가 성문을 활짝 열어줬기 때문이다.

오삼계의 애첩인 진원원이 화근이었다.

이자성이 이끄는 명나라 농민반란군에 진원원이 납치됐다는 소식에 오삼계는 1644년 청에 투항했다.

산해관 문을 열어준 것도 모자라 스스로 변발까지 했다.

청은 만리장성을 뚫고 들어가 오삼계를 선봉장으로 삼아 베이징을 점령했다. 명나라 숭정제는 딸과 첩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명의 여자 때문에 중국 중원의 주인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이후 오삼계는 한족 최고 반역자이자 매국노로 각인됐으나 동북공정을 계기로 평가가 180도 달라졌다.

중국에 엄청난 땅과 부를 가져다준 영웅으로 돌변했다.

일제의 만주 침략 역사에 이런 잣대를 들이대면 자기모순에 빠진다.

일제가 중국을 합병했다면 친일파 거두가 영웅, 항일 운동가는 매국노로 평가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구려를 중국 역사에 무리하게 편입하느라 국가 자존심의 근간인 역대 위인까지 조작한 것이다.

한류 콘텐츠를 버젓이 도둑질하고도 시치미를 떼는 오늘날 중국의 행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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