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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와 의친왕이 사랑한 서울의 비밀정원 '성락원'을 가다

18세기 후반 조성…"정비 완료되면 일반 공개 확대할 것"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서울 성북구 성락원의 내원.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린 한국 정원이다. 위쪽 건물은 '송석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서울 성북구 성락원의 내원.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린 한국 정원이다. 위쪽 건물은 '송석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국내 3대 정원으로 담양 소쇄원(瀟灑園), 완도 보길도 부용동(芙蓉洞), 서울 성북구 성락원(城樂園)을 꼽는다.

소쇄원과 부용동은 익히 알려진 장소지만, 성락원은 다소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성락원은 서울에 남은 조선 사대부의 유일한 별서(別墅, 별장) 정원이지만, 지금까지는 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이 관람을 신청했을 때만 개방됐다.

성락원은 1790년대 황지사라는 인물이 처음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6∼17세기에 만들어진 소쇄원, 부용동보다는 건립 시기가 늦다.

19세기 들어 철종(재위 1849∼1863)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정원으로 사용됐고, 일제강점기에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이 35년간 별저로 썼다. 이후 심상응의 후손인 고(故)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이 1950년 4월 사들였다.

북한산 자락에 1만6천㎡ 규모로 들어선 성락원의 의미는 '도성 밖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정원'이다. 암반과 계곡 등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고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해 조선 정원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심 속에서는 드물게 풍경이 잘 보존돼 있어 1992년 사적으로 지정됐다가 2008년 명승으로 조정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서울 성북구 성락원 후원에 있는 건물인 '송석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서울 성북구 성락원 후원에 있는 건물인 '송석정'.

심상준 회장의 손자인 심종현 이사는 27일 기자와 만나 "언론에 성락원을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 선조들은 정원을 조성할 때 자연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에는 궁궐 정원을 제외하면 조선시대 전통 정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성락원은 조경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성락원은 전원(前園), 내원(內園), 후원(後園)으로 구성되며, 소설이나 영화처럼 관람자가 극적인 긴장감을 느끼도록 설계됐다.

정문을 통과하면 나타나는 전원에서는 두 갈래의 개울이 하나로 합류하는 '쌍류동천'(雙流洞川)과 내원으로 향하는 시선을 가려주는 언덕인 '용두가산'(龍頭假山)을 볼 수 있다.

전원에서 에둘러 가도록 나 있는 길을 지나면 성락원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내원이다. 경사지에 있는 새하얀 암반과 그 위를 흐르는 계수, 물이 흐르다 잠시 속도를 멈추면서 만들어진 연못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성락원 전원 구역의 개울. 두 갈래의 개울이 하나로 합쳐진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성락원 전원 구역의 개울. 두 갈래의 개울이 하나로 합쳐진다.

심 이사는 "전원과 내원 사이에 있는 가산은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며 "허한 지세를 보완하는 비보풍수라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원에서 눈에 띄는 것은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조선 후기 문인들이 바위에 새긴 글자와 연못 위에 있는 석조물이다. 이 석조물은 사각형 안에 동그란 홈이 나 있다.

심 이사는 "일제강점기인 1921년 간행된 조선지형도에는 이 석조물이 성락원의 상징처럼 그려져 있다"며 "선조들은 보름달이 뜬 날, 석조물에 고인 물에 비치는 달을 감상하며 풍류를 즐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에는 커다란 연못과 정자 자리에 1953년 세워진 송석정(松石亭)이 있다. 송석정은 석축 위에 지은 목조건물로 날씨가 좋을 때면 창밖으로 남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성락원의 내원. 연못 한가운데 석조물이 보인다. 이 석조물은 사각형 안에 동그란 홈이 나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성락원의 내원. 연못 한가운데 석조물이 보인다. 이 석조물은 사각형 안에 동그란 홈이 나 있다.

심 이사는 성락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어떻게 사람들과 공유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약 10년 전부터 내원에서 진행한 발굴 작업을 통해 후대에 포장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예전의 풍경을 되찾았다"며 "후원과 내원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 축대를 제거하면 정비가 어느 정도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락원의 정비 완료 이후 심 이사가 생각하는 공개 방법은 예약자가 안내자와 함께 1시간 정도 경내를 돌아보는 가이드 투어다.

"성락원은 외국 정원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전통문화 콘텐츠입니다. 사계절 아름답지만, 특히 단풍이 절정일 때와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숨이 멎을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성락원과 고종의 사저였던 운현궁, 북촌에 있는 고택인 백인제가를 연계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28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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