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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모란시장 '개 판매장' 철거 시작…일부 상인 반발

성남시-상인회 협약 후 자진정비 첫걸음…"대체부지·보상" 요구 변수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자진정비에 나선 우리도 변화가 두렵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성남시와 힘을 합쳐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나겠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알고 있고 동물을 사랑할 방법도 찾겠지만, 시와 협약한 이후 제공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이번 정비에) 협조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상인들 사이에 찬반 언쟁이 벌어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27일 전국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인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개시장' 자진정비 작업이 시작됐다.

이동되는 개 보관 우리
이동되는 개 보관 우리(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전국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인 모란가축시장 개 보관 및 도살시설 자진정비에 들어간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개 보관용 철제 우리가 수거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2017.2.27
xanadu@yna.co.kr

김용북 모란가축시장상인회장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시장 점포 앞에서 자진정비 착수 설명회를 하고 본격적인 개 보관·도축시설을 자진 철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에 철거하는 시설은 식용으로 판매할 목적으로 살아 있는 개를 가둔 철제 우리와 업소 내부 도축 작업 시설이다.

약 60㎡ 규모의 점포들 안팎에는 대체로 개 보관장 2∼3개, 도축시설 1개를 갖추고 있다.

이번 자진정비로 '살아 있는 개' 판매는 중단되나 '개고기'는 계속 판매될 예정이다.

개 보관·도축시설 자진정비는 지난해 12월 13일 체결한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가 환경정비 업무협약의 첫 후속 조치다.

당시 협약에서 상인회는 판매 목적으로 개를 가두거나 도살을 중단하고 개 보관 및 도살시설 전부를 자진 철거하는 내용의 협약에 서명했다.

시는 상인들의 업종 전환, 전업 이전, 환경 정비를 할 수 있게 행정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오늘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며 "기대와 희망보다는 생계터전을 잃을까 두려움이 크지만 7개월간 협의 기간 성남시와 서로 믿고 의지하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고 우리가 함께한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생태터전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자회견하는 김용북 모란가축시장상인회장
기자회견하는 김용북 모란가축시장상인회장(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전국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인 모란가축시장 개 보관 및 도살시설 자진정비에 들어간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김용북 모란가축시장상인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2.27
xanadu@yna.co.kr

성남시와 상인회는 앞으로 단계별로 업종 전환과 함께 도로 정비, 비가림 시설 설치 등 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본격 시작한 자진정비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 의견이 다른 가운데 이날 설명회장에 나온 일부 상인들은 대체부지 제공 등 대책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새로 구성된 신승철 모란시장축산연대회장과 이강춘 전 모란시장가축상인회장은 "다른 곳으로 수평 이동해 영업할 수 있게 대체부지를 제공하고 영업손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협의 중인 이동식 도축차량 배치에 대해서도 순회 방식이 아니라 모란시장 전용으로 고정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동식 도축차량은 개를 제외한 염소나 닭 도축에 사용된다.

일부 점포에는 "전통시장 말살행정 중단하라", "생존권 보장하라"는 등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설명회장에 나온 일부 상인들은 언성을 높이며 주최 측과 승강이를 벌였다.

자진정비 참여 점포 수를 놓고 서로 주장이 엇갈렸다. 김 회장은 "22개 점포 중 15개 점포가 자진정비에 나서고 7곳이 동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신 회장과 이 전 회장 측은 "16곳이 반대한다"고 맞섰다.

개 유통시설 자진 정비 나선 모란가축시장
개 유통시설 자진 정비 나선 모란가축시장(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전국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인 모란가축시장 개 보관 및 도살시설 자진정비에 들어간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관계자들이 시설 정비를 하고 있다. 2017.2.27
xanadu@yna.co.kr

모란가축시장은 22개 점포가 영업망을 통해 하루 평균 220여 마리, 한 해 8만 마리의 식용견을 거래하는 전국 최대 개 유통시장이다.

1960년대 모란시장 형성과 함께 하나둘 들어서 2001년 54곳이 영업했으나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소비가 주춤해지면서 절반으로 줄었다.

개 보관 철제상자(케이지)와 도살, 소음과 악취로 혐오 논란을 불러와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을 불러오고 지역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시행령에 개는 가축의 범위에 포함하지 않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어 지방자치단체로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업소 종사자들도 영업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맞서 개고기 논쟁의 중심부에 서 있었다.

최근 들어 분당, 판교 등 신도시 개발과 구도심 재정비로 도심이 확장되면서 소음과 악취에 따른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7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모란가축시장상인회 측과 정비계획을 논의해 왔다.

모란시장 개 유통시설 자진정비
모란시장 개 유통시설 자진정비(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전국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인 모란가축시장 개 보관 및 도살시설 자진정비에 들어간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 철거된 간판과 자재가 놓여있다. 개 판매시설 자진정비는 지난해 12월 13일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가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첫 후속 조치다. 2017.2.27
xanadu@yna.co.kr

대선 주자로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자진정비에 맞춰 동물방역국 신설 및 전문인력 확충, 유기동물보호시설 지자체 직영화, 동물진료수가제 및 반려동물 의료보험제 도입 검토, 유기견 입양 장려, 전통시장 불법 개 도축 금지, 동물학대 처벌강화 등 '동물보호 8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심하기까지 큰 용기를 내준 상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kt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27 14:1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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