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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녀상 주변 '쓰레기 갈등' 도 넘었다…차량 추격전도

소녀상 철거 주장 남성들 지킴이 시민 20여분간 뒤쫓아…시민단체, 고소 검토
'쓰레기장' 된 소녀상 주변
'쓰레기장' 된 소녀상 주변(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소녀상 설치 찬반을 둘러싼 시민 사이의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4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인근에 소녀상 이전을 주장하는 남성이 갖다놓은 쓰레기로 어지럽다. 2017.3.4
wink@yna.co.kr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3일 오후 10시 20분께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주변에 쓰레기 방치하는 남성 [김선호 기자]
소녀상 주변에 쓰레기 방치하는 남성 [김선호 기자]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김모(68)씨가 소녀상을 찾았다.

야간에는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이 없어 소녀상의 안위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그때 웬 남성 2명이 소녀상 주변에 '소녀상 이전하라' 등 내용이 적힌 선전물을 붙인 뒤, 차에 싣고 온 폐가구를 버리거나 비닐에 싼 페트병 뭉치 등 쓰레기를 가로수와 가로등에 덕지덕지 매달았다.

이 남성들은 지난 1월부터 소녀상 주변에 이 같은 선전물과 쓰레기를 붙여 이를 떼는 소녀상 지킴이 회원·시민과 갈등을 빚어왔다.

김 씨는 얼마 전 시민들이 깨끗하게 청소한 소녀상 주변을 다시 '쓰레기장'으로 만든 남성이 차를 타고 떠나려 하자 차량 번호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

그러자 이 남성들은 차에 내려 김 씨에게 사진을 삭제할 것으로 요구했다.

김 씨가 거부하자 두 남성은 김 씨를 앞뒤로 가로막았다.

소녀상에 쓰레기 놔둔 남성이 타고 온 차 [김선호 기자]
소녀상에 쓰레기 놔둔 남성이 타고 온 차 [김선호 기자]

30대 청년 2명에게 둘러싸이자 위협을 느낀 김 씨는 때마침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로 뛰어가 탑승했다.

남성들은 근처 자신들이 타고 왔던 차에 올라타 이 택시를 뒤쫓았다. 때 아닌 추격전이 벌어진 것이다.

김 씨는 택시기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산복도로 방면으로 올라가 뒤차를 따돌리려 했지만, 남성들은 끝까지 택시를 뒤쫓았다.

온갖 잡동사니·쓰레기 방치된 소녀상 주변
온갖 잡동사니·쓰레기 방치된 소녀상 주변(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소녀상 설치 찬반을 둘러싼 시민 사이에 차량 추격전이 벌어지는 등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4일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인근이 소녀상 이전을 주장하는 남성이 갖다놓은 쓰레기로 어지럽다. 2017.3.4
wink@yna.co.kr

김 씨는 택시기사에게 다시 소녀상 인근으로 가자고 해 주차해놓은 자신의 차량에 올라타 문을 잠갔다.

남성들도 재빨리 차에서 내려 김 씨 차량을 가로막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차량 번호를 찍었다.

김 씨가 남성을 뿌리치고 달아나자 다시 추격전이 시작됐다.

김 씨가 있는 힘껏 차를 몰자 남성들도 무서운 속도로 쫓아왔다.

'쓰레기장'으로 변한 일본영사관 소녀상 주변 [김선호 기자]
'쓰레기장'으로 변한 일본영사관 소녀상 주변 [김선호 기자]

김 씨는 일본영사관 인근 인창병원 옆길로 차를 몰아 부산고등학교를 지나 영주터널 윗길까지 가서야 간신히 남성들이 탄 차를 따돌릴 수 있었다.

다행히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쫓고 쫓기는 아찔한 상황이 계속됐다.

20여 분간 공포를 느낄 정도로 추격을 당한 김 씨 등엔 식은 땀이 흘렀다.

지난 1월 초부터 거의 매일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해온 김 씨는 "겁이 나서 당분간 소녀상에 나오지 못할 것 같다"며 "남성들이 집을 찾아오거나 위해를 가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은 김 씨를 차량으로 위협한 혐의로 이 남성들에 대해 고소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다시 붙은 '소녀상 이전' 불법 선전물 [김선호 기자]
다시 붙은 '소녀상 이전' 불법 선전물 [김선호 기자]

부산시민행동은 앞서 소녀상 주변에 '종북좌파가 소녀상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불법 선전물을 붙인 이 남성을 명예훼손 혐의로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소녀상 주변이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이를 둘러싼 갈등이 도를 넘고 있지만, 소녀상을 관리하겠다는 구청장 약속과 달리 부산 동구청은 관리에 뒷짐을 지고 있다.

win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3/04 13: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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