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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독감에 걸려도 남성이 여성보다 증상 더 심하다?

송고시간2017-03-05 09:20

독감이 한창 유해인 2016년 12월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감이 한창 유해인 2016년 12월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같은 독감에 걸려도 남성이 여성보다 심하게 앓는다는 말은 과연 의학적으로 맞는 것일까?

5일 의학전문매체 스태트뉴스 등에 따르면, 캐나다 오타와 대학 연구팀은 이른바 '남성의 독감'(Man's flu)이라는 이러한 구전(口前)이 실제 맞는지를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하려 했다.

쥐에게 E콜라이, 살모넬라, 레지오넬라 박테리아 등 각종 세균을 주입, 감염시킨 다음 관찰한 결과를 최근 학술지 '뇌, 행동, 면역력'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감염 후 수컷의 체온이 암컷보다 더 떨어지고, 염증반응은 더 심했으며, 눈꺼풀도 더 힘없이 가라 앉았다고 보고했다.

연구를 지휘한 내티서 이스마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맨즈 플루'라는 말이 신화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1990년대에 발표된 "감염의 강도가 수컷보다 암컷에 더 낮다"는 연구결과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이런 차이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이 면역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점과 관련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흉선이나 대식세포 같은 면역세포는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젠 수용체를 모두 갖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은 이를 약간 억제하는 반면에 에스트로젠은 미생물을 죽이는 항체생성을 활성화시킨다. 이는 남성이 더 증상이 심한 이유일 수도 있다.

앞서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독감 백신 주사 후 남성의 면역반응이 여성보다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면역능력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X염색체가 여성(XX)은 두 개인 반면 남성(XY)은 하나인 것과 관계있다는 설명도 있다.

 붐비는 어르신 독감 예방 접종
붐비는 어르신 독감 예방 접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통상 쥐 실험 결과는 인간과는 사뭇 다를 때가 많으며,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감염엔 차이가 있어 이 실험 결과가 바이러스가 원인인 독감 증상의 성별 차이를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생물학자 새브러 클라인 교수는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 더 심하게 앓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클라인 교수는 "흔히 사람들은 우리가 아플 때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바이러스로 생각하지만, 이는 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독감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면역체계 때문에 세포들이 기도(氣道)를 막히게 하거나 단백질로 인한 염증이 일어나거나 열이 나고 체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면역반응들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장기간, 더 강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에 남성의 증상이 여성보다 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성의 면역반응이 더 활발해 남성보다 더 빨리 앓고 빨리 회복될 수는 있다는 점이다.

오타와대학팀 실험에선 수컷 쥐의 회복기간이 평균 48시간으로 암컷(24시간)에 비해 길었다.

코네티컷대학 면역학자 로라 헤인스 교수는 그럼에도 '맨즈 플루'를 뒷받침할 생리적 근거는 미약하다면서 오히려 남녀의 심리적 차이가 원인이며 남성이 더 엄살을 떠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바이러스학자 돈 다이아몬드 박사도 남녀의 면역력에 큰 차이가 없으며 여성의 경우 산고를 견디는 등 태생적으로, 사회적으로 잘 참고 티를 안내는 편이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맨즈 플루' 논란을 떠나 질병에 남녀 차이가 있는 경우는 적지 않다. 예컨대 같은 고혈압을 앓아도 심장혈관 손상 위험은 여성이 40% 크고, '심리적 감기'인 우울증 위험은 2~3배 크다든가 역으로 남성이 더 취약한 질병들에 대한 연구결과들도 나와 있다.

다만, 그간의 질병과 치료 연구가 남성을 대상으로 이뤼진 것이 훨씬 많으며 여성에 대한 연구나 남녀 차이를 밝힌 것은 적고 최근에 와서야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질병과 치료법에도 남녀와 인종 나아가 국가와 사회계층별로도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의학연구에서도 이런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카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미국 퍼듀대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공동연구팀은 지카바이러스의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그림은 전자현미경으로 얻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지카바이러스의 구조를 표현한 것. 2016.4.1 [퍼듀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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